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일, 최교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12시간에 걸친 마라톤 검증으로 진행됐다. 때로는 정책 질의를 압도하는 이념 공방과 예상 밖의 해프닝이 연출되며 청문회장은 뜨거운 논쟁과 함께 웃음과 당혹감으로 술렁였다. 유보통합, 인공지능 인재 양성, 고교 학점제, 대학 구조 개선 등 교육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후보자의 과거 행적과 발언을 둘러싼 여야의 치열한 공방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웠다.
답변 고심하는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 (서울=연합뉴스)
'부끄러운 부산' 시 공유 논란…예상 밖 '초고속 사과'
청문회 시작부터 김대식 의원(국민의힘)은 최 후보자가 2012년 대선 직후 자신의 SNS에 "여전히 부끄러운 부산"이라는 시를 공유한 것을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이를 부산 시민을 모독하는 발언이라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고, 불참까지 시사하며 초강수를 뒀다.
최 후보자는 직접 쓴 것이 아니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하여 공유했던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이내 "신중하지 못했던 공유라고 생각해서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라며 초고속 사과했다.
17회 방북 기록 논란, '북한 체제 찬양' vs '평화 통일 위한 교류'
최 후보자의 북한 방문 이력은 청문회 내내 뜨거운 감자였다. 김대식 의원은 김일성 생일이나 북한 노동당 창건일 등 주요 기념일에 맞춰 총 17회 방북했고, 그중 8회는 한국토지공사 감사 재직 시절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북한 체제 찬양' 의혹을 제기했다. 최 후보자는 개인 방문이 아닌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민화협)'의 공적인 업무였다고 설명하며, 북한을 직접 방문한 후 "남한과 북한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느꼈고, 경쟁 대상이 아닌 평화 통일을 이루어야 할 대상이라는 '연민의 마음'이 더 커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무부 출입국 기록에 17회 방북 기록이 확인되었으나, 통일부 승인 자료는 2003년 이전 기록이 부재하여 정확한 목적이 기재되지 않은 4회 방북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사회주의 모범 국가' 발언, 위증 논란에 후보자 '당황'
정성국 의원(국민의힘)은 최 후보자가 과거 "해방 직후 미국이 없었다면 한국이 사회주의 모범 국가가 됐을 것"이라는 주장에 동조한 적 있냐고 물었다. 최 후보자는 "없어요. 없습니다. 실제로 없어요."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정 의원이 2020년 교육감 재직 시절 최 후보자의 페이스북에 해당 글을 "공감하며 공유합니다"라고 쓴 기록을 제시하자 상황은 반전됐다.
증거가 제시되자 최 후보자는 "제가 좀 정신이 없고 좀 당황한 상태여서 그랬는지 이야기한 적이 있는 것으로 제가 잘못들어서 그런 일이 아무리 생각해도 없습니다 이렇게 얘기했었는데 그 글을 보여 주시니까 어 그래도 저런 글이 있었나 싶은 거고요... 너무 가볍게 그걸 동의를 했던 것 같은데 그 잘못 들어서 그랬다는 말씀과 함께 좀 신중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는 그랬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중언부언하며 크게 당황했다.
정 의원은 이를 "분명한 위증"으로 규정하고 고발 조치할 것을 요청하며 청문회장을 뜨겁게 달궜다.
이념 공방 격화, '내란 프레임' 공방 속 '정회' 해프닝
청문회 중반, 너무나도 쉽게 허물어지는 최 후보자에 당황한 여당 민주당 의원들은 검증 공세에 맞서 '내란' 프레임을 꺼내 들며 역공을 펼쳤다. 박성준 의원(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을 "내란까지 범했던 정권"으로 규정하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최교진 후보자를 이데올로기적 잣대로 몰아가는 것 자체가 윤석열 내란 정권의 연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내란 옹호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적겨준 후보자에게 그런 질의를 할 수 있느냐"며 국민의힘 의원들의 질의 자격을 문제 삼았다.
이에 조정훈 간사(국민의힘)는 "저희 국민의힘 교육 위원 중에 내란을 옹호했다는 발언을 하셨습니다. 속기록에 남아 있습니다. 실명 거론해 주십시오."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강력히 반발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고민정 간사(민주당) 또한 "지금도 여전히 내란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동의합니다"라고 박성준 의원의 발언을 옹호하며 난타전에 뛰어들었다.
결국 청문회는 이념 공방으로 치달았고, 김영호 위원장은 기다렸다는 듯 정회를 선포했다.
'전과 3범' 이력…음주운전 거듭 사과
최 후보자의 '전과 3범' 이력 또한 도마에 올랐다. 음주운전 전과(벌금 200만원)에 대해서는 "내 생애에서 가장 후회하는 일"이라며 진심으로 사과했다. 이 자리에서 정성국 의원은 교원들의 음주운전 징계 사례를 언급하며, 본인은 교원들의 음주운전을 징계해왔으면서 교육부장관이 되려 하냐는 취지로 강하게 질타했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두 번의 사과' 진정성 논란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최 후보자의 음모론 탑승 논란의 중심이었다. 김용태 의원(국민의힘)은 최 후보자가 이스라엘 잠수함 충돌설 등 음모론 글을 공유하고 관련 영화를 홍보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 후보자는 처음에는 "토론해 볼 가치는 있지 않을까 하는 차원에서 공유했지만, 지금은 국가의 발표를 존중한다"며 1차 사과를 했다. 그러나 김용태 의원의 집요한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냐'는 질문에는 끝내 답하지 않으며 '당시 주장이 음모론이라는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며, 현재도 천안함 음모론을 믿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남게 했다.
세종 교육감 재직 11년, '인덕션'은 업적
세종시 교육감으로 11년간 재직했던 최 후보자의 행정 능력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김준혁 의원(민주당)은 "전국에서 최초로 급식실에 인덕션 설치를 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열악한 조리 환경에서 일하는 급식 종사자들의 건강을 배려한 정책임을 강조했다.
반면, 11년간 교육감을 역임했음에도 세종시의 사교육 참여율과 1인당 사교육비는 전국 최상위권에 속해 공교육 강화 목표와 상반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 후보자는 "공교육의 실패라고까진 생각 안 하지만 사교육을 막지 못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신입생 배정 오류로 학부모들이 소송을 제기했을 때, 교육청이 승소 후 학생들에게 소송 비용을 청구한 사례도 지적됐다. 김민전 의원(국민의힘)은 경제적 자력이 없는 학생들에게 소송 비용을 회수하지 않을 수 있는 규정이 있음에도 이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교육자로서의 자세가 아니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LH 감사 시절 '낙하산 감사' 및 고액 연봉 논란
최 후보자가 한국토지공사(LH) 감사로 재직할 당시(2005년 11월~2008년 3월), 전문성 없이 낙하산 인사로 발탁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 후보자 재직 당시 LH 청렴도 순위가 19개 공공기관 중 꼴찌였음에도, 2007년 연봉 9,670만원 등 3년간 4억 7천만원을 수령한 것을 두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보은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최 후보자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감사 재직 중 지역 대학으로부터 장학금을 수령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입시 경쟁 비판 → 입시 성과 홍보로 입장 변화 논란
최 후보자는 과거 자신의 저서에서 수능을 "필기고사 성적만으로 줄세우는 폭력"이라 표현하고, 2014년 교육감 출마 공보물에서도 입시 경쟁 때문에 "온몸으로 울고 있는 아이들"이라는 표현을 쓰며 비판했었다. 그러나 4년 뒤 2018년 교육감 선거 공보물에서는 고교 입학생 대학 진학률, SKY/주요 대학 진학률이 2.5~5배 늘었다며 '입시 학원 홍보 자료'처럼 치적을 홍보했다. 서지영 의원은 이를 "표리부동하고 기회주의자"의 전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최 후보자는 학부모들의 불안감 해소와 상대 후보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전교조 통일위원장 시절 '이라크 전쟁 퀴즈' 논란
서지영 의원은 최 후보자가 정교조 통일위원장 시절 만들었던 '반전 평화 공동 수업' 자료를 문제 삼았다. 자료 속 퀴즈 중 "이라크 침공의 진짜 이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이라는 문제의 정답이 "후세인을 없애고 지구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로 제시된 것을 두고 서 의원은 사실상 반미 의식을 고취시키는 교육 자료 아니냐고 비판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당시 전교조 활동을 우려했다는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우려를 표했다.
마무리 발언 및 총평
12시간에 걸친 청문회 끝에 최 후보자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귀한 조언과 격려에 감사하며, "해서는 안 될 음주 운전"과 천안함 사건 관련 발언으로 "상처를 받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다시 한번 밝혔다. 그는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소통하며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직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청문회는 최교진 후보자의 교육 철학과 국정 운영 능력은 물론, 그의 살아온 길에 대한 치열한 검증의 장이었다. 과거의 민주화 운동 이력과 사회 활동, 그리고 세종시 교육감으로서의 성과와 한계가 극명하게 대비되며 그의 자질에 대한 깊은 논의를 요구했다. 정책 현안에 대한 논의와 함께 이념 공방, 그리고 후보자의 당황스러운 순간과 뜻밖의 웃음이 교차하며 청문회의 입체적인 면모를 보여줬다.

윤갑희 기자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1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정말 쓴웃음만 나오네요.
교육 수장을 이런 자한테 맡기겠다니 어이가 없네요.
어디서 저런 쓰레기같은 인간들만 뽑아
쓰는지 신기할 정도네요. 잘 읽었습니다.
그래도 임명 강행하겠죠?
청문회 웃기더라고요. 저런게 교육부장관? 애들이 뭘 보고 배우란건지...
총체적 난국 장관될 자격도 없는데
교육부장관 사회부총리요? 어이상실
기사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훌륭하게 정리된 기사를 본 적이 없네요
고민정은 남편 시인이라며 낭만을 팔더니 이제 인간의 천박하고 더러운 욕망을 파네. 정치인 자질도 없고 인간적인 면도 매력 없어 보여
책임은 말로 사과로 끝나는게 아니다. 자질도 없는 인간이 결국 하겠다는 꼴이잖아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