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의 불안정한 경제 지표들이 연일 발표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 국고채 금리는 두 달 넘게 뚜렷한 방향성 없이 좁은 범위에 갇히는 '박스권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19일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6월 초부터 2.340%에서 2.498%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으며, 5년물 역시 2.515%에서 2.663%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0년물과 30년물 같은 중장기물도 각각 2.766~2.905%, 2.650~2.783%의 박스권에 갇힌 채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오락가락하는 미국발 경제 전망'이 꼽힌다. 미국 경제 지표들이 발표될 때마다 시장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며 금리 방향성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당시에는 관세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로 '빅 컷'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금리를 끌어내렸지만, 뒤이어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PPI)를 확인한 시장은 다시 물가 상승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등 지표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는 분위기다.
국고채 금리, 지난 6월 이후 동향 [금투협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한국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국내적으로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들이 쌓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요 투자은행(IB)들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가 높아졌고, 수출도 관세율 측면에서 주요 경쟁국 대비 크게 불리한 것이 없어 보인다"며 "내수는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회복 흐름이 유효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은 반면, 여전히 불안한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증가 가능성 등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요인들이 남아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당초 예상했던 이달이 아닌 10월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이달 말 발표될 내년도 예산안에서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가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고채 발행 물량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부담감도 금리 하단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조심스럽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에는 현물 순매수세는 빠르게 약해지고 선물 순매수세는 강해지고 있어, 외국인들이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는 있지만 현물에는 손을 대지는 않는 조심스러운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관세정책과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외국인들 역시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고채 금리의 박스권 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오는 22일(현지시간) 예정된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25일 한미 정상회담, 28일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회의 등 굵직한 이벤트들이 줄줄이 예정되어 있어 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주현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