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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맞서는 배짱, 왜 중국 앞에선 사라지나
  • 박주현 칼럼리스트
  • 등록 2025-09-19 20:52:24
  • 수정 2025-09-19 21:23:23

  • 美에겐 대놓고 반기, 자국민의 반중(反中) 목소리는 ‘깽판’ 취급

붕괴된 가자지구 시설붕괴된 가자지구 시설

현지시간 오늘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영국 스타머총리와의 회담에서 중동문제에 ‘두 국가 해법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동맹이라면 새겨들어야 할 미국의 공식 중동 정책이다. 그런데 바로 하루전인 어제, 대한민국 외교장관은 팔레스타인에 전화를 걸어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한다’고 했다. 현직 미 대통령이 동쪽으로 가는데, 핵심 군사 동맹인 한국은 정서쪽으로 폭주하는 꼴이다. 대체 무엇을 위한 외교인가. 미국의 반응을 예상 못했다는 핑계는 대지않길 바란다. 항상 이스라엘의 중동정책을 지지해온 미국의 역사를 모른다는 무능의 고백이 될테니 


우리가 팔레스타인을 편들어 얻는 국익이 무엇인가. 아무 실익 없이 중동 문제에 끼어드는 것은 외교적 자해(自害)다. 특히 그 방식이 동맹국 현직 대통령의 정책을 정면으로 받아치는 것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게다가 한국과 한국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걸로 알려져 일본 눈치 안보고 거의 유일하게 자국지도에 독도를 단독표기 해줄 만큼 우리에게 호감을 표하던 이스라엘은 가만히 있다 뒤통수 맞은 기분일테다. 이것은 단순한 의견 차이가 아니라 입에 발린 실용이나 국익과 가장 거리가 먼 공공연한 도발이다. 시중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작심하고 ‘반미 정권’ 인증이라도 받으려는 것이냐”는 탄식이 나온다. 정상 국가라면 상상 못 할 일이다.


이 기괴한 외교는 국내로 오면 더 노골적인 이중잣대로 이어진다. 국무총리가 자국민의 집회를 향해 ‘강력 조치’를 천명했다. 대통령이 먼저 ‘깽판’이라며 운을 띄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국가 최고 지도자들이 특정 집회를 콕 집어 사실상의 ‘탄압’ 지침을 내린 이 이례적인 풍경의 대상은, 중국 국민이 아닌, 중국 공산당의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다. 그 이유랍시고 내세운 것은 “그 지역 상인들과 중국인들의 불편과 불안감”이었다.


대한민국의 모든 집회는 사전에 신고만 하면 가능하다. 사법부는 “집회는 본질적으로 타인에게 불편이나 불안을 줄 수 있으며, 이는 집회를 금지할 사유가 되지 못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기본 정신이자, 소음과 교통체증, 심적 불편함까지 감수하며 민주주의 국가가 지켜내야 할 헌법적 가치 그 자체다. 집회의 본질이란 원래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불편함을 통해 다수의 무관심을 깨고 사회적 의제를 던지는 것이 집회의 본령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벌어지는 일은 행정부가 사법부의 판단을 정면으로 깔아뭉개고,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권을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무력화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법치(法治)가 아니라 인치(人治), 그것도 특정 국가의 심기를 경호하기 위한 통치로 가겠다는 위험한 신호다.


이 기괴한 법치 유린은 한 꺼풀만 벗겨보면 더 기막힌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반중 집회를 ‘깽판’이라며 칼을 빼 든 김민석 국무총리의 친형은 누구인가. 바로 서울 한복판에서 성조기를 불태우고 ‘미군 철수’를 외치는 대표적인 반미 단체 ‘촛불행동’을 이끄는 인물이다. 형이 주도하는 반미 시위는 단 한 번도 ‘미국인들의 불안감’을 이유로 총리의 ‘강력 조치’ 대상이 된 적이 없다. 형의 반미는 ‘표현의 자유’이고, 국민의 반중은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깽판’이라는 말인가. 이보다 더 노골적이고 후안무치한 이중잣대가 어디 있는가.


동맹의 공식 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미국이라는 동맹에는 이렇게 대놓고 각을 세우는 배짱을 부리면서, 왜 자국 영토 내에서 벌어지는 중국 비판 집회 앞에서는 헌법에 명시된 집회의 자유와 법원의 결정까지 무시하며 벌벌 떠는 모습을 보이는가.


밖으로는 불필요하게 현직 미 대통령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안으로는 사법부와 헌법의 가치를 무시하며 중국의 심기를 살피고, 심지어 총리 형제가 ‘반미-친중’으로 역할을 분담한 듯한 촌극까지 벌어진다. 이 모든 조각들이 가리키는 방향은 단 하나다. 이것은 단순한 정책적 실수가 아니라, 이 정권의 뿌리 깊은 이념적 정체성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이런 행동을 하고도 ‘친중이 아니고 반미가 아니다’라는 말을 워싱턴이, 아니 세계가 믿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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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9-20 10:06:37

    어떤 빚을 졌기에 한 나라의 수장이  공산국 독재자의 개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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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9-20 06:35:53

    선거 개입에 대한 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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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squf242025-09-20 06:35:08

    소신도 용기도 배짱도 외교도 뭣도 아닌
    그저 자기 정치질하기 유리한 선택지 중 하나 고르기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싶은 생각만 든다.
    국민 국가 ? 아몰랑, 그저 내 정치의 효용성만 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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