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현지 실장이 이 대통령 관련 수사의 결정적 순간마다 휴대전화를 교체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KT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김 실장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 등 주요 수사 국면마다 기기 또는 번호를 변경했다. 올해 국정감사 시작 당일에는 불과 9분 간격으로 두 차례나 기기를 바꾸는 등 비상식적인 교체 기록도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 때마다 휴대폰을 교체한 김현지 제1부속실장 (사진=연합뉴스)
김 실장의 휴대전화 교체 시점은 이 대통령 관련 수사의 주요 변곡점과 일치한다. 2021년 10월 19일,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구속이 확정되자 번호를 변경했다. 약 두 달 뒤인 12월 27일에는 기기를 교체했는데, 이는 대장동 관련자인 고 유한기 전 본부장과 고 김문기 전 처장이 잇따라 사망한 직후였다. 2023년 9월 9일에도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이날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대북송금 사실을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번복한 이틀 뒤이자, 이 대통령이 대북송금 사건 피의자로 검찰에 출석한 당일이다.
가장 최근인 2025년 10월 13일, 국정감사 시작일에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휴대전화 교체가 이뤄졌다. 김 실장은 이날 오전 10시 36분 기존 아이폰14를 아이폰17로 변경했다가, 불과 9분 만에 다시 원래 사용하던 아이폰14로 기기를 되돌렸다. 박정훈 의원은 이를 두고 단순히 기기를 바꾼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번호의 유심을 이용해 잠시 갈아 끼운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김 실장이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휴대전화 교체가 증거인멸을 위한 행위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과거 이 대통령이 2016년 "사고가 나면 휴대전화를 절대 뺏기면 안 된다"며 증거인멸의 중요성을 강조한 발언도 소환됐다. 김 실장이 이 대통령의 '휴대전화 간수 지령'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김 실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해 휴대전화를 교체한 이유와 증거인멸 의도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남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