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가랑이 밑은 기었지만, ‘만만치 않은 협상가’는 없었다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8-26 13:01:35
  • 수정 2025-08-26 13:05:50

  • 이재명 대통령의 ‘아첨 외교’를 꿰뚫어 본 외신들
  • ‘전략’ 없는 외교의 종착지는 ‘조공’일 뿐

이재명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 (워싱턴=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끝났다. 회담장 문을 열기 전만 해도 험로가 예상됐다. 트럼프가 SNS에 “한국에서 숙청이나 혁명이 벌어지고 있다”며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담은 이 대통령의 ‘아첨(flattery) 전략’ 덕분에 싱겁게 끝났다. 돌발 상황은 없었다는 안도감, 바로 그 지점이 문제의 시작이다.


외신들은 이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그들의 평가는 노골적일 정도로 정확했다. AP통신은 이 대통령의 전략을 ‘계산된 아첨(a calculated course of flattery)’이라 명명하며 “외교적 지뢰밭이 될 뻔한 회담을 따뜻한 환영식으로 바꿨다”고 썼다.


하지만 그 대가는 무엇이었나. 로이터통신은 “이 대통령은 젤렌스키나 라마포사가 겪었던 공개적 충돌을 피했지만, 그 순탄함에 대한 경제적 대가가 얼마인지는 아직 청구서가 도착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영국 BBC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번 회담은 칭찬이 정책적 양보와 교환되는 명백한 힘의 역학을 보여주었으며, 이는 백악관이 압도적 성공으로 자평할 거래(transaction)”라고 꼬집었다. 외신들은 정확히 본 것이다. 이것은 외교가 아니라 ‘거래’였고, 우리는 일방적으로 지불하는 쪽이었다.


아첨으로 많이 회자되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도 물론 트럼프에게 황금 골프채를 선물하며 전정긍긍했다. 하지만 그의 아첨은 철저히 계산된 ‘전략’이었다. 그는 칭찬과 골프를 무기로 미일동맹을 굳건히 하고 미국의 TPP 탈퇴라는 실리를 챙겼다. 아첨은 국익을 위한 수단이었지, 목적 그 자체가 아니었다.


이번 이 대통령의 모습은 어떤가. 트럼프의 비위를 맞추고 그의 분노를 피하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과거 이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서라면 “트럼프 가랑이 밑이라도 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도 만만치 않다”고 했다. 외신이 본 것은 ‘아첨’이었고, 우리 국민이 본 것은 만만치 않은 협상가의 모습이 아니라 가랑이 밑을 기는 모습뿐이었다.


외교는 상대의 환심을 사는 쇼가 아니다. 국익을 걸고 벌이는 치열한 전쟁이다. 전략 없는 아첨은 결국 조공(朝貢) 외교로 귀결될 뿐이다. 우리는 이번 거래에서 대체 무엇을 얻었는가. 이 질문에 정부는 답해야 한다.


관련기사
TAG

프로필이미지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1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27 10:57:41

    최고의 외교 수장입니다
    미쿡에게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26 16:13:56

    자기 아랫 사람들의 아첨만 즐겨하는 얼빠진 인간,
    자기보다 조금이라도 힘이 센 놈을 보면
    자기의 얘기를 못하고
    상대의 비위만 맞춰주는
    전형적인 아첨꾼 간신의 모습!
    무엇읊 기대하랴!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26 16:00:36

    이재명 가랑이 쑈를 받아주고 국익은 다챙긴 트럼프의 최고의 실용외교!!! ㅉㅉㅉ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26 14:50:58

    가랑이 조차 제대로 못 기었지. 지 똥 자존심으로 외교 개 박살내고 조공이지 저게 무슨 협상이야. 나라 팔아 먹은 ㅅㄲ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26 14:32:04

    만만한 너 밖에 없더라.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honeycat2025-08-26 14:16:50

    뭘 줬다는 얘기만 있지 받았다는게 없음. 그러게 비행기에서 왜 입을 그따위로 털어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5-08-26 14:13:20

    뭐 얻은게 있었으면 그것만 떠들어댔을텐데... 있을까요...?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26 13:44:58

    처참합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26 13:44:50

    처참합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26 13:44:50

    처참합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26 13:37:24

    잘 읽었습니다  어떤 조공을 했는지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기나 할런지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8-26 13:28:47

    크~ 제목 너무 좋습니다.
    내용은 물론 좋구요.

    더보기
    • 삭제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분석] 론스타 4천억 승소 역겨운 광팔이 민주당... 3년 전에는? 2025년 11월 19일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태도가 13년을 끌어온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승소 국면에서도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다. 3년 전, 법무부가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할 당시 "이길 확률이 전무하다"며 결사반대했던 정치 세력이, 막상 '전부 승소'라는 극적인 결과가 나오자 정.
  2. 썩어가는 것과 익어가는 것의 차이 가을 숲을 걷다 보면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 사이로 오묘한 냄새가 난다. 개중에는 잘 마르고 발효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그윽한 향기가 있는가 하면, 물기를 머금은 채 질척하게 썩어가는 쿰쿰한 악취도 있다. 인간의 나이 듦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지만, 그 시간이 인간이라는 그릇에 담길 때는 전혀 다른 화학 작용을 일.
  3. 민주당 '유동규 녹취록 속 대통령은 '윤석열'? 백광현 되치기 기자회견 17일 오전 백광현 씨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동규와 남욱의 녹취록을 추가로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이재명' 이름이 언급되어 있어 후폭풍이 예고된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12일 진행한 기자회견의 후속편으로,  (2023년 봄 녹음)된 것으로, 대장동 사건을 두고 두 피고인이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 담겼다. 이 녹취록에서 ...
  4. 민주당을 향한 외통수 "대장동 환수법" 국가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범죄 수익 환수를 공식적으로 포기한 상황에서 논란의 항소포기를 중심에서 처리한 박철우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 박철우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힌 인사는 이 사태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것은 실패에 대한 문책이 아니라, 성공적인 임무 완수에 대한 포상에 가깝다. 검찰 조직을...
  5.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대장동 항소 포기와 사법 시스템 붕괴 비판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전 국무총리)이 19일 유튜브 채널 '류병수의 강펀치'에 출연해 검찰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항소 포기를 "국가가 나서서 범죄자를 도와준 국가 주도 범죄"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
  6. 대통령의 '무지(無知)'가 국가 안보의 최대 위협이다 국가 지도자의 말은 그 자체로 전략이자 메시지다. 적대국과 총구를 맞대고 있는 분단국가의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내뱉는 안보 관련 발언은 천금의 무게를 지녀야 한다. 그러나 지난 24일 해외 기자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보여준 인식은 가벼움을 넘어 참담한 수준이었다. 그는 50년간 대북 심리전의 핵심이었던 대북 방송을 "바보짓...
  7. 탱크만 없는 계엄령, 그 거대한 수용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교민들에게 "또 계엄하는 거 아닌가 걱정되실 텐데,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에서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그 한가한 농담은,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
  8. YTN의 ‘자발적 복종’ 더불어민주당이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라는 좌표를 찍자, YTN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풍자 영상을 다룬 보도를 삭제하고 한 발더 나아가 ‘정치인 SNS 영상 사용 금지’라는 사실상의 백기를 들었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그리고 질서 정연하게 일어났다.'국기문란(國基紊亂)'. 유신 시대의 낡은 ...
  9. 프랑켄코리아 (Franken-Korea) 정치라는 무대 위에는 때때로 기이한 혼종(混種)이 등장한다.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아니라, 이미 사라졌다고 믿었던 과거의 망령들을 덕지덕지 기워 붙여 만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같은 것.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정권의 모습이 그러하다. 이들은 놀라울 만큼 창의성 없는 방식으로, 역대 정권들이 저질렀던 최악의 실수와 가장 추악했던 .
  10. 국민연금 손대려는 정권, 그래놓고 청년더러 "속았다" 하는가 아침 출근길 지하철 풍경을 유심히 본 적이 있는가. 붐비는 객차 안,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 화면에 몰입해 고개를 끄덕이는 4050 중년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들의 작은 화면 속에서는 어김없이 '그'가 등장한다. 더부룩한 수염에 특유의 건들거리는 말투, 김어준 씨다.그 화면 속에서 김어준 씨와 패널들은 혀를 차며 말...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