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선물 받은 화웨이 휴대폰을 자랑하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유튜브 화면 갈무리)마두로 정권이 보여주는 경고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미국 해군의 대규모 전력이 카리브해로 진입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를 마약 카르텔의 수괴로 지목하며 체포 현상금까지 걸었다. 표면적 이유는 마약 단속이지만, 본질은 다르다. 베네수엘라가 ‘친중(親中) 독재정권’의 전형으로 자리 잡은 이상, 미국이 이를 좌시할 수 없다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마두로는 정권의 정통성을 이미 잃었다. 지난해 대선에서 개표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채 스스로 승리를 선언했고,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가운데 야권 후보 곤살레스 우루티아가 승리했다는 증거가 제시되었음에도 이를 무시했다. 반정부 시위가 전국으로 번지자 정권은 2천 명 가까운 시위 참가자와 야권 인사를 체포하고 정치범 800여 명을 감옥에 가두었다. 민주주의는 파괴되고, 인권은 짓밟혔다. 이번에 정치범 8명을 석방하고 5명을 가택연금으로 풀어준 조치가 있었지만, 이는 미국 군사 압력 앞에 내놓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문제는 마두로가 국내 위기를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으면서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를 등에 업고 버티려 한다는 점이다. 그는 중국 화웨이폰을 흔들며 “시진핑 주석의 선물”이라 자랑했고, 중국어로 “니하오, 셰셰”를 외치며 베네수엘라가 중국의 품 안에 있다는 사실을 과시했다. 이어 베네수엘라 주재 중국 대사와의 회담 뒤 “경제, 과학, 기술, 인공지능 협력이 진전되고 있다”며 중국과의 동맹을 강조했다. 러시아 푸틴과도 ‘전략적 동반자 협정’을 맺어 국방, 에너지 협력을 강화했다. 이처럼 마두로 정권은 서방의 압박을 피해 중국과 러시아의 보호막 속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바로 그 선택이 미국의 정조준을 불러온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베네수엘라 정권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마약 카르텔과 결탁한 ‘범죄 집단’으로 낙인찍고, 마두로 개인에게는 5천만 달러 현상금까지 걸었다. 미국 해군은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세 척과 상륙준비단, 해상초계기까지 배치했다. 이는 단순한 마약 단속이 아니라 정권 교체를 염두에 둔 대규모 압박이다. 뉴욕타임스조차 이번 군사적 움직임이 단순히 ‘마약’이라는 명분을 넘어 체제 붕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마두로는 민병대 450만 명을 동원하겠다며 “미국의 제국주의에 맞서 조국을 지키겠다”고 선동한다. 그러나 허약한 경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외교, 무너진 제도와 민주주의가 무슨 힘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결국 민병대는 국민을 방패 삼아 독재 권력을 지키려는 방편일 뿐이다.
중국 역시 이번 사태에서 노골적인 내정 간섭 반대 성명을 내며 마두로를 감싸고 있다. 그러나 이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행위이자, 독재정권을 연명시키려는 제국주의적 계산일 뿐이다. 마두로가 화웨이폰을 흔들며 “중국이 우리를 돕고 있다”고 자랑하는 장면은 바로 친중 독재의 민낯, 그리고 그 말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베네수엘라의 사례는 경고다.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중국에 기대 독재를 연장하려 한 정권의 말로가 어떻게 끝나는지를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미국의 압박이 실제 군사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베네수엘라의 위기는 단순한 남미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는 미국의 대중 압박 전략과 직결되어 있으며, 앞으로 어떤 나라가 ‘친중 노선’을 고집할 때 어떤 운명을 맞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김남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