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이 연이어 고개를 숙였다. 한 명은 ‘15억 서민 아파트’ 발언에 대해 “적절한 표현을 선택하지 못했다”고 사과했고 , 다른 한 명은 ‘돈 모아 집 사라’는 조언에 대해 “국민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이들의 사과는 들끓는 여론에 기름을 부었을 뿐이다. 국민이 분노하는 진짜 이유는 두 사람의 ‘말실수’가 아니라, 그들의 말이 정확하게 가리키고 있는 ‘정책 실패’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불량식품을 만들어 판 사장은 뒤에 숨어 있는데, “이 식품 몸에 좋습니다”라고 외친 영업사원만 나무라는 격이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어설픈 단어 선택에 대한 변명이나 공감 능력 부족에 대한 고백이 아니다. ‘10.15 부동산 대책’이라는 불량식품을 설계하고 출시한 책임자가 직접 나서서 실패를 인정하고, 문제의 상품을 전량 리콜하는 것이다.
'15억 서민아파트' 복기왕과 '돈 모아 집사라'는 이창경 (그래픽-가피우스)
실언이 드러낸 정책의 민낯
두 사람의 발언은 실수가 아니었다. 그것은 10.15 대책의 설계도를 대중의 언어로 번역한, 의도치 않은 정책 설명회였다. 복 의원의 ‘15억 서민 아파트’ 발언은 정부가 15억 원을 기준으로 대출 한도를 차등 적용하며 시장을 인위적으로 나눈 정책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15억 원 이하 주택은 ‘보호’ 대상으로, 그 이상은 ‘투기’ 대상으로 규정한 정부의 시각을 그는 ‘서민’이라는 단어로 표현했을 뿐이다.
이상경 차관의 “현금 모아 나중에 사라”는 조언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강화된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1주택자 전세대출 DSR 반영 등으로 신용의 사다리를 걷어찬 이상, 평범한 월급쟁이에게 남은 선택지는 현금을 쌓는 것 외엔 없다. 그의 발언은 잔인할 정도로 정직하게 정책의 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국민이 분노한 것은 그들의 말이 틀려서가 아니라, 정부 정책의 냉혹한 진실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불량 정책’ 그 자체
결국 문제의 본질은 10.15 대책이다. 이 정책은 공급이라는 근본 해법은 외면한 채 수요 억제에만 집착하며 이미 실패한 과거 정부의 전철을 밟고 있다. 막대한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쏠리는 거시 경제의 흐름을 무시한 채 대출만 옥죄는 것은 둑이 터지는 것을 손가락으로 막으려는 시도와 같다.
그 부작용은 고스란히 선량한 실수요자와 세입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강력한 대출 규제는 투기꾼이 아닌 생애 첫 집을 마련하려는 신혼부부와 더 나은 환경으로 이주하려는 중산층의 꿈을 꺾는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고 2년 실거주 의무를 부과한 조치는 전세 매물 실종을 부추겨 전세 시장을 대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결국 ‘전세의 월세화’만 가속하며 주거 약자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다.
우리가 받아야 할 진짜 사과
국민은 더 이상 말의 성찬을 원하지 않는다. ‘부적절한 표현’에 대한 사과는 정책이라는 ‘잘못된 행동’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 아무 의미가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영업사원들의 반성문이 아니라, 불량식품을 설계하고 승인한 ‘사장’의 책임 있는 조치다.
진정한 사과는 10.15 대책이 주거 사다리를 파괴하고 시장을 교란했다는 정책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책임은 징벌적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고, 공급 확대를 포함한 신뢰할 수 있는 주거 안정 계획을 제시하는 행동으로만 증명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의 ‘리콜’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그 어떤 사과도 국민의 지성을 모독하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할 것이다.

윤갑희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7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개딸들은 모두 15억 넘는 아파트에 사니까 비판 안 하는 것이겠죠?
이런걸 보고도 눈감고 귀막고 있는 사람들이 원망스럽네요.
최소한의 염치라도 가진 권력자를 보고 싶어요
저들의 습성(?), 관성은 잘 알려져 있지요.
잘못을 인정하거나 진정한 사과를 모른다는 것.
심지어 자신들의 잘못을 상대에게 덮어 씌운다는 것.
그것도 아주아주 뻔뻔하게
"정부 정책의 냉혹한 진실"
저들은 진실을 마주할 용기도 없는 비겁하고 음험한 자들일 뿐입니다.
절대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 들텐데 이 결과가 나타날 때 쯤엔 또 어떤 극단적 장책으로 감추려 할지 그게 걱정이네요
진짜 저런 것들이 모여 자기 재산 지키려 머리 굴리며 정책 짰다는거에 분노합니다
백골이 성토 되어도 씨벌 내가 낸데 들은 후퇴를 건의하지 않을 것이고.. 백골이 성토 되기가 맬맬 존나 무서운 수령님은 후퇴 하라고 명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