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하는 강유정 대변인 (서울=연합뉴스)
대통령실의 입이 헌법의 대원칙인 삼권분립을 부정했고, 그 잘못을 덮으려 국가 공식 기록인 대통령실 속기록 마저 조작했다. 물론 기자들의 반발로 다시 수정되긴 했지만, 이는 대변인 개인의 자질 문제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현 정권의 국정 철학과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어떤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정상적인 민주국가에서 행정부가 사법부 수장의 거취에 대해 공개적으로 동조하며 압박하는 것은 상상조차 힘든 일이다. "선출된 권력" 운운하며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공감'한다는 발상은, 행정부가 사법부를 자신들의 아래에 두겠다는 위험한 인식과 다르지 않다. 삼권분립은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으로 국민의 자유를 지키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다. 대통령실이 이를 정면으로 흔든 것이다.
사후 대응은 더욱 심각하다. 비판이 쏟아지자 자신의 발언을 언론이 '오독'한 것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대통령기록물인 속기록에서 문제의 '공감' 부분을 삭제했다. 이는 임진왜란의 치욕적인 역사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기 위해 집권 세력이 '수정실록'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역사서를 다시 쓴 조선 선조 시대의 행태와 무엇이 다른가. 당시에도 명분은 '사실관계의 바로잡음'이었지만, 본질은 권력의 입맛에 맞춘 역사 왜곡이었다. 국가의 공식 기록을 자신들의 실수를 덮는 휴지조각처럼 여기는 천박한 인식이 아니고서는 나올 수 없는 행동이다.
지난 12일 법원의 날 기념사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서울=연합뉴스) 결국 이 모든 소동은 대통령의 용인술 실패로 귀결된다. 영화 평론가를 국정 운영의 최전선에 있는 대변인으로 앉힐 때부터 예견된 참사였는지 모른다. 헌법과 국가 시스템에 대한 기본적 이해도, 막중한 책임감도 찾아보기 어렵다. '김어준 방송 출연 횟수가 요직의 척도'라는 시중의 말을 증명하듯, 답변이 곤란하자 '정부에 물어보라'는 황당한 대응을 했던 걸 상기하면 이재명 정부는 인사부터 행태까지 전방위적으로 국정을 희화화되고 있다.
대통령 대변인의 말 한마디는 대통령의 생각과 국정 방향을 담는 그릇이다. 그 그릇이 깨져 내용물이 쏟아진 것도 문제지만, 깨진 그릇을 감추려고 땅바닥까지 파헤친 것은 더 큰 문제다. 이번 사태는 정권의 기강 해이와 아마추어리즘이 위험 수위를 넘었음을 알리는 경고등이다. 이를 단순한 말실수로 넘겨선 안 된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5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이재명은 연산군이라고 한 이언주의 말이 맞네요
탄핵에는 시효가 없죠..강유정이 큰 건 했네 ㅋㅋ
대텅이 한심하니 모든 부하 직원들이 저 따위!
범죄자 정권 내 그 누구 하나도 멀쩡한 사람이 없다는 게 놀랍다
이러다 진짜 제2의 IMF올까 겁난다
똥망진창 이정부
국가와 국민이 더 이상 피해보기 전에 하루 속히
폭삭 망하길, 진심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