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좋아요’ 정치가 만든 막장 드라마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10-15 08:31:07
  • 수정 2025-10-15 08:42:26

  • 시스템 붕괴와 항명의 생중계
  • 백해룡 파견 지시가 불붙인 권력기관의 자폭 쇼

[속보] 동부지검 사진 : 취재진 앞에 선 백해룡 전 형사과장 (서울=연합뉴스)

국정 운영이 한 편의 막장 드라마로 전락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의 해결사로 의혹 제기 당사자인 백해룡 경정을 지목한 순간, 무대는 꾸려졌다. 대통령의 지시 한마디는 국가 시스템이라는 거대한 톱니바퀴를 움직이는 동력이 아니라, 잘 돌아가던 기계 장치에 던져진 굵은 모래 한 줌이었다. 지명된 장수(백해룡)는 “기존 수사팀은 불법”이라며 출정을 거부했고, 수사 책임자(임은정 검사장)는 “피고발인이 수사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성문을 걸어 잠갔다. 심지어 정성호 법무부 장관마저 이 희대의 코미디에 “부적절하다”며 공개적으로 선을 그었다.


백해룡이라는 인물은 이 사건의 ‘뇌관’이 아니라 ‘폭탄’ 그 자체였다. 그는 의혹의 진실을 밝혀줄 해결사가 아니라, 수사의 공정성이라는 대의를 스스로 폭파시키는 자폭 테러리스트에 가깝다. 자신이 고발당한 사건의 수사팀에 들어가 칼을 휘두르겠다는 발상 자체가 사법 시스템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바로 그 자폭 스위치를 눌러주겠다며 나섰다. 이는 법치주의에 대한 무지를 넘어선 의도적인 파괴 행위에 해당한다. 시스템을 이용해 정적을 제거하려다, 도리어 시스템 자체를 파괴하는 최악의 수를 둔 것이다.


임은정 검사장과 정성호 장관의 반발은 이 코미디의 절정이자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들의 저항은 개인의 권력 다툼이기 이전에, 시스템이 스스로를 지키려 작동시킨 최소한의 면역 반응이었다. ‘수사 대상자는 수사에서 배제되어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원칙을 대통령과 그의 ‘해결사’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임은정의 SNS 글은 단순한 항명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명령에 대한 시스템의 공식적인 ‘오류 보고서’였다. 대통령이 상식을 내팽개쳤을 때, 시스템은 기어이 목소리를 내어 “이것은 틀렸다”고 비명을 질렀다.


이 모든 과정이 SNS를 통해 생중계되었다는 사실은 이 정부의 본질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이들에게 국정 운영이란 시스템에 따른 묵묵한 실행이 아니라, 대중의 ‘좋아요’를 얻기 위한 한바탕 쇼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의 지시는 정책이 아니라 ‘어그로’가 되었고, 공직자들의 항명은 내부 보고가 아닌 ‘저격글’이 되었다. 국가의 중대사가 포털 사이트 연예 뉴스처럼 소비되고, 국민은 이 막장 드라마의 관객으로 전락했다. 이는 단순히 기강이 해이해진 수준을 넘어선, 국가 기능의 완전한 상실을 의미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가장 큰 무기가 ‘돌파력’이라고 착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시스템을 무시하는 돌파력은 불도저가 아니라 폐허를 만드는 폭격일 뿐이다. 그는 백해룡이라는 미사일 하나로 전임 정부라는 목표물을 제거하려 했지만, 그 미사일은 발사대에서 폭발해 아군 진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리더십의 폐허와 조롱거리로 전락한 대통령의 권위뿐이다. 시스템을 존중하지 않는 자, 결국 시스템의 가장 처절한 조롱거리가 될 운명이다. 이 간단한 진리를, 우리는 너무나도 비싼 대가를 치르며 배우고 있다.


관련기사
TAG

프로필이미지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10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16 21:34:17

    잘 읽었습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lrrp04712025-10-15 22:17:10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미약하나마 원고료 보냅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15 16:53:44

    멍청하고 무능하기까지만 해라. 뭘 더 하고 ㅈㄹ이세요. 그냥 사표 쓰고 정치를 해라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15 15:40:54

    이재명하고 박찬대 섞어서 비빈 다음에 반띵하면 백해룡 얼굴이 나온다. 교활함과 멍청함이 뒤섞인...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5-10-15 15:25:58

    대통렁이 "돌파"하는 곳마다 국가 시스템 붕괴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15 15:08:21

    대텅 탄핵 사유 추가.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15 12:41:19

    이재명은 정성호도 임은정도 백해룡도 쫄병들 다 삐지게 만들고 지는 탄핵사유 1건만 적립.. 결국 적립이 충만하여 시스템이 완전히 파괴 됐다고 대중들이 느껴야 탄핵절차에 들어 가겠죠.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idt4m2025-10-15 11:36:39

    천박함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15 10:49:16

    좋은기사 잘읽었습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15 09:01:43

    행정이 사법에 관여하는 게 돌파력?  탄핵 사유 적립력임

    더보기
    • 삭제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미국이 대신 싸워주는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 새해 벽두부터 한미 관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 국무부가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중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예정됐던 한미 FTA 회의는 돌연 취소됐다. 미국이 타국의 국내법에 이토록 즉각적이고 강경하게 반응하는 건 이례적이다.이유는 명확하다. 이 법이 겉으로는 ‘가짜 뉴스 근절’을 내...
  2. 진실게임 격화.... 쿠팡, "국정원 직원 3명 만나…강에서 증거 건지라 말해" 쿠팡은 최근 발표한 개인정보유출의 자체 조사 결과와 발표해 국가정보원의 협조에 따른 것이라고 31일 거듭 주장했다.이재걸 쿠팡 법무 담당 부사장은 이날 국회 청문회에서 '국정원이 일방적으로 용의자를 접촉하라고 지시했느냐'는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의 질의에 "(국정원이) 12월 1일 처음 공문을 보내고, '국가..
  3. "이재명에게 보고됐다" 김현지의 음성, 그리고 피의자에게 돌아간 탄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지난 총선을 앞두고 구의원들로부터 공천 대가성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당시 이재명 당 대표실에 보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적으로 은폐되었다는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이 확인됐다. 이수진 전 의원은 5일 조선일보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김현지 당시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당시 보좌관)과의 통화 내...
  4. 전두환이 무덤에서 기립박수 칠 '민주당의 독재론' 2026년 새해 벽두, 여의도에서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이 들려왔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국민은 돈만 벌게 해주면 독재도 환영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농담이 아니었다. 진심이었다.이 말을 듣는 순간, 연희동 어딘가에서 기립박수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그가 살아서 이 말을 들었다면 무릎을 치며 반겼을...
  5. [칼럼] 오죽했으면 노조가 나서서 "대형마트 규제 풀어달라" 외칠까 오죽했으면 노조가 나서서 "대형마트 규제 풀어달라" 외칠까정치인들에게 '반(反)기업 정서'만큼 달콤한 마약은 없다. 거대하고 탐욕스러워 보이는 '공룡(대기업)'을 사냥하여 마을 사람들(소상공인)에게 고기를 나눠주겠다는 서사는 얼마나 매혹적인가. 지지자들에게는 정의 구현이라는 '도파민'을, 정치인에게는 표심이..
  6. [종합]이혜훈 '갑질'에 민주당 '폭발'… 사퇴론 들불처럼 이재명 정부가 '국민 통합'과 '경제 전문성'을 명분으로 내세운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이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후보자의 과거 '12·3 내란' 옹호 전력에 이어 인턴 직원을 향한 충격적인 폭언 녹취가 공개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선을 넘었다"는 비토론이 쇄도하고 있다. "너 아이큐 ..
  7. [칼럼] 대통령의 자격 국가 지도자의 자격은 어디서 오는가. 헌법과 법률이 정한 권한 이전에, ‘우리가 누구이고, 적이 누구인가’를 구분하는 명징한 인식에서 온다. 그런데 2026년 대한민국, 국군 통수권자의 입에서 그 인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발언이 나왔다.“우리가 북한에 대해 군사적 공격 행위를 해서 그들이 불안해했을 것이다.”귀를 의심...
  8. 새미래민주당, 정당 최초 웹드라마 <강소의 기적, 새민상사> 제작 발표 새미래민주당(새민주)은 8일(목) 국회 소통관에서, 정당사 최초 정치풍자 웹드라마  제작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당일 오후 2시30분에는 서대문구에 위치한 소극장 '필름포럼'에서 시즌1을 공개하는 시사회도 예정되어 있다.웹드라마에서 '새민상사 대표'로 분한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는 이번 시도를 "대한민국 ...
  9. 김병기 고발만 11건, 서울경찰청 통합 수사 착수…가족까지 수사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둘러싼 각종 비위 의혹이 경찰 수사로 간다. 서울경찰청은 31일, 김 전 원내대표와 관련된 고발 사건 11건 중 10건을 공공범죄수사대에 모아 통합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민주당 내 도덕성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보좌진의 녹취록 등 구체적 증거가 쏟아지면서 사법 처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
  10. [전병헌 기고] ‘셰셰 외교’의 함정 : 전략적 모호성인가, 전략적 굴종인가 정부는 ‘하나의 중국 존중’ 발언과 ‘적대적 두 국가론’ 수용 의혹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이재명 정부의 외교 노선이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자초한 “중국에는 셰셰, 미국에는 땡큐”라는 이른바 ‘셰셰 외교’가 단순한 말장난을 넘어, 이제는 국정 운영의 실질 기조로 ..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