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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과제는 ‘초등생 일기장’, 집권 플랜은 ‘타짜’ 수준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9-16 18:02:02
  • 수정 2025-09-16 18:08:04

  • 국가의 미래 먹거리인 A.I 정책도 결국엔 선심성 퍼주기로 전락
  • AI 백년대계는 ‘뜬구름’, 자기들 연임 계획은 ‘분초 단위’

국무회의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국무회의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세종=연합뉴스)

세상에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 있다. "대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면 구체적인 계획 하나 없이 그저 "잘~"이라고 답하는 식이다. 이런 농담 같은 장면이 지금 대한민국의 국정 운영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5대 국정 목표라는 것이 딱 그 짝이다. '국민이 하나 되는 정치', '세계를 이끄는 정치', '모두가 잘 사는 균형 성장', '기본이 튼튼한 사회', '국익 중심의 외교 안보'. 하나하나 뜯어볼수록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이게 도대체 목표인가, 아니면 말장난인가. 경제 성장률 몇 퍼센트, 국민 소득 몇만 불 같은 구체적인 숫자는 단 하나도 없다. 이런 공허한 구호들은 나중에 어떻게 그 성과를 측정하고 국민 앞에 평가받겠다는 것인가. 애초에 평가가 불가능하다. 현 정권이 이런 추상적인 단어들만 늘어놓는 이유는 뻔하다. 나중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밑자락 깔기다. 수치를 내걸었다가 실패하면 정권에 부메랑이 될 것이니, 아예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빠져나갈 구멍부터 만들어 놓는 것이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이끄는 청사진이 아니라, 정권의 안위를 위한 '책임 회피용' 목표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이런 '잘~' 정신의 결정판이 바로 'AI 강국'을 만들겠다며 내놓은 정책이다. 150조 원 펀드라는 거창한 포장지를 열어보니 나온 것은 '쉬고 있는 청년에게 AI 교육을 받으면 생활비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AI가 동네 컴퓨터 학원 자격증쯤 되는 줄 아는 모양이다. AI 분야는 수학, 통계학, 컴퓨터 공학 등 깊은 학문적 기반 위에서 수년간의 연구와 필드 경험이 쌓여야 겨우 전문가 소리를 듣는 곳이다. 세계는 지금 석·박사급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 국경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첨단 기술 분야의 인재를, 직업 교육시키듯 몇 달 가르치고 생활비를 쥐여주는 방식으로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다.


이는 인재 양성이 아니라 사실상의 실업급여 우회 지급이며,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니라 현재의 표를 의식한 현금 살포와 다름없다. PBR과 PER도 구분 못 하는 경제 수장이 설계한 정책이니 그 수준이 오죽하겠는가. 진정 AI 강국을 원한다면 그 돈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석학을 영입하고, 기업과 대학의 R&D 연구소를 지원하며, 실리콘밸리로 떠난 우리 인재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파격적인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이 정부는 가장 손쉬운 길, 즉 미래 세대의 주머니를 털어 청년층의 환심을 사는 길을 택했다.


기가 막힌 것은, 국가의 미래가 걸린 AI 정책은 이토록 허술하게 내놓는 정부가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이 걸린 문제에 대해서는 우스갯소리로 '타짜'수준으로 놀랄 만큼 치밀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정과제 1호로 내건 '개헌'이 바로 그것이다. 대통령 4년 연임제, 결선 투표제 도입, 5·18 정신 헌법 수록 등 자신들의 장기 집권과 정치적 기반 강화를 위한 계획은 분초 단위로 짜여 있다. 국가 백년대계는 초등학생 일기장 수준으로 제시하면서, 정권의 백년대계는 칼날같이 벼려 내놓은 이 이중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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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9-17 08:19:34

    문과 이는 동색이어요 하나는 뒤로 호박씨 까쳐먹고 하나는 대놓고 까쳐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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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godory2025-09-16 22:56:10

    메이저언론들은 나라가 어느정도로 나가 자빠져야 이런 기사를 낼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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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9-16 22:41:06

    잘 읽었습니다. 뭣하나 잘~ 하는 거 없으면서 뭐든 잘~ 하겠다는 정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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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jaemyung2025-09-16 21:27:27

    정권이 바뀌면 공무원들 입장에선 세상이 바뀐건데 이제 국정에 대한 감사는 하지도 못하는 감사원과 검찰을 믿으라고?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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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9-16 21:07:10

    반재명님 2025년 7월 16일, 검찰이 “공소장 내용을 통계 ‘조작’이 아니라 ‘수정’으로 고치겠다”며 자신들의 한 수사와 기소 내용을 스스로 뒤집었다. 재판에서 감사원이 부동산원 직원들에게 월성원전 사건을 사례로 들며 ‘제대로 협조하지 않는 사람들은 감사기간 끝나고도 불러 재조사할 테니 두고 보아라’고 압박한 정황도 드러났다. # 한국부동산원 소속 증인은 청와대 측에서 직접적이거나 명시적으로 통계를 수정하라는 지시는 없었다고 증언했다. (나무위키에 있는 내용 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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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jaemyung2025-09-16 19:18:17

    조작으로 따지자면야 문재인이 몇수 위지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230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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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jaemyung2025-09-16 19:15:39

    윤석열때 최상목이 아니라 그 누구도 훌륭할 수가 없던게 맨날 국회불러다 청문회하고 망신주고 맘에 안들면 탄핵했잖아 ttps://www.joongang.co.kr/article/25331423 이기사좀 봐봐 버선트가 극찬하고 2주면 끝난다는 협상 국힘에게 공적으로 넘어갈까봐 기어히 최상목 탄핵안 올린게 5월 1일이라니까? 국익에 해가 된다고 그리 최상목이 읍소해도 내란 몰이 해놓고 니들이 개판치면 국익이고 상대는 아니야? 양심이 좀 있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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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squf242025-09-16 19:06:55

    정곡을 짜르셨네요.
    '그저 잘' 이 전부인 정권
    아무것도 기댈 것이 없는
    그냥 제발 더 망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 밖에는 가질 수 없는
    최악의 정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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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9-16 19:05:06

    박주현 씨 작성한 기사들 보면 미국이 요청한 외환 보유액 80% 정도를 달라고하는 내용은 없으시네
    최근에 윤석열 정부가 채무 80조~90조를 장부에 누락시켰다는 기사가 있네요.
    최상목이 윤석열 정부 기획재정부 장관이었죠 (트위터에서 최상목 타령하시길래)
    윤석열 정부때  최상목이 훌륭했던 부분이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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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9-16 19:04:36

    AI 개발에 가장 필요한 게, 많은 전기가 필요한 데이터센터고 그래서 원자력발전소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우리는 신재생에너지라고 중국산 태양광 패널만 전국에 깔아 놨으니 그저 말만 번지르르한 범죄자 정권답다는 생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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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9-16 18:58:44

    숫자로 나온 거 있잖아요 주가 5000
    지금 연기금 왕창 부어서 주가 부양한다고 합니다
    내 연금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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