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공판 출석하는 남욱 변호사 (서울=연합뉴스)
검찰의 '항소 포기' 선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대장동의 '키맨' 남욱이 입을 열었다. "동결된 자산을 풀어주지 않으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겠다." 도둑이 되려 파수꾼에게 '내 몫을 빨리 내놓지 않으면 혼쭐을 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그야말로 적반하장의 극치다.
법치(法治)와 법을 이용한 통치. 언뜻 비슷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 둘은 빛과 그림자만큼이나 본질적으로 다르다. 전자가 만인을 위한 방패이자 권력의 족쇄라면, 후자는 아군을 위한 면죄부이자 정적을 향한 칼에 불과하다. 남욱의 저 기막힌 오만함은 바로 이 차이를 간파한 자의 여유에서 나온다. 그는 법이 자신을 심판하는 엄정한 저울이 아니라, '그들'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기울어지는 도구임을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재명 정부의 검찰이 보여준 '항소 포기'는, 국가 시스템이 바로 그 '법을 이용한 통치'의 길을 선택했음을 보여주는 가장 노골적인 증거다.
이 추악한 '정치적 거래'가 사회에 보내는 신호탄의 위력은 파괴적이다. 바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의 전면적인 허용이다. 정부와 사법기관 스스로 "권력과 결탁한 약탈은 처벌받지 않는다"는 공인인증서를 발급한 셈이다. 이로써 국가는 모든 성실한 시민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땀 흘려 일하고 정직하게 세금 내는 삶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거대한 부패의 카르텔 앞에서 개인의 정직함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국가가 직접 증명해 보였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공공개발은 '합법적 약탈의 경연장'이 될 것이고, 이 그로테스크한 무대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다음 막을 준비하고 있다. 바로 내년 초에 공언한 '배임죄'의 폐지다. 이번 '항소 포기'가 이미 저질러진 범죄의 수익을 보전해주는 '사후 서비스'라면, 배임죄 폐지는 앞으로 벌어질 모든 약탈에 '사전 면죄부'를 발행하는 것과 같다. 경영진이나 공직자가 명백한 뇌물을 받지 않더라도, 의도적으로 국가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막는 최후의 법적 족쇄가 바로 배임죄다. 미래의 대장동 주범들에게 보내는 신호는 이제 더욱 노골적이다. "너희들의 바벨탑을 쌓아라. 우리는 과거의 죗값을 묻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래에는 아예 죄가 되지 않도록 법을 바꿔주겠다."
결국 '법을 이용한 통치'라는 괴물은 '도덕적 해이'라는 역병을 낳았고, 파수꾼은 기꺼이 도둑의 재산 관리인이 되었다. 금고 문 앞에서, 도둑은 더 이상 초조하게 주위를 살피지 않는다. 그저 당당하게 자기 몫의 열쇠를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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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8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사기꾼들이 당당하게 고개들고 큰소리 내는 꼴을 보게 되다니요!!
그만큼 남욱이 보기에도 시간이 없다고 느끼는 거겠죠
가능한 빨리 돈 들고 튀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고 봅니다
범죄자들에게 다 뺏기고도 오하려 변호를 해주거나 관심들이 없으니 얼마나 우스워 보일까요? 사기꾼들이 가장 원하던 세상이 왔네요
도둑이 큰소리 치는 나라의 앞날은 볼 것도 없을 것인데...
나라가 온통 뒤죽박죽
땅바닥으로 꼬라 박히는 시국인 것 같습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르네요
범죄자들만 행복한 이똥의 나라
범죄자가 대통령 되니 범죄자가 행복한 나라가 되어버렸어
정직하게 살면 억울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