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11일 아침, 평양에서 날아온 소식에 대한민국 안보 라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지 모른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도발 의도가 없다는 한국 국방부의 입장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했다. 뒤이어 “그나마 연명을 위한 선택”이라고도 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귀를 의심케 하는 문장이다. ‘현명한 선택’이라니. 이건 대등한 국가 간의 외교 언어가 아니다. 선생님이 말 잘 듣는 학생에게, 혹은 상전이 눈치 빠른 하인에게 건네는 “참 잘했어요” 도장과 다를 바 없다. 칭찬의 속내는 명확하다. “너희 목숨을 부지하고 싶으면 앞으로도 내 말 잘 들어라”는 조롱이다.
이 굴욕적인 칭찬은 자초한 것이다. 북한이 지난 4일과 작년 9월 무인기가 침투해 우라늄 광산 등을 찍어갔다며 “대가를 각오하라”고 으름장을 놓자, 우리 국방부는 화들짝 놀라 “우리는 보낸 적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여기까지는 사실 확인이라 치자.
기가 막힌 건 그다음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즉각 “민간이 날렸을 가능성이 있다”며 군경 합동 수사팀을 꾸려 샅샅이 뒤지라고 지시했다. 적이 위협하니까, 그 위협을 해소하겠다고 자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해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김여정은 “주체가 군부냐 민간이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한국 당국이 책임지라고 했다. 그러자 우리 대통령은 “우리가 책임지고 민간인을 때려잡겠다”고 화답한 꼴이 됐다. 북한 무인기가 용산 상공을 휘젓고 다닐 때는 “안보 무능”이라며 전 정권을 탓하던 이들이, 우리 민간 단체가 북한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주장에는 “전쟁 위기 조장”이라며 자국민을 옥죈다. 피아(彼我)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
北 "韓, 작년 9월과 4일에 또 무인기 도발…대가 각오해야"군대의 존재 이유는 적에게 공포를 주는 것이다. 그런데 2026년의 대한민국 국군과 통수권자는 적장에게 “말귀를 잘 알아듣는다”며 머리 쓰다듬음을 당하고 있다. 이것은 평화가 아니다. ‘안보의 노예화’다. 적이 하라는 대로 움직이고, 적이 평가하는 대로 춤을 추는 군대를 누가 무서워하겠나.
김여정은 지금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의 ‘인사 고과’를 매기고 있다. “내 말을 잘 들으면 현명한 것이고, 안 들으면 끔찍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우리 정부는 그 선을 넘지 않으려 국민을 수사하고 감시한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국방부의 결재 라인은 어디로 연결되어 있는가. 용산인가, 아니면 평양인가. 적의 칭찬에 안도하며 자국민을 사냥하러 나가는 군인들은 제복을 입을 자격이 없다. 그들은 군인이 아니라, 적의 비위를 맞추는 ‘심기 경호원’일 뿐이다. 역사상 적에게 칭찬받아 나라를 지킨 군대는 단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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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4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이 정부를 반대한 이유가 전혀 과장된 게 아니었어요
권력을 얻었으면 좀 뻗댈만도 한데 중국이나 북한엔 아무 소리 못 하는 게 단단히 약점이 잡혔나 봅니다
좁쌀톨만큼도 남아있지 않던 기대감이 그마저 또다시 와르르 무너집니다.
중국 외교 대환장 원맨 파티쇼 때 고였던 가슴 속 눈물에
김여정 발 눈물 한방을 더 보태는 날입니다.
우리나라 이대로 괜찮은 걸까?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이 권력욕만 있는 이마두로의 처참한 민낯이 드러나고 있네요. 기사 감사합니다.
오래 살았나 보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