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수석대변인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정치적 하루살이가 나타났다. 아침에 태어나 저녁에 죽는다는 그 곤충처럼, 한 법안이 장엄한 출생신고와 함께 사망선고를 동시에 받았다. 그 이름은 ‘국정 안정법’, 그러나 본질은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을 멈추기 위한 ‘재판 중지법’이었다. 꼬박 24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스러졌으니, 하루살이에게도 미안할 지경이다. 이토록 완벽한 블랙코미디의 각본은 대체 누가 쓴 것일까.
시작은 그럴듯했다. ‘재판 중지법’이라는 노골적인 이름표가 부끄러웠던지, 민주당은 ‘국정 안정법’이라는 비단 보자기를 꺼내 들었다. 마치 독극물 병에 ‘장수 만세 드링크’라고 써 붙이는 정성이다. 나치조차도 독재를 위한 ‘수권법’에 ‘국민과 국가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법률’이라는 화려한 수식을 붙이지 않았던가.
그들은 역사의 오답 노트를 꽤나 성실히 공부한 모양이지만, 안타깝게도 그 흉내는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그들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현기증이 난다. 집에 불이 났는데, 시끄럽게 울어대는 화재경보기가 문제의 원흉이니 일단 경보기부터 끄고 보자는 식이다. 대통령 개인의 사법 리스크가 국정을 흔드는 근본 원인임은 애써 외면한 채, 그 리스크를 검증하는 사법 시스템의 작동을 멈추는 것이 ‘국정 안정’이란다. 이는 환자의 심전도 모니터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되자, 기계의 전원을 내려버리고는 “이제 환자가 안정됐다”고 선언하는 돌팔이 의사와 다를 바 없다.
백미(白眉)는 이 모든 소동이 단 하루 만에 막을 내렸다는 점이다. ‘헌법 84조 수호’라는 깃발을 들고 장엄하게 출정식을 치렀지만, 싸늘한 여론의 눈총 한 번에 군대를 해산하고 줄행랑을 쳤다. 그 퇴각의 속도는 가히 예술적이다. 여기엔 어떤 신념이나 철학도 없다. 오직 한 사람의 안위를 위해 돌격했다가, 여의치 않자 곧바로 후퇴하는 기회주의적 전술만이 빛날 뿐이다. 그들은 ‘국정 안정’을 외쳤지만, 정작 안정시킨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오직 자신들의 정치적 무능함과 조급함만을 만천하에 증명했을 따름이다.
하지만 이 짧은 희비극에서 가장 처연했던 장면은 따로 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스튜디오의 환한 조명 아래서 법안의 당위성을 열변하던 박수현 대변인의 말을 어심으로 받아드려 법의 당위성을 역설하던 논객들. 그들은 바로 ‘민주당 옹호’라는 이름의 만병통치약을 팔기 위해, 세상 모든 논리를 끌어다 쓰는 능수능란한 장사꾼들이었다. 하룻밤 만에 그들은 태연한 얼굴로 어제의 자신을 완벽한 타인으로 취급하며, 모든 소동은 국민의힘 탓이고 대통령실조차 불필요하다 하니 철회하는 게 맞다는 ‘새로운 처방전’을 내놓았다. 그 현란한 자기부정의 기술을 지켜보자니 분노를 넘어선 경외감마저 든다. 자신의 가장 날카로운 무기인 ‘논리’로 스스로의 어제를 베어내야 하는 지식인의 삶이란, 대체 어떤 감각일까.
결국 ‘국정 안정법’이라는 이름의 하루살이는 짧은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 투명한 날갯짓이 남긴 잔상은 선명하다. 법치주의라는 옷을 벗어 던지고 ‘한 사람을 위한 나라’를 만들려 했던 그들의 민낯 말이다. 법안은 사라졌지만, 그 우스꽝스러웠던 하루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에 지울 수 없는 희극이자 비극의 한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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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5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그들의 작태에 넘치는 명문이네요
이똥의 미친 하루살이 의원들.
한심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정청래와 김어준이 일부러 잡음내는 중~
이재명은 법무부와 검찰만 주무르면 되는 공소취하가 젤 확실하고 편할텐데 청래가 시끄럽게 북치고 꽹과리치고 소란피우고 다님.
조용히 기회만 보고 있는데 청래가 얼마나 밉겠음?
정말 한심하고 비열한 것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