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트럼프의 '핵잠 승인', 좋다 말았나?
  • 윤갑희 기자
  • 등록 2025-11-02 21:27:30


트럼프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SSN) 건조를 승인했다고 발표한 지 며칠이 지났다. 정부는 이를 '게임 체인저'로 포장하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지만, 실상은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실속 없는 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의 입에서 나온 '승인'은 한국의 자체 건조 꿈을 산산조각 낼 조건들로 가득 차 있으며, 이는 결국 한국의 안보 자주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명백하다.


트럼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단순한 승인이 아니라 미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하라는 '강제 지정'이었다. 이는 한국의 오랜 염원인 핵잠 보유를 미국의 경제적 이익과 묶어 놓은 것으로, 정부의 외교적 무능이 드러난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이 승인은 한국의 안보를 강화하는 게 아니라 미국의 조선 산업을 부흥시키는 도구"라고 입을 모은다.


'승인'의 실체: 연료 공급에 그친 '반쪽짜리'


정부는 트럼프의 발표를 '핵잠 건조 전체 승인'으로 확대 해석하며 국민을 현혹하고 있지만, 이는 명백한 왜곡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주로 연료 공급 문제에 대해 미국의 도움을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초기 발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트럼프의 승인은 고농축 우라늄(HEU) 같은 핵연료 공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이는 핵확산방지조약(NPT)과 한미 원자력협정의 벽에 막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한국은 이미 세계적 수준의 잠수함 건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핵연료 없이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미국이 연료를 제공한다 해도, 이는 '블랙박스' 형태의 봉인된 원자로로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호주의 AUKUS 사례와 유사하며, 한국의 자체 기술 개발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다. 정부의 '성공' 홍보는 국민의 세금을 미국에 바치는 '굴욕적 거래'의 실체를 가리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볼 것이다. 


필라델피아 조선소? 기술은 노노 자본은 예


트럼프의 발표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한국의 핵잠은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는 대목이다. 이는 한국의 자체 건조 목표를 완전히 무시한 발언으로, 미국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한화그룹이 소유한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이미 한국 자본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지만, 이는 결국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조선 산업 부흥을 위한 '한국 돈' 투입을 의미한다.


정부는 한국 자체 건조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체적 문제점은 미국의 필라델피아 강제 지정으로 인해 안보 강화 투자라는 명목 아래 척당 5~8억 달러의 비용이 한국 부담으로 돌아오며, 기술 이전은 연료 중심으로 제한된다는 점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미국은 기술 이전 대신 '미국산 구매'를 강요해 논의가 좌초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트럼프는 한국의 3500억 달러 규모 투자와 미국 석유·가스 구매를 대가로 '승인'을 내린 셈이다.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은 "AUKUS처럼 완제품을 사오게 된다면 외교적 실패"라고 지적했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방위 산업을 미국의 하청으로 전락시키는 치명적 실책이다.


안될 핵잠 다이어그램 (생성 : 가피우스)


NPT의 '철벽'과 주변국 반발


트럼프의 승인이 NPT 체제를 흔든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AUKUS(호주)처럼 예외적 사례이지만, 한국의 경우 이미 원자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핵 비확산'의 근간을 위협한다. 중국은 "핵 비확산 의무 준수"를 요구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으며, 이는 동북아 군비 경쟁을 촉발할 불씨다. 일본도 지역 안보 불안을 이유로 핵잠 보유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아, 한국의 안보 환경은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


호주 AUKUS의 경우 연료 형태가 봉인된 HEU로 한정됐고, 건조는 US/UK 혼합 방식이었으며 비용은 3600억 달러 규모였다. 반면 한국 SSN은 US 공급 우라늄으로 비확산 위험이 증가하고, 건조는 미국 필라델피아 중심으로 자율성이 상실되며, 척당 50~80억 달러의 예산 부담이 예상된다. 지역 영향으로는 중국 반발처럼 동북아 군비 경쟁이 안보를 악화시킬 문제점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 승인은 지역 안정을 해치며,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정당화하는 빌미를 준다"고 경고한다. 정부는 이를 '북핵 대응'으로 포장하지만, 실상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에 한국을 끌어들이는 함정이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균형 외교가 끝났다"고 평가(뉴욕타임스는 2025년 11월 1일자 기사에서 이를 "균형 외교의 종말"로 규정하며, 한국이 미국 체계에 완전히 편입되는 전환점으로 분석했다.)

하며, 이는 한국 외교의 전략적 실패를 증명한다.


합의문 실종의 '데자뷔': 외교 쇼의 반복


이번 발표의 가장 큰 문제는 공식 합의문의 부재다.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포스트와 정부 브리핑에 의존할 뿐, 구체적 문서가 없다는 점은 과거 한미 관세 협상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정부는 '성공'을 자화자찬했지만, 추후 미국 측에서 다른 해석이 나와 혼란이 빚어졌다. 이번 역시 APEC을 이용한 '언론 플레이'로 보이며, 중국과 일본의 반발을 고려할 때 실질적 진전이 아닌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


결론적으로, 트럼프의 '핵잠 승인'은 한국의 안보를 강화하는 게 아니라 미국의 경제적·전략적 이익을 우선시한 거래다. 정부의 성급한 낙관론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이며, NPT 개정과 주변국 설득이라는 험난한 길이 남아 있다. 


그래도 오랜 숙원에 한 발 다가선 '느낌'에 '기분'은 좋지 않았냐고? 그건 '인정'한다. 


프로필이미지

윤갑희 기자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10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1-03 17:33:32

    너무 좋은 기사네요. 감사합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minte2025-11-03 16:19:17

    이재명 정부는 실익과 실체는 없이 활력, 기분만 내는 정부인듯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1-03 15:46:43

    갑갑합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5-11-03 15:34:45

    활기가 돌았으니 된건가요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1-03 11:06:08

    이해하기 쉽도록 기사 써주셔서 항상 잘보고 있습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honeycat2025-11-03 10:02:17

    언론으 명비어처가뿐이네요

  • 프로필이미지
    lrrp04712025-11-03 09:19:06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미약하나마 원고료 보냅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1-03 08:51:50

    이렇게 눈속임을하고 국민들은 속고있고 나라는 서서히 망해가는 과정일까요 참으로 답답한 요즘입니다 그래도 가피님의 냉절한 글이 정세를읽는데 도움이됩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alsquf242025-11-03 07:24:58

    외교를 국내홍보용, 자기 지지율 제고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더구나 칼만 안 든 강도(?) 트럼프를 상대로요.
    거친 말로 툭툭 주고 받은 걸 갖고 해석,
    말 하나 붙잡고 그걸 할 수 있는 만큼 한껏 포장, 가공해요.
    국익? 실용? ㅋ
    미친 이재명 정부에요.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1-02 22:21:55

    정확한 분석 기사네요. 기사 감사합니다.

    더보기
    • 삭제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분석] 론스타 4천억 승소 역겨운 광팔이 민주당... 3년 전에는? 2025년 11월 19일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태도가 13년을 끌어온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승소 국면에서도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다. 3년 전, 법무부가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할 당시 "이길 확률이 전무하다"며 결사반대했던 정치 세력이, 막상 '전부 승소'라는 극적인 결과가 나오자 정.
  2. 썩어가는 것과 익어가는 것의 차이 가을 숲을 걷다 보면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 사이로 오묘한 냄새가 난다. 개중에는 잘 마르고 발효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그윽한 향기가 있는가 하면, 물기를 머금은 채 질척하게 썩어가는 쿰쿰한 악취도 있다. 인간의 나이 듦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지만, 그 시간이 인간이라는 그릇에 담길 때는 전혀 다른 화학 작용을 일.
  3. 민주당 '유동규 녹취록 속 대통령은 '윤석열'? 백광현 되치기 기자회견 17일 오전 백광현 씨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동규와 남욱의 녹취록을 추가로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이재명' 이름이 언급되어 있어 후폭풍이 예고된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12일 진행한 기자회견의 후속편으로,  (2023년 봄 녹음)된 것으로, 대장동 사건을 두고 두 피고인이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 담겼다. 이 녹취록에서 ...
  4. 민주당을 향한 외통수 "대장동 환수법" 국가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범죄 수익 환수를 공식적으로 포기한 상황에서 논란의 항소포기를 중심에서 처리한 박철우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 박철우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힌 인사는 이 사태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것은 실패에 대한 문책이 아니라, 성공적인 임무 완수에 대한 포상에 가깝다. 검찰 조직을...
  5.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대장동 항소 포기와 사법 시스템 붕괴 비판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전 국무총리)이 19일 유튜브 채널 '류병수의 강펀치'에 출연해 검찰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항소 포기를 "국가가 나서서 범죄자를 도와준 국가 주도 범죄"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
  6. YTN의 ‘자발적 복종’ 더불어민주당이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라는 좌표를 찍자, YTN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풍자 영상을 다룬 보도를 삭제하고 한 발더 나아가 ‘정치인 SNS 영상 사용 금지’라는 사실상의 백기를 들었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그리고 질서 정연하게 일어났다.'국기문란(國基紊亂)'. 유신 시대의 낡은 ...
  7. 탱크만 없는 계엄령, 그 거대한 수용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교민들에게 "또 계엄하는 거 아닌가 걱정되실 텐데,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에서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그 한가한 농담은,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
  8. 대통령의 '무지(無知)'가 국가 안보의 최대 위협이다 국가 지도자의 말은 그 자체로 전략이자 메시지다. 적대국과 총구를 맞대고 있는 분단국가의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내뱉는 안보 관련 발언은 천금의 무게를 지녀야 한다. 그러나 지난 24일 해외 기자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보여준 인식은 가벼움을 넘어 참담한 수준이었다. 그는 50년간 대북 심리전의 핵심이었던 대북 방송을 "바보짓...
  9. 프랑켄코리아 (Franken-Korea) 정치라는 무대 위에는 때때로 기이한 혼종(混種)이 등장한다.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아니라, 이미 사라졌다고 믿었던 과거의 망령들을 덕지덕지 기워 붙여 만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같은 것.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정권의 모습이 그러하다. 이들은 놀라울 만큼 창의성 없는 방식으로, 역대 정권들이 저질렀던 최악의 실수와 가장 추악했던 .
  10. 새미래민주당, 남욱 소유 500억대 강남 땅 앞에서 최고위원회의 개최 새미래민주당 “남욱 소유 500억대 강남 땅, 정권이 범죄수익 보장해준 꼴”정권의 대장동 일당 범죄수익 7800억 원 보장 규탄새미래민주당은 11월 19일 대장동 일당의 핵심인 남욱 변호사가 소유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500억 원대 부동산 앞에서 제101차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다. 전병헌 대표는 이곳이 범죄수익 300억 원으로 매입돼 현...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