기사 메일전송
『전설』이 된 사내와 흉흉한 『소문』만 무성한 사람.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5-30 09:08:26
  • 수정 2025-08-05 04:26:25

기사수정
  • 같은 도지사, 정반대 결말
  • 같은 의자에서 써내려간 생과 사의 기록

<그래픽 : 박주현>


2021년 12월 어느 추운 새벽, 유한기는 아파트 옥상에 서 있었다. 전날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 그의 죽음은 대장동 사건의 첫 번째 극단적 선택이었다. 같은 달 21일,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도 세상을 떠났다.


한편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에서는 또 한 명의 중증외상환자를 살려냈다. 교통사고로 골든아워를 넘나드는 환자였다. 센터 설립을 추진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정책이 또 하나의 생명을 구한 순간이었다.


같은 경기도지사 의자에 앉았던 두 사람. 하나는 생명을 살렸고, 하나는 죽음을 불렀다.


골든아워 안의 기적


"중증외상 의사는 명의로 소문날수록 병원은 적자가 나고 결국 쫓겨난다."


김문수가 중증외상센터를 설치하며 했던 말이다. 한 명의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는 데 1억 5천만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그는 350억원을 들여 아주대학교병원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를 만들었다. 닥터헬기까지 띄웠다. 결과는? 2021-2024년 4년 연속 미국 500여 개 외상센터와 비교해도 상위 1% 치료성적. 예방가능외상사망률 5% 미만. 숫자 뒤에는 살아 돌아간 사람들이 있다.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고 실려온 아버지, 추락사고를 당한 공장 근로자, 산업재해를 당한 젊은 직장인들. 현재 100병상 규모지만 300병상으로 확장 예정이다. 경기 남부 권역 중증외상환자 수용률을 60%에서 90%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생명을 살리는 인프라는 이렇게 확장된다.


평택의 기적, 일당 40만원의 전설


2007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유치. 김문수의 대표작이다. 2015년 첫 가동 당시 평택시 인구는 45만532명이었다. 2025년 현재 57만3987명. 7년 만에 27.5% 증가했다. 특히 고덕면은 극적이다. 1만2124명에서 3만8754명으로 세 배 증가. 이곳은 일용직 노동자들의 성지가 되었다. 하루 최대 40만원의 일당. 10년치 일감 보장. 새벽 5시부터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6개 공장 완공 시 직접고용 3만명, 간접고용 18만명. 총 21만개 일자리. 숫자가 아니라 21만 가정의 생계다.


판교테크노밸리도 그의 8년 재임 기간 뿌리내렸다. 현재 1803개 기업, 7만8872명 근무. 20-30대가 60%를 차지하는 젊은 혁신 생태계. IT 기업 비율 65%.


GTX, 시간을 파는 남자


"시간은 곧 경쟁력이며 효율이고 돈이다."


김문수는 GTX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가 설계하고 추진한 GTX는 현재 "가장 보편적인 복지이자 가장 강력한 성장 정책"이 되었다. 수원에서 강남까지 19분. 파주에서 삼성까지 37분. 시간을 판 셈이다.


그런데 이재명 주변에서는 사람들이 죽어갔다.

대장동 사건 관련자만 5명. 모두 극단적 선택이었다. 이재명은 "떳떳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죽어갔을까?


거북섬의 모녀


거북섬 웨이브파크은 이번 대선 기간동안 이재명의 입을 통해 알려진 개발 사업이다. 경기도지사 시절 야심작. 하지만 핵심 사업들이 부도나고 상가 공실률은 87%에 달한다. 가장 가슴 아픈 것은 평생 모은 돈으로 거북섬에 투자했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모녀의 이야기다. 토지 분양자와 건설업자 외에는 모두 피해를 입었다는 증언이 나온다. 꿈을 팔고 절망을 남긴 개발사업의 전형이다.


1조원의 미스터리


대장동 개발이익 중 민간업체가 가져간 몫은 7886억원. 성남시가 가져간 몫은 얼마나 될까? 사업성 검토는 충분했을까? 화제성과 정치적 어필에만 치중한 것은 아닐까?


전설과 소문 사이


아이러니는 여기에 있다. 김문수 주변에는 구체적인 수치들이 넘쳐난다. 중증외상센터 치료성적 상위 1%, 평택 일자리 21만개, GTX 19분 단축. 검증 가능한 팩트들. 나는 이런 성과들을 '전설'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반면 이재명 주변에는 흉흉한 소문들만 넘쳐난다. 대장동 특혜 의혹, 거북섬 실패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법인카드 유용 의혹. 끝없는 '소문'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의혹을 제기하거나 수사에 협조하던 사람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났다. 소문은 사실보다 더 무섭다.


김문수는 기업을 불러왔다. 삼성, LG, 하이닉스. "황금돼지를 외국으로 내쫓으려는 정부는 반드시 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중앙정부와 맞서기도 했다. 적자가 예상되는 중증외상센터도 공공성을 이유로 밀어붙였다. 결과물은 명확했다.


이재명은 개발사업을 벌였다. 대장동, 거북섬. 화려한 조감도와 장밋빛 전망. 하지만 결과는 죽음과 절망이었다. 의혹만 남았다.


한쪽은 전설이 되고, 한쪽은 소문에 휩싸였다. 차이는 명확하다. 하나는 사람을 살렸고, 하나는 사람을 죽였다.


선택의 무게


정치는 결국 선택이다. 생명을 살리는 정치와 죽음으로 내모는 정치 사이의 선택.


김문수의 중증외상센터에서는 오늘도 누군가의 생명이 구해진다. 평택 삼성공장에서는 오늘도 누군가가 일당 40만원을 받으며 가족을 부양한다. GTX를 타고 오늘도 누군가가 집에 일찍 돌아가 아이와 저녁을 먹는다.


대장동 수사는 계속된다. 거북섬 상가는 여전히 비어있다.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들의 가족은 여전히 슬퍼한다.


정치의 본질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다. 이보다 더 분명한 진실이 있을까?


원고료 납부하기
TAG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이 기사에 3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5-30 11:55:33

    지난 대선은 비호감의 대결!!  이번 대선은 진짜와 가짜의 대결!!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5-30 11:54:46

    투표전에 이거 꼭 한번 읽어 보길!!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5-30 11:54:04

    진실을 알려줘도 귀 막고 눈 감고 듣지도 보지도 않으니 답답해 미치겠다!!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협상 하루도 안돼 알려진 30분의 치욕 치욕의 청구서가 도착하고 하루가 지났다. 이제 양국 언론을 통해 그 ‘협상’의 후일담이 흘러나오고 있다. 가장 압축적인 묘사는 “펜도 필요 없었던 30분”이라는 트럼프의 만족감 섞인 회고일 것이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대한민국의 경제 주권 일부가 대서양 너머로 이전되었다. 시장의 평가는 즉각적이었고, 계산은 정확했...
  2. 버닝썬 비서관이 괜찮다면 페미니즘도 말하지 마라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용산 대통령실 비서관 중에 과거 버닝썬 사건의 성범죄 가해자를 변호했던 변호사 출신 인물이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그것도 공직자의 규율과 기강을 바로잡고 비리를 감찰하는 ‘공직기강비서관’이라는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2018년에 드러난 ‘버닝썬 게이트’는 우리 사회의 여성...
  3. [사설]어떤 간신이 광복절에 취임식을 '또'하라고 속삭였을까? '국민임명식' 이름 한번 기가 막히게 지었다. 이미 취임 선서를 하고 업무를 시작한 대통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두 달 만에 또 취임식을 한단다. 그것도 나라를 되찾은 광복절에, 광화문 광장에서, 1만 명을 모아놓고 말이다. 대통령실은 "국민이 대통령을 '나의 대통령으로 임명한다'고 선언하는 자리"라고 포장한다.하지만 이 .
  4. 이재명에 환호했던 어떤 변호사의 일기 : 이재명에게 실망이다. 보도블록시장 시절 보도블록 한 장까지도 챙긴다던 그 호기로운 이미지는 허상이었나? 아니면 고작 보도블록이나 챙기는 정도의 그릇이었나?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 자화자찬 했던 일은 갑자기 자기 밑에 직원이 자기 몰래 추진한거란다. 보도블록 챙기느라 바빴나? 도지사가 되어서도 자기가 손수 자리까지 만들어 ‘통일’부...
  5. 전병헌, 관세협상 두고 “자화자찬 아닌 자해, 조공 외교의 자화상” 이재명 정부가 최근 한·미 관세협상을 두고 “역대급 성과”라며 자화자찬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가 “오히려 자해에 가까운 셀프 풍자”라고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과연 이재명 정부”라는 여권 내 찬양성 멘트를 거론하며, “이 정부의 본질을 정확히 드러내는 한마디”라...
  6. 김건희특검의 ‘윤석열 속옷 브리핑’ 유감 두 번째 수감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은 특검 수사와 내란 재판에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다. 결국 김건희특검이 어제 오전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을 시도했으나 윤 전 대통령의 불응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특검은 기자들 앞에서 윤 전 대통령이 "속옷 바람으로 누워 있었다"는 내용의 브리핑..
  7. 이재명 측근 김진욱, 국제마피아파와 연루 의혹 속 총리실 임명 철회 이재명 정부 '보은 인사' 논란 가속... 김진욱 임명 철회에 '버닝썬 변호사' 임명까지 겹쳐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진욱 씨가 국무총리실 정무협력비서관으로 임명된다 7일 국무총리실은 밝혔었다. 정무협력비서관은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고위공무원 ‘나’급(2급) 직위다. '일신상의 이유'로 하루 만에 자진 철..
  8. 유능하다는 망상, 4천억 달러가 증명하는 친중의 대가 때로는 숫자가 가장 정직한 폭로다. 변명도, 수사도, 감성도 거세된 채, 냉혹한 진실의 뼈대만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앞에 던져진 숫자들을 보라.일본의 경제규모는 대략 우리의 2.15 배다. 그들이 5,500억 달러를 낸 것을 우리 체급에 맞춰 단순 환산하면 약 2,000억에서 2500억 달러면 충분할 것이다. 유럽연합 30개국이 그나마 자신들...
  9. 이재명 '광복절 야간 임명식'에 전병헌, '대관식 하냐' 직격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8월 15일 광복절 저녁, '대통령 국민 임명식'을 열겠다고 밝히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이미 두 달 전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상황에서, 전례 없는 야간 행사를 강행하는 배경을 두고 야권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총공세를 폈다.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는 ...
  10. [속보] 관세 25%→15%. 미국제품 무관세. 美농산물 트럭 완전개방 한국이 미국에 3천500억달러를 투자하는 등의 조건으로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이 한국과 무역 합의를 체결하기로 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2주 내로 .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