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의 강유정 대변인이 기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남을 대신하여 어떤 일에 대하여 말하는 사람.”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대변인’의 정의다. 대변인은 개인적 의견을 개진하는 자리가 아니라, 기관이나 대표자의 공식 입장을 ‘대신’ 전하는 사람이다. 정치권에서 대변인의 역할은 더욱 무겁다. 정당, 대통령실, 정부부처 등 공적기관의 대변인은 공적인 정책과 입장을 국민과 언론에 전달하는 일을 한다. 이 때, 최대한 정확하고 간결하게 공식적 입장을 전함으로서 의문과 혼선을 해소해야 한다. '대변' 하는 과정에서 조직의 입장이 일관되어 보이도록 논리의 정합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최근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의 행보는 이러한 기본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1. 지나친 의견 개입과 혼란스런 중언부언
강 대변인의 브리핑과 질의응답에는 자의적 해석과 감정이 지나치게 섞여 있다. 대변인은 대통령실의 입장을 대신 전달하는 ‘전달자’인데 그는 정치인이나 논평가처럼 말한다. 대변인의 말은 정확하고 간결해야 한다. 그러나 강 대변인의 브리핑은 주술관계가 맞지 않는 중언부언에 개인적 의견이 뒤섞여 장황하다. 정말 중요한 질문에는 ‘답변이 끝났다’ 고 얼버무리고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내용(대통령이 시장방문에서 구입한 음식 목록 같은) 지나치게 자세하게 전달할 때가 부지기수다. 기자들은 당황스러워하고 국민은 혼란스러워진다. 국민이 원하는 건 “대변인의 생각”이나 지엽적인 팩트가 아니라 “대통령실의 명확한 입장”이다.
2. 삼권분립을 흔드는 위험한 발언과 속기록 수정
어제 중앙일보는 <"조희대 사퇴 원칙적 공감"→ "오독"…대통령실, 논란 일자 속기록 수정도> 라는 기사에서 강유정 대변인이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 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에 대해 답변한 후 네 차례나 브리핑을 수정한 것을 보도했다. 오전 8시 50분 1차 브리핑 이후 11시 33분 까지. 오전 내내 대변인실은 강 대변인의 발언을 수정하고, 삭제하고, 수정 문자를 보내느라 난리통이었을 것이다. 대통령실 대변인의 발언이 이런 식으로 정정되고 브리핑 속기록에서 특정 발언이 삭제되는 것은 ‘사고’ 에 다름 아니다. 이 속기록이 ‘대통령기록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문제다.
중앙일보가 보도한 강 대변인 발언의 정정, 수정, 속기록 삭제 타임라인. (이미지: 중앙일보0
대통령실 대변인은 사법부나 입법부에 대해 함부로 언급할 자리에 있지 않다. 강 대변인은 발언 초반에 '아직 저희가 특별한 입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라고 말했다. 거기서 멈췄어야 했다. 애초에 대통령실이 대법원장 임기 문제에 입장 같은 것을 가질 수가 없다. 하지만 이후에 이어진 강 대변인의 발언은 대통령실이 사법적 판단에 선제적으로 개입하거나 국회나 법원을 견제, 압박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이는 삼권분립을 무시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나온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권력에도 서열이 있다" 와 맥을 같이 하는, 충격적인 발언이다.
3. 대통령실 내부 '소통'의 결핍?
이런 사태가 계속되는 것은 비단 대변인 혼자만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대변인은 가능한 많은 현안들을 정확하게 지하고 내부 논의를 통해 공유할 것과 보안으로 남겨둘 것을 구분해야 한다. 그러나 여러 사례를 돌이켜 보면 강 대변인이 충분한 내부 정보 공유나 조율 없이 브리핑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지엽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말이 늘어지고, 첨예한 질문에 대해서는 중언부언하는 것은 사안을 제대로 공유받지 못하거나 정무적 판단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변인의 혼선은 대통령실 내부가 전략적으로 조율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강유정 대변인은 문학평론가 출신이다. 말과 글에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고 주관이 강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강 대변인은 대통령실 내의 정보와 정무적 판단을 충분히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특기(문학)를 활용해 하루하루 모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변인의 말은 곧 대통령실의 말이다. 그런데 그 메시지가 개인적 색채에 물들거나 정보의 일관성을 잃는다면, 국민은 결국 대통령실 자체를 불신하게 된다. 때문에 대변인의 실언은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실패가 아니라, 국정 운영의 정당성을 약화시키는 치명적 결과로 이어진다.
카타리나타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7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삼권분립이 무슨 말인지만 알면 안생길 문제
이텅의 말이 곧 법일 대텅렁실 안에서 소통이 있을 리 만무. 그러니 평론가 시절의 장황하고 모호하게 늘어뜨리던 말버릇까지 한몫한 듯요.
그렇군요. 이제 이재명이 강유정을 안 짜르면 탄핵의 근거인 대법원장 사퇴 공감 입장을 안고 가겠다는 거죠. 시효가 없는데요. 이재명은 지상 최고의 눈치주의자 인데요.
대변인한테조차 정보 공유하기 싫으면 대통렁 본인이 직접 나와 브리핑하던지.
대통령살은 몰라도 이재명에게는 최고의 대변인 아니겠습니까?
그 누가 강유정만큼 심기 대변을 싸겠습니까?
헛소리까지 대신해 주고 있는데요
대통령실과 대변인 사이도 소통이 원활해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서는 앞으로도 정상적인 브리핑이 나올 일은 없겠네요..
특기를 활용해 하루하루 버티기 극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