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영방송 '미국의 소리(VOA)'가 한국어 방송을 재개했다. 그러나 이 전파가 향하는 곳은 평양의 금수산궁전이 아니라 서울의 용산 대통령실이다. 이번 방송 재개는 중단된 대북 심리전의 공백을 메우는 '대체재'가 아니다. 그보다 훨씬 심각한, 동맹국의 민주주의와 체제 정통성에 대한 공개적인 '의문 제기'다. 지극히 이례적이고 엄중한 사태다.
지난 6월 미국 의회 출석한 캐리 레이크 USAGM 대표 대행 [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금지 (Photo by JOE RAEDLE / GETTY IMAGES NORTH AMERICA / Getty Images via AFP)]사건의 본질은 미 정부 책임자의 법정 증언에 담겨 있다. 캐리 레이크는 방송 재개가 트럼프 대통령의 SNS 글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숙청 또는 혁명같이 보인다"는 바로 그 문장이다. 이는 VOA 방송의 목적이 북한의 인권 유린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동맹국인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정치 상황 그 자체를 문제 삼고 있음을 명백히 한 것이다.
결국 미국은 '대북 방송'이라는 기존의 틀을 빌려, 사실상 '대한민국 민주주의 현주소'를 논하는 새로운 방송을 시작한 셈이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대북 굴종 정책에 대한 불만을 넘어, 그 정책을 낳은 대한민국의 정치 시스템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워싱턴에 싹트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미동맹 70여 년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시중에서는 "미국이 한국을 '정상 국가'의 범주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극단적인 우려마저 나온다. 한미동맹은 단순한 군사 동맹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혈맹(血盟)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동맹국을 향해 '숙청', '혁명' 같은 단어가 나온 순간, 이 가치 동맹의 근간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한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폭주가 대한민국을 어디까지 끌고 갈 것인가. 동맹국이 우리 민주주의의 건강 상태에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이 굴욕적인 상황은 전적으로 현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외교적 실패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국격(國格)과 정체성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중차대한 위기다.
이제 VOA는 북한 주민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 국민과 전 세계를 향해 질문을 던질 것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안녕한가?' 자, 이재명 정부는 무엇이라 답할 것인가.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4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에 민주주의가 있을까요! 이재명정권은 공산집권 시스템을 가동하고 심지어 중국에 나라를 내어주려는 것 같습니다. 나라 망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ㅠㅠ
미국이 갈수록 우릴 경계하는데 방구석에서 반미만 하면 뭐할것인가 정말 이 정부에 묻고 싶네요
'이재명 정부의 폭주가 대한민국을 어디까지 끌고 갈 것인가. '
'한국의 민주주의는 안녕한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
벼랑 끝에 서있는 건 국민 개개인의 일상도 마찬가지일 테지요.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