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미사의 독서중 루카 복음 한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정의감에 휩싸인 사람들에게 예수가 하는 말이다.
"예수님께서는 또 스스로 의롭다고 자신하며 다른 사람들을 업신여기는 자들에게 이 비유를 말씀하셨다.
“두 사람이 기도하러 성전에 올라갔다. 한 사람은 바리사이였고 다른 사람은 세리였다.
바리사이는 꼿꼿이 서서 혼잣말로 이렇게 기도하였다. ‘오, 하느님! 제가 다른 사람들, 강도 짓을 하는 자나 불의를 저지르는 자나 간음을 하는 자와 같지 않고 저 세리와도 같지 않으니,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일주일에 두 번 단식하고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바칩니다.’"
스스로 의롭다고 자신하며 다른 사람들을 업신여기는 자들이 누구인지 그림이 그려진다. 파란색으로 색마저 입혀진다. 그들의 정의는 어떻게 이뤄지나. 다른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강도, 불의를 저지르는 자, 간음한 자, 세리. 이 사람들과 비교해보니 정의롭단다.
그래픽=가피우스
윤석열에 비하면 이재명이 낫지 않냐.
글쎄?
김건희는 슬리퍼로 경회루에 오르는데, 김현지를 따지고 있냐.
더 글쎄?
이재명이 등장한 이후부터 항상 더 나쁜 사람이 나오기 시작했다. 더 나쁘지 않으면 더 나쁘게 만들기도 했다. 조희대 대법관은 주어진 일을 했을 뿐인데, 세리같은 악인이 되어있다. 이재명의 범죄는 조희대 대법관이 서류를 안 읽고 판결했기 때문이란다. 더더 글쎄다?
이어서 세리가 기도한다.
"그러나 세리는 멀찍이 서서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슴을 치며 말하였다.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 바리사이가 아니라 이 세리가 의롭게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다. 남들과 비교하며 정의롭다 자부하는 바리사이인의 말은 공허하다. 하느님 앞에서 자기 자랑만 주절주절 열거하다니 한심한 짓 아닌가. 제 아무리 선한 사람도 언제나 정의로울 수 없다. 스스로의 잘못을 살피고 성찰하지 않으면 다음 순간 실수를 저지르고 악행을 저지른다. 악해서 악행을 저지르는 것도 아니다. 하는 짓이 뭔지 몰라 악행을 저지른다.
민주당 지지자는 자신이 뭘 하는지 모른다. 모르니 남이라는 잣대를 갖다붙일 수 밖에. 자신이 더 정의로우려면 남을 더 나쁘게 만들어야 한다.
최민희가 국정감사를 이용해 피감사 기관으로부터 축의금을 받았다고?
민주당 지지자라면, 김건희가 무얼 받았는지 뒤지고 있겠지. 매우매우 글쎄다.
혹은 아가리를 싸물고 침묵을 지키겠지. 그러다 김어준이 개똥같은 논리를 만들어 떠들면 뒤따라 떠들겠지. 아무리 부끄러운 짓도 김어준을 따라서 하면 덜 부끄러우니까. 자기 성찰은 왜 하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을 보면 되는데. 김어준은 남탓의 논리를 만드는 전문 외주업자다. 그 짜릿한 정의감에 도취되어 민주당 정치인은 김어준에게 몰려간다.
신부님은 강론 마무리를 하며 어린 아이들에게 이 에피소드를 들려준 이야기를 한다.
"바리사이와 세리, 어느 기도가 더 좋은 거 같아요? 그렇게 물었더니 세리의 기도가 더 좋다는 겁니다. 왜? 짧아서 좋대요."
기도는 짧은 게 최고다. 민주당은 남탓을 구질구질하게 길게도 한다. 온갖 남탓이 튀어나오다 양자역학과 아파트 지분율까지 동원된다. 지겨운 남탓, 하려면 짧게라도 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