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세계 정계를 흔드는 중국, 이래도 '혐중' 인가?
  • 김선 논설위원
  • 등록 2026-01-11 00:21:46
  • 수정 2026-01-11 00:37:02

  • 세계 각국의 중앙과 지방선거에까지 뻗친 중국의 개입 증거들
  • 단순한 영향력 강화를 넘어 민주주의 국가의 제도 자체를 흔들고 있다
  • 우리도 무조건 '혐중' 으로 일축하지 말고 진지한 대응책 세워야
지난 기사(중국의 한국정치 개입, 가능성과 사례들 2025.1.7) 에서 중국인들이 한국 탄핵집회에 참여한다는 의혹을 시작으로 캐나다와 호주, 대만의 선거에 중국 세력이 개입한 사례를 다뤘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고위 공직자의 최측근이 포섭되거나, 의원 보좌관이 간첩 활동을 벌이는 등 국가의 핵심 의사결정 기구에 중국 당국이 깊숙이 개입한 사례가 잇따라 적발되며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정부차원의 해외 정치 불법 개입은 미국, 유럽, 호주와 캐나다 등 민주주의 체제의 여러 선진국에서 적발되고 있다. 

미국: 주정부 최고위직까지 뻗친 포섭의 손길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은 린다 쑨 체포 사건이다. 2024년 9월, 미국 뉴욕주에서는 전 뉴욕주지사 비서실 차장 출신의 린다 쑨과 그녀의 남편이 중국 정부의 불법 요원으로 활동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린다 쑨은 10년 넘게 뉴욕주 고위직에 근무하며 캐시 호컬과 앤드류 쿠오모 주지사를 위해 일했다. 그녀는 주지사의 측근으로서 대만 정부 관계자의 주지사 면담을 방해하고, 주정부 선언문에 중국 정부의 입맛에 맞는 메시지(신장 위구르 관련 내용) 를 삽입하는 등 노골적인 친중 행보를 보였다는 혐의를 받았다. 그 대가로 그녀의 남편은 중국 내 사업에서 수백만 달러의 이득을 챙기고 주택과 고급 중국요리를 제공 받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린다 쑨 사건은 단순한 정보 유출을 넘어 정책 결정 과정 자체를 왜곡하려 한 심각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린다 쑨과 그녀의 남편. 중국의 스파이 활동 댓가로 향응과 금품, 페라리 차량 등을 제공받은 혐의로 체포되었다. (사진: 연합뉴스TV 유튜브 갈무리) 

미국의 지역 정치에도 개입하는 중국 세력

또한 2024년 12월에는 캘리포니아 지방 선거에서 중국 당국의 지시를 받아 특정 후보의 선거 관리자로 활동하며 자금을 지원하려던 중국 국적자 ‘리 모씨(가명)’ 과 조력자가 미국연방경찰과 FBI에 체포되었다. 중국 국가안전부(MSS)와 연계된 이들은 중국에서 유입된 자금을 여러 명의 명의로 쪼개 기부하는 '스머핑(Smurfing)' 방식을 통해 불법 선거 자금을 캠프에 투입했는데 이는 외국인의 정치 기부를 금지하는 미국 연방 선거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불법행위였다. 리 씨는 해당 지역 내 홍콩 민주화 운동가나 파룬궁 수련자 등 중국 당국이 기피하는 인물들의 정보를 수집해 베이징으로 보고하고, 이들이 지역 정치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방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통해 중앙 정계뿐만 아니라 지역 정계에까지 중국의 영향력이 미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유럽: 의회 내부에 심어진 ‘트로이의 목마’ 

유럽에서도 유사한 공작이 발각되었다. 2024년 4월, 독일 검찰은 극우 정당 독일대안당(AfD) 소속 유럽의회 의원의 보좌관인 지안 G 를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 중국 출신 독일 국적인 그는 무려 2002년 부터 중국 정보기관(국가안전부, MSS) 요원으로 활동해 왔다. 그는 2019년부터 독일대안당 맥시밀리안 크라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며 의회 내부 깊숙이 침투했습니다. 유럽의회의 기밀 정보가 들어있는 문건 약 500건을 중국 정보기관에 넘기고, 의회 내에서 중국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 했다. 지안 G 는 4년 9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독일 베를린의 중국대사관. (사진: 연합뉴스) 

비슷한 시기 영국에서도 전직 의회 연구관이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 2024년 4월, 영국 런던 경찰청은 크리스토퍼 캐시(Christopher Cash)와 또 다른 한 명을 '공식 기밀법(Official Secrets Act)'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캐시는 영국 하원의 외교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앨리샤 컨스(Alicia Kearns) 의원의 연구관으로 일했다. 또한, 안보 담당 장관인 톰 투겐하트(Tom Tugendhat) 등 정부 핵심 인사들과도 긴밀히 소통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는 의회 내 기밀 정보에 접근하여 이를 중국 측에 전달했을 뿐만 아니라, 영국의 대중국 정책이 중국에 덜 적대적인 방향으로 흐르도록 의원들의 논의를 유도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영국은 별도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간첩활동을 경고하고 공직자들에게 보안 강화를 당부했다.  


해외 간첩활동을 주도하는 통일전선공작부와 국가안전부 

이러한 공작들은 우발적인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중국 당국의 체계적인 지휘 아래 이루어진다. 중국의 영향력 침두 전략을 다룬 책 ‘중국의 조용한 침공(Silent Invasion)’ 과 ‘보이지 않는 붉은 손(Hidden Hand)’ 를 집필한 클라이브 해밀턴은 이러한 공작의 중심에는 시진핑 주석이 ‘마법의 무기’라고 칭송한 ‘통일전선공작부(UFWD)’가 있다고 분석했다. 

통일전선공작부는 해외 화교 사회를 관리하고, 외국의 정·재계 인사를 포섭하여 중국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드는 ‘정치전’의 사령탑 역할을 한다. 여기에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MSS)가 자금을 지원하고 첩보 활동을 병행하며 민주주의 국가의 제도적 허점을 파고든다. 

특히 2017년에 제정된 중국의 '국가정보법'은 모든 조직과 시민이 국가의 정보 활동에 협조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어, 민간인과 정보 요원의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 해외에 사는 중국인도 예외 없이 중국 정부의 정보활동에 의무적으로 동원될 수 있는 것이다. 


6일 중국 상하이 세계회객청에서 만찬에 앞서 천지닝 상하이시 당 서기와 환담하는 이재명 대통령. 이 대통령은 '양국의 선린 우호 감정' 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오랜 시간 근거 없고 필요하지도 않은 오해 때문에 양국 관계 발전이 가로막혔다' 고 말했다. (사진: 연합뉴스) 

이래도 ‘혐중’이고 '오해' 인가?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단순히 해외 정치에 개입하는 차원을 넘어, 조직적인 여론 조성과 포섭을 통해 타국의 민주적 기본 질서를 근간부터 훼손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제 서구 국가들이 방첩망을 촘촘히 하고 관련 법안을 정비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를 넘어 국가의 안위가 걸린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최근 우리 군의 핵심 시설이 중국인들에 의해 드론으로 무단 촬영되고, 국가적 자산인 반도체 핵심 기술이 유출되는 사건들이 잇따르며 안보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상호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중국인 대상 무비자 입국 혜택이나, 외국인 중 유독 중국인 비중이 압도적인 지방선거 투표권 부여 문제는 민주주의의 건전성을 위해 시급히 재검토되어야 할 과제다.

중국 당국의 주도하에 전개되는 전방위적 정보 활동과 간첩 행위 의심을 단순히 '혐중(嫌中)'이라는 프레임으로 가두어 비하하는 태도는 무책임하고 위험하다. 타국의 주권을 존중하지 않는 날카로운 권력(Sharp Power)에 맞서, 우리의 민주주의 제도와 국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경계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관련기사

프로필이미지

김선 논설위원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6-01-11 18:22:16

    그런데 이마두로 정부는 중국못잃어 이러고 있으니... 곧 중국식 공산국가 될까 정말 두려워요. 감사합니다

    더보기
    • 삭제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미국이 대신 싸워주는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 새해 벽두부터 한미 관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 국무부가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중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예정됐던 한미 FTA 회의는 돌연 취소됐다. 미국이 타국의 국내법에 이토록 즉각적이고 강경하게 반응하는 건 이례적이다.이유는 명확하다. 이 법이 겉으로는 ‘가짜 뉴스 근절’을 내...
  2. 진실게임 격화.... 쿠팡, "국정원 직원 3명 만나…강에서 증거 건지라 말해" 쿠팡은 최근 발표한 개인정보유출의 자체 조사 결과와 발표해 국가정보원의 협조에 따른 것이라고 31일 거듭 주장했다.이재걸 쿠팡 법무 담당 부사장은 이날 국회 청문회에서 '국정원이 일방적으로 용의자를 접촉하라고 지시했느냐'는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의 질의에 "(국정원이) 12월 1일 처음 공문을 보내고, '국가..
  3. "이재명에게 보고됐다" 김현지의 음성, 그리고 피의자에게 돌아간 탄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지난 총선을 앞두고 구의원들로부터 공천 대가성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당시 이재명 당 대표실에 보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적으로 은폐되었다는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이 확인됐다. 이수진 전 의원은 5일 조선일보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김현지 당시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당시 보좌관)과의 통화 내...
  4. 전두환이 무덤에서 기립박수 칠 '민주당의 독재론' 2026년 새해 벽두, 여의도에서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이 들려왔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국민은 돈만 벌게 해주면 독재도 환영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농담이 아니었다. 진심이었다.이 말을 듣는 순간, 연희동 어딘가에서 기립박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그가 살아서 이 말을 들었다면 무릎을 치며 반겼을...
  5. [칼럼] 대통령의 자격 국가 지도자의 자격은 어디서 오는가.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 이전에, ‘우리가 누구이고, 적이 누구인가’를 구분하는 명징한 인식에서 온다. 그런데 2026년 대한민국, 국군 통수권자의 입에서 그 인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발언이 나왔다.“우리가 북한에 대해 군사적 공격 행위를 해서 그들이 불안해했을 것이다.”귀를 의심...
  6. [칼럼] 오죽했으면 노조가 나서서 "대형마트 규제 풀어달라" 외칠까 오죽했으면 노조가 나서서 "대형마트 규제 풀어달라" 외칠까정치인들에게 '반(反)기업 정서'만큼 달콤한 마약은 없다. 거대하고 탐욕스러워 보이는 '공룡(대기업)'을 사냥하여 마을 사람들(소상공인)에게 고기를 나눠주겠다는 서사는 얼마나 매혹적인가. 지지자들에게는 정의 구현이라는 '도파민'을, 정치인에게는 표심이..
  7. [종합]이혜훈 '갑질'에 민주당 '폭발'… 사퇴론 들불처럼 이재명 정부가 '국민 통합'과 '경제 전문성'을 명분으로 내세운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후보자의 과거 '12·3 내란' 옹호 전력에 이어 인턴 직원을 향한 충격적인 폭언 녹취가 공개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선을 넘었다"는 비토론이 쇄도하고 있다. "너 아이큐 ..
  8. 새미래민주당, 정당 최초 웹드라마 <강소의 기적, 새민상사> 제작 발표 새미래민주당(새민주)은 8일(목) 국회 소통관에서, 정당사 최초 정치풍자 웹드라마  제작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당일 오후 2시30분에는 서대문구에 위치한 소극장 '필름포럼'에서 시즌1을 공개하는 시사회도 예정되어 있다.웹드라마에서 '새민상사 대표'로 분한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는 이번 시도를 "대한민국 ...
  9. [전병헌 기고] ‘셰셰 외교’의 함정 : 전략적 모호성인가, 전략적 굴종인가 정부는 ‘하나의 중국 존중’ 발언과 ‘적대적 두 국가론’ 수용 의혹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이재명 정부의 외교 노선이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자초한 “중국에는 셰셰, 미국에는 땡큐”라는 이른바 ‘셰셰 외교’가 단순한 말장난을 넘어, 이제는 국정 운영의 실질 기조로 ..
  10. [단독] "평양 뚫었다"던 그 무인기… 알고보니 알리발 20만원짜리 '스티로폼' [단독분석] "평양 뚫었다"던 그 무인기… 알고보니 알리발 20만원짜리 '스티로폼'전문가 분석 결과 中 상용 드론 '스카이워커 타이탄 2160' 알리·RC샵서 누구나 구매 가능군용 아닌 '취미·레저용' "주권 침해"라며 내놓은 증거가 고작 '중국산 짝퉁 조립품'북한이 10일 "대한민국이 평양 상공을 유린했다"며 ..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