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청년 감금 사건은 단순한 '피해자 구출' 서사가 아니라, 보이스피싱 같은 파렴치한 범죄에 자발적으로 가담한 이들의 자업자득으로 끝나야 할 이야기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의 일부 정치인들이 이 사건을 사회 구조적 문제로 물타기하며 범죄자들에게 '서사'를 부여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김병주 최고위원의 페이스북 글처럼, "청년들이 내몰릴 수밖에 없었던" 사회의 양극화와 기회 불평등을 들먹이며 범죄를 정당화하려는 태도는 위험하다. 박용진 의원의 발언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왜 범죄자를 '불운한 청년'으로 미화하려 애쓰는가? 이는 결국 예비 범죄자들에게 "사회 탓이니 네 선택은 이해할 만하다"는 용기를 주는 셈이다.

먼저, 사건의 본질을 직시하자. 캄보디아 교민 사회에 따르면, 이 청년들은 월 1000만~1500만원의 고수익을 미끼로 '텔레마케팅'에 자발적으로 뛰어들었다.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보이스피싱 같은 불법임을 눈치챘어야 할 제안이었다. 구출된 이들 중 일부는 온몸에 문신이 새겨진 인물로,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범죄 조직의 일원으로 보인다. 외교부조차 "상당수가 자발적 가담"이며 "국내 국민에 대한 잠재적 보이스피싱 가해자"라고 경고했다. 귀국 후 그들은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김병주 의원은 이를 '첩보작전 같은 영웅담'으로 포장하며 자화자찬했다. 교민 사회의 이창훈 대표는 "당신이 구출했다고 자화자찬한 그 청년은 구속을 해야 할 건인가?"라고 직격했다. 맞는 말이다. 범죄자는 어떤 일이 있어도 범죄자일 뿐이다. 사회적 배경을 들어 그들의 선택을 합리화하는 순간, 법과 도덕의 경계가 흐려진다.
세상은 일자리가 없다고 해서 범죄로 뛰어드는 사람이 많지 않다. 대한민국 청년층의 실업률이 높고, 비정규직과 빚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핑계로 해외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에 합류하는 건 극소수의 선택이다. 대다수 청년들은 힘든 상황에서도 정직하게 버티며, 교육과 취업 기회를 찾기 위해 애쓴다. 김병주 의원이 "국회의원, 장차관, 판검사, 의사의 자녀가 없다"고 지적하며 '기회의 양극화'를 탓하는 건, 범죄자들을 '사회 희생양'으로 둔갑시키는 억지다. 이는 오히려 성실한 청년들을 모욕하는 행위다. 왜냐하면, 일자리 없는 어려움이라는 '작은 공통점'으로 파렴치한 범죄자들과 같은 카테고리에 묶이는 걸 그들은 가장 싫어하기 때문이다. "나도 힘들지만, 그래도 범죄는 안 해"라는 자부심을 가진 2030세대에게 이런 서사는 역겹다.
민주당의 이런 스탠스는 정치적 계산착오다. 청년 문제를 이해한다며 범죄자들을 두둔하는 척하면 2030세대 표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착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청년들은 립서비스만 늘어놓는 정치인들을 '극혐'한다. 대안 하나 제대로 내놓지 않고, "사회 탓"으로 사건을 덮으려는 태도는 오히려 반감을 산다. 캄보디아 교민 사회의 분노처럼, 정부의 무능(전 정부 포함)이 문제의 뿌리라면, 실질적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해외 취업 사기 경고 시스템 강화나 청년 일자리 창출 정책을 촉구하는 게 맞다. 그런데 김병주 의원은 교민 간담회조차 불참하고 '쇼맨십'에 치중했다. 이창훈 대표의 말처럼, "교민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건 사회 전체의 정의를 훼손한다. 피해자 구제와 범죄자 처벌은 철저히 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치인들이 '영웅 놀이'를 하며 사회 구조를 핑계 삼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청년 세대에게 진짜 필요한 건 공감이 아닌 기회다.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법의 심판을 받고, 성실한 청년들은 그들의 노력을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윤갑희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왜 범죄자의 서사까지 이해해줘야 되는건지 모르겠어요.
골 때려. 성실하게 범죄 안 저지르고 사는 사람둘을 죄악시하네. 빚 열심히 갚는 사람한테 이자 더 세게하고 대출 막아 사다리 걷어차고. 이걸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어떻게 봐야 하는거야
열심히 사려는 사람한테는 사다리 걷어차고 범죄자는 순순한 피해자인척하네. 하긴 댓글도 얘들이 순진하게 돈 벌려고 들어갔다가 납치 당했다고 생각하더라. 세상 어디에 아무 기술도 없는 20대에게 월 천을 벌게 해주냐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범죄 가해자를 가난이나 질병으로 미화합니다
마트에서 고기나 분유 훔치는 걸 선처하고 오히려 도와주려 한다는 거죠
참 잘못된 현상이라 봅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이해불가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그 범죄자들이 개과천선 하는 것도 아니고 파파괴인 경우가 더 많죠
어쩌다 정치권이 저런 범죄자들에 면죄부를 주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참담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미약하나마 원고료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