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차원의 해외 정치 불법 개입은 미국, 유럽, 호주와 캐나다 등 민주주의 체제의 여러 선진국에서 적발되고 있다.
미국: 주정부 최고위직까지 뻗친 포섭의 손길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은 린다 쑨 체포 사건이다. 2024년 9월, 미국 뉴욕주에서는 전 뉴욕주지사 비서실 차장 출신의 린다 쑨과 그녀의 남편이 중국 정부의 불법 요원으로 활동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린다 쑨은 10년 넘게 뉴욕주 고위직에 근무하며 캐시 호컬과 앤드류 쿠오모 주지사를 위해 일했다. 그녀는 주지사의 측근으로서 대만 정부 관계자의 주지사 면담을 방해하고, 주정부 선언문에 중국 정부의 입맛에 맞는 메시지(신장 위구르 관련 내용) 를 삽입하는 등 노골적인 친중 행보를 보였다는 혐의를 받았다. 그 대가로 그녀의 남편은 중국 내 사업에서 수백만 달러의 이득을 챙기고 주택과 고급 중국요리를 제공 받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린다 쑨 사건은 단순한 정보 유출을 넘어 정책 결정 과정 자체를 왜곡하려 한 심각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린다 쑨과 그녀의 남편. 중국의 스파이 활동 댓가로 향응과 금품, 페라리 차량 등을 제공받은 혐의로 체포되었다. (사진: 연합뉴스TV 유튜브 갈무리)
미국의 지역 정치에도 개입하는 중국 세력
또한 2024년 12월에는 캘리포니아 지방 선거에서 중국 당국의 지시를 받아 특정 후보의 선거 관리자로 활동하며 자금을 지원하려던 중국 국적자 ‘리 모씨(가명)’ 과 조력자가 미국연방경찰과 FBI에 체포되었다. 중국 국가안전부(MSS)와 연계된 이들은 중국에서 유입된 자금을 여러 명의 명의로 쪼개 기부하는 '스머핑(Smurfing)' 방식을 통해 불법 선거 자금을 캠프에 투입했는데 이는 외국인의 정치 기부를 금지하는 미국 연방 선거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불법행위였다. 리 씨는 해당 지역 내 홍콩 민주화 운동가나 파룬궁 수련자 등 중국 당국이 기피하는 인물들의 정보를 수집해 베이징으로 보고하고, 이들이 지역 정치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방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을 통해 중앙 정계뿐만 아니라 지역 정계에까지 중국의 영향력이 미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유럽: 의회 내부에 심어진 ‘트로이의 목마’
유럽에서도 유사한 공작이 발각되었다. 2024년 4월, 독일 검찰은 극우 정당 독일대안당(AfD) 소속 유럽의회 의원의 보좌관인 지안 G 를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 중국 출신 독일 국적인 그는 무려 2002년 부터 중국 정보기관(국가안전부, MSS) 요원으로 활동해 왔다. 그는 2019년부터 독일대안당 맥시밀리안 크라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며 의회 내부 깊숙이 침투했습니다. 유럽의회의 기밀 정보가 들어있는 문건 약 500건을 중국 정보기관에 넘기고, 의회 내에서 중국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 했다. 지안 G 는 4년 9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독일 베를린의 중국대사관. (사진: 연합뉴스)
비슷한 시기 영국에서도 전직 의회 연구관이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 2024년 4월, 영국 런던 경찰청은 크리스토퍼 캐시(Christopher Cash)와 또 다른 한 명을 '공식 기밀법(Official Secrets Act)'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캐시는 영국 하원의 외교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앨리샤 컨스(Alicia Kearns) 의원의 연구관으로 일했다. 또한, 안보 담당 장관인 톰 투겐하트(Tom Tugendhat) 등 정부 핵심 인사들과도 긴밀히 소통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는 의회 내 기밀 정보에 접근하여 이를 중국 측에 전달했을 뿐만 아니라, 영국의 대중국 정책이 중국에 덜 적대적인 방향으로 흐르도록 의원들의 논의를 유도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영국은 별도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간첩활동을 경고하고 공직자들에게 보안 강화를 당부했다.
해외 간첩활동을 주도하는 통일전선공작부와 국가안전부
이러한 공작들은 우발적인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중국 당국의 체계적인 지휘 아래 이루어진다. 중국의 영향력 침두 전략을 다룬 책 ‘중국의 조용한 침공(Silent Invasion)’ 과 ‘보이지 않는 붉은 손(Hidden Hand)’ 를 집필한 클라이브 해밀턴은 이러한 공작의 중심에는 시진핑 주석이 ‘마법의 무기’라고 칭송한 ‘통일전선공작부(UFWD)’가 있다고 분석했다.
통일전선공작부는 해외 화교 사회를 관리하고, 외국의 정·재계 인사를 포섭하여 중국에 우호적인 환경을 만드는 ‘정치전’의 사령탑 역할을 한다. 여기에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MSS)가 자금을 지원하고 첩보 활동을 병행하며 민주주의 국가의 제도적 허점을 파고든다.
특히 2017년에 제정된 중국의 '국가정보법'은 모든 조직과 시민이 국가의 정보 활동에 협조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어, 민간인과 정보 요원의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다. 해외에 사는 중국인도 예외 없이 중국 정부의 정보활동에 의무적으로 동원될 수 있는 것이다.
6일 중국 상하이 세계회객청에서 만찬에 앞서 천지닝 상하이시 당 서기와 환담하는 이재명 대통령. 이 대통령은 '양국의 선린 우호 감정' 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오랜 시간 근거 없고 필요하지도 않은 오해 때문에 양국 관계 발전이 가로막혔다' 고 말했다. (사진: 연합뉴스)
이래도 ‘혐중’이고 '오해' 인가?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단순히 해외 정치에 개입하는 차원을 넘어, 조직적인 여론 조성과 포섭을 통해 타국의 민주적 기본 질서를 근간부터 훼손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제 서구 국가들이 방첩망을 촘촘히 하고 관련 법안을 정비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를 넘어 국가의 안위가 걸린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최근 우리 군의 핵심 시설이 중국인들에 의해 드론으로 무단 촬영되고, 국가적 자산인 반도체 핵심 기술이 유출되는 사건들이 잇따르며 안보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상호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중국인 대상 무비자 입국 혜택이나, 외국인 중 유독 중국인 비중이 압도적인 지방선거 투표권 부여 문제는 민주주의의 건전성을 위해 시급히 재검토되어야 할 과제다.
중국 당국의 주도하에 전개되는 전방위적 정보 활동과 간첩 행위 의심을 단순히 '혐중(嫌中)'이라는 프레임으로 가두어 비하하는 태도는 무책임하고 위험하다. 타국의 주권을 존중하지 않는 날카로운 권력(Sharp Power)에 맞서, 우리의 민주주의 제도와 국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경계와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선 논설위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앞장 서서 혐중하지 말라고 외쳐대는 이재명 비롯
민주진영 쪽에서 읽어봤으면 좋을 글이예요.
읽어본들 이미 눈 돌아가 흐려진 판단력이 바로잡힐까만요.
그런데 이마두로 정부는 중국못잃어 이러고 있으니... 곧 중국식 공산국가 될까 정말 두려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