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팩트를 짓밟는 '공포 마케팅'의 역사는 언제까지 반복될 것인가
대한민국 진보 진영의 '괴담 DNA'가 또다시 꿈틀대고 있다. 이번 타깃은 우리 일상의 편의를 혁명적으로 바꿔놓은 '새벽배송'이다. 여론의 반대에 밀려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가 싶었는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다시 화두를 꺼냈다. 야간 노동을 국제암연구소(IARC)가 분류한 '2급 발암물질'이라 규정하며, 마치 이것이 청산가리라도 되는 양 호들갑을 떨고 있다. "새벽배송은 2급 발암물질"이라는 섬뜩한 구호 앞에서, 우리는 지난 15년간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광기 어린 선동의 역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새벽배송은 '2급 발암물질'이라는 김영훈 노동부장관 (사진=연합뉴스)
팩트부터 체크하자. IARC의 분류 체계는 ‘급(level)’으로 나누지는 않다. ‘군(group)’으로 분류한다. 위해성을 가지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IARC는 명시적으로 "이 분류는 발암 가능성의 강도를 나타낼 뿐, 암 발생의 위험(Risk) 크기를 나타내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즉, 야간 노동이 내재한 생체 리듬 교란 속성은 인정되지만, 이것이 곧바로 "야간 노동 = 암 발생"이라는 등식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위험성은 노출 빈도, 강도, 개인의 건강 관리, 휴식 여건 등에 따라 충분히 통제 가능한 변수이다.
새벽배송은 '2A군(Group 2A)'에 속한다. 그런데 이 명단에는 그들이 그토록 혐오하는 야간 노동뿐만 아니라, 우리가 매일 식탁에서 즐기는 소고기, 돼지고기 같은 붉은 고기(Red Meat)와 65도 이상의 뜨거운 음료도 포함되어 있다. 노동부 장관과 민주노총의 논리대로라면, 국민 건강을 위해 지금 당장 전국의 고깃집 문을 닫게 하고, 따뜻한 모닝커피를 마시는 시민들을 잠재적 암 환자로 취급해 단속해야 마땅하다. 스타벅스와 메가커피는 당장 경찰 압수수색을 받아야한다.
더 가관인 것은 그들이 애써 외면하는 '1군(Group 1)' 발암물질의 목록이다. IARC가 "인체 발암성이 확실하다"고 규정한 1군 명단에는 햄, 소시지 같은 가공육과 술(Alcohol), 그리고 햇빛(Solar radiation)이 포함된다. 2A군인 새벽배송이 그토록 위험해 금지해야 한다면, 1군 발암물질인 햄과 소시지를 파는 마트부터 압수수색하고, 1군 발암물질인 햇빛을 쬐지 못하도록 전 국민의 낮 시간 외출을 법으로 금지해야 하지 않겠는가? 심지어 IARC는 수술용 임플란트(Surgical implants)와 같은 의료기기조차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2B군 등)로 분류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논리라면 국민의 구강 건강을 책임지는 치과 의사들은 발암 물질을 심는 범죄자들인가? 이토록 자의적이고 무식한 해석이 대한민국의 정책을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
이들의 '선택적 공포 조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그들은 "한국인의 94%가 MM형 유전자를 가져 광우병에 걸려 죽는다"는 새빨간 거짓말로 온 나라를 촛불의 바다로 만들었다. 대법원이 허위 사실이라고 판결했고, 15년이 지난 지금 미국산 소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린 한국인은 단 한 명도 없다. 오히려 우리는 없어서 못 먹는다.
이제 국민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 광우병, 천안함, 세월호를 거치며 학습된 우리는 과학을 가장한 선동의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는다. 새벽배송은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혁신이지, 제거해야 할 암덩어리가 아니다. 진짜 암덩어리는 과학적 사실을 입맛대로 왜곡하여 공포를 팔고, 그 대가로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저질스러운 선동 정치 그 자체다.
김남훈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5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진영에서 탈출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
저 안에 아직도 있었으면 저런 장단에 얼마나 춤을 줬겠냐고요
이재명 정권이 1급 발암물질이야. 그것부터 해. 간첩질하는 민노총 출신이 장관을 한다는게 발암 유발
선동질 빼면 아무것도 못하는 저들.
너무나 조리있게 패는 글 잘 보고 갑니다
기사 잘 읽었습니다. 미약하나마 원고료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