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대표로 '교실 극우화 방지 3법'을 발의하겠다 밝혔다. '왜곡'과 '혐오'를 근절한다는 명분 아래 학생들의 미디어 리터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이는 '방송3법' 개정을 통한 공영방송 장악 시도와 맞물려, 과거 수많은 사회적 논란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언론에 이어 교육 현장까지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려는 시도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바로 그 비판의 한가운데, 우리는 기억을 상실한 심판관의 오만한 얼굴을 마주한다.
가장 섬뜩한 것은 그 칼날의 끝이 아이들의 교실, 우리들의 미래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민정 의원이 내세운 ‘교실 극우화 방지 3법’이라는 위선적인 이름표 뒤에는, 학생들의 머릿속을 자신들의 이념으로 채우려는 전체주의적 망상이 번뜩인다. 이 장면이 기시감이 드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불과 몇 년 전,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국정교과서 시도에 맞서 유시민을 필두로 한 그들이 얼마나 격렬하게 저항했던가. ‘획일적인 역사관 주입’, ‘친일과 독재의 미화’라며, 그것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세뇌 교육이라고 그들 스스로 목청 높여 외치지 않았던가.
그런데 지금 그들이 하려는 것은 무엇인가. 이것은 국정교과서보다 한층 더 진일보한 악행이다. 국정교과서는 기껏해야 단일한 ‘콘텐츠’를 주입하려는 시도였지만, 지금 그들은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이름 아래 아이들의 머릿속에 ‘생각의 운영체제(OS)’ 자체를 설치하려 들기 때문이다. 무엇이 왜곡이고 무엇이 진실인지를 판별하는 ‘알고리즘’을 독점하여,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모든 정보를 ‘극우’와 ‘혐오’라는 이름의 스팸메일로 자동 분류하여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책 한 권을 통제하려 했다면, 이제는 아이들의 두뇌 자체를 통제하겠다는 이 오만함. 스스로 ‘세뇌’라 비난했던 과거의 망령 위에, 더 교활하고 세련된 방식의 ‘세뇌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이들의 모습은 자기부정을 넘어 도착적이기까지 하다.
대체 누가, 무슨 자격으로 아이들의 머릿속을 재단하려 드는가.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뚫린다던 광우병 괴담의 망령은 여전히 이 사회를 배회하고 있다. 사드 전자파가 몸을 튀겨버릴 것이라던 선동의 목소리는 지금 어디에 숨어 있는가. 후쿠시마 오염수가 태평양을 뒤덮어 인류의 재앙이 될 것이라 외치던 그 절박함은, 대체 어떤 과학적 근거에 기반했던 것인가. ‘왜곡 혐오 콘텐츠’의 역사를 논할 때, 그들만큼 풍부한 아카이브를 가진 집단도 드물다. 위조지폐범이 중앙은행 총재가 되어 화폐개혁을 논하는 희대의 부조리극. 이는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소각하는 지적 파산 행위다.
그들이 휘두르는 ‘정상화’, ‘개혁’, ‘보호’ 같은 단어들은 또 얼마나 공허한가. 그들의 논리 속에서 ‘극우’란 명확한 이념적 좌표가 아니라, 자신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모든 목소리를 손쉽게 낙인찍는 주홍글씨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 아니라, ‘정답’을 암기시키는 사상 주입의 다른 이름이 된다. 모든 것을 자신들의 획일적인 기준 아래 무릎 꿇리려는 이 전체주의적 욕망은, 결국 생각의 다원성이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정면으로 겨눈다.
언론과 교육, 이 두 영역에 대한 동시 공략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비판적인 현재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비판적으로 성장할 미래의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치밀한 전략이다. 자신들의 이념 외에는 어떤 바이러스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사상적 무균실(無菌室)’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가 증명하듯, 억지로 쌓아 올린 무균실의 벽은 가장 먼저 내부에서부터 부서져 내리기 마련이다. 진실은 물과 같아서, 아무리 견고한 둑을 쌓아도 가장 약한 틈을 비집고 기어이 흘러나온다.
이것은 개혁의 역동성이 아니라, 몰락 직전의 권력이 벌이는 위태로운 몸부림일 뿐이다. 그들의 시도는 스스로 파멸할 운명이다. 이성과 논리가 아닌, 집단적 기억상실과 자기부정의 궤변 위에 세운 성채는 오래 버틸 수 없다. 시민들은 그들이 휘두르는 칼날의 끝이, 종국에는 그들 자신을 향할 것임을 이미 알고 있다. 기억을 상실한 심판관에게 허락된 것은 유죄를 선고할 권위가 아니라, 역사와 시민의 이름으로 파면당해야 할 운명뿐이다.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7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카톡 검열도 부족해 이제는 뇌까지 친히 세척하겠다고?
아예 정율성 동요제를 입법해라. 머리꽃 고민정아 ㅉㅉㅉ
고민정이 곧 전현희 됨 ㅉ
한동안 리박 타령 했지만 아이들 이용하고 조종하려 드는건 그들이 더했죠. 이제 그걸 본격적으로 하고 싶다고 하는건데 그대로 될지 저도 알아서 자멸할 것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교육 문제까지... 심각합니다.
공감합니다
더불어당엔 죄다 미친자들만 있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