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현안 관련 발언하는 김병기 원내대표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재건축을 앞둔 잠실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채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을 옹호해 ‘갭투자’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과거 13년간 실거주했기 때문에 투기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이는 사실관계를 떠나, 논점 자체를 흐리는 교묘한 언어적 트릭이자 대중을 기만하는 궤변에 가깝다.
김병기 원내대표의 해명은 시간을 거스르는 마법이라도 부리는 듯하다. 그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따른다면, 갭투자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현재’의 상태가 아니라 ‘과거’의 이력이 된다. 과거에 실거주했다는 ‘알리바이’만 있으면, 현재 세를 놓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행위는 모두 면죄부를 받는다는 말인가. 이는 마치 과거에 선량한 시민이었다는 이유로 현재의 범죄를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논리적 비약이다. 갭투자란 ‘현재’ 전세를 끼고 집을 소유한 상태를 지칭하는 것이지, 소유자의 과거사까지 샅샅이 훑어 판결하는 역사 재판이 아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2003년 이사 당시엔 재건축의 ‘재’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명백한 사실 왜곡이거나, 최소한 대중의 기억을 과소평가하는 오만이다. 2003년 10월의 언론 보도만 찾아봐도 “서울 아파트값이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뚜렷한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송파구의 40평대 이상 대형 평수는 가격 급등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재’자가 아니라 재건축 광풍이 불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이런 명백한 사실 앞에서 ‘기억나지 않는다’는 식의 해명은 비겁할 뿐이다.
이런 이중적 행태는 우리에게 구소련의 특권 계급, ‘노멘클라투라(Nomenklatura)’를 떠올리게 한다. 그들은 인민에게 평등의 이념을 설파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인민과 격리된 특권적 삶을 누렸다. 이념은 대중을 향한 훈계의 도구였을 뿐, 자신을 구속하는 원칙은 아니었던 것이다. 지금 ‘부동산 정의’를 외치는 이들의 모습에서 그 기시감이 느껴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결국 그의 해명은 모든 비판의 핵심을 교묘하게 비껴간다. 쟁점은 그가 언제 집을 샀고 얼마나 살았느냐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서민들에게는 “빚내서 집 살 생각 말라”고 엄숙하게 훈계하는 그 순간에도, 정작 자신은 재건축이라는 가장 확실한 ‘빚 없는 부의 사다리’를 굳게 붙잡고 있다는 위선 그 자체다. 그는 왜 잠실 아파트를 팔지 않는가? 답은 간단하다. 오를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 지극히 당연한 자본주의적 욕망을, 그는 자신에게만 허락하고 국민에게는 금지한다.
이것이 바로 대중이 분노하는 지점이다. 사람들은 김병기가 강남에 집을 가졌다는 사실 자체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추구하면 ‘탐욕스러운 투기’가 되고, 그들이 하면 ‘과거 실거주 경력이 있는 착한 투자’가 되는 이중 잣대에 분노한다. 국민은 더 이상 ‘나는 다르다’는 정치 엘리트들의 자기 합리화에 속지 않는다. 김 원내대표가 진정 자신의 말을 증명하고 싶다면, 과거사를 늘어놓는 구차한 변명 대신 지금 당장 행동으로 보이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그가 그러지 않으리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것이 바로 그들의 ‘내로남불’이 이념이 아닌 본능에 가깝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4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민주당-내로남불=0
좌파의 내로남불 욕하기도 지칠 지경
나쁜 사마리아인. 사다리 걷어 차기잖아. 자식 문제도 어야부야 넘어가고...
이젠 내로남불도 지겹다. 이재명의 사악함을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댓글 보니 이게 왜 문제인지 과연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