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를 뽑는 2차 TV토론회에서 후보들이 비상계엄과 탄핵, 특검 수사 등 민감한 현안을 두고 격렬한 공방을 펼쳤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 김문수, 장동혁 후보와 탄핵에 찬성하는 '찬탄파' 안철수, 조경태 후보 간의 날카로운 설전이 이어지며 당의 노선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2차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기념촬영하는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 (서울=연합뉴스) '특검 수용' 두고 당내 갈등 폭발
토론회는 특검 수사를 둘러싼 후보들의 상반된 입장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김문수 후보는 조경태 후보에게 "범죄 혐의 하나 없는데, 500만명의 당원명부를 내놓으라는 것은 폭거와 만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검의 당사 압수수색 시도에 맞서 당사를 지키는 자신의 행보를 부각하며 조 후보의 대응을 문제 삼았다. 김 후보는 "지금 투쟁해야지 협의할 게 아니다. 불법과 협의하는가"라며 조 후보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이에 조경태 후보는 "제1야당을 침탈하는 행위는 막아야 하지만 원인 제공자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인물"이라고 맞받았다. 그는 당원 명부 보호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범죄 혐의가 뚜렷이 드러나는 것은 적극적으로 특검(수사)에 응해야 한다"고 주장해 사실상 특검 수용론에 힘을 실었다.
안철수 후보 역시 조경태 후보와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장동혁 후보가 특검 찬성표를 던진 이유를 묻자, 안 후보는 "빨리 털어야 한다"며 "털 수 있을 때 털어야 내년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범죄 혐의가 있으면 수사하게 놔두되, 당사 압수수색과 당원명부를 (특검이)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민주당의 정치 공세에는 단호히 맞서면서도, 의혹 해소를 위해 필요한 수사는 막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면, 장동혁 후보는 "특검이 통과되면 무도한 수사를 할 것"이라며 특검 자체가 민주당의 정치적 의도가 담긴 폭거라고 규정했다. 그는 특검에 찬성한 안철수, 조경태 후보의 입장이 민주당의 공세를 돕는 행위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2차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기념촬영하는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 (서울=연합뉴스) 비상계엄과 탄핵 둘러싼 '진영 전쟁'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공방은 후보들의 노선 차이를 더욱 극명하게 드러냈다.
안철수, 조경태 후보는 김문수 후보의 '계엄 옹호' 발언에 맹공을 퍼부었다. 김 후보가 "계엄으로 다치거나 죽은 사람이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 안 후보는 "입법조사처 분석을 보면 비상계엄으로 국내총생산(GDP) 6조 3천억원이 사라졌다"며 경제적 피해를 언급했다. 또한, 그는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위헌이라고 판결했고, 법치주의를 지키는 것이 보수의 진정한 길"이라고 강조하며 김 후보의 발언이 보수 가치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조경태 후보는 김문수 후보의 발언을 음주운전에 빗대며 "음주운전을 했으면 응당 처벌받아야 하지, 다치지 않았다고 음주운전이 처벌 안 받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비상계엄이 잘못됐으면 윤 전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며 윤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는 자신의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을 버려야 국민의힘이 산다"며 "불법 비상계엄으로 국민에게 많은 고통과 피해를 주고 보수 가치를 버리고 국민을 배신한 윤석열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이재명의 민주당이 계속 전 국무위원과 감사원장까지 다 탄핵해서 국정을 운영할 수 없고 예산 삭감 만행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며 윤 전 대통령의 입장을 옹호했다.
장동혁 후보는 조경태 후보를 향해 "계엄이 해제됐는데 내란 동조 세력이 있다는 것은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말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비판하며 "민주당에 우리 당을 해산하라는 빌미를 주고, (당을) 팔아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론과 반대로 탄핵에 찬성해 당을 분열시킨 이들이 당을 통합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탄핵에 미온적인 자신의 입장이 당을 위한 길임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2차 텔레비전 토론회 (서울=연합뉴스) 기타 쟁점과 사과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 외에도 다양한 쟁점을 두고 후보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장동혁 후보는 지난 대선 경선에서 김문수 후보의 단일화 과정을 비판하며 "단일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후보는 "당이 하려던 것은 단일화가 아니라 후보 교체"라며 "결국엔 단일화가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두 후보는 이 과정에서 "궤변"(장동혁)과 "사실과 다른 정략적인 발언"(김문수)이라는 거친 표현을 주고받았다.
안철수 후보는 김문수 후보에게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를 서울시장 자리에 공천할 가능성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고, 장동혁 후보에게는 '정치 입문 당시 민주당에 들어가려 했는지'를 질문했다. 장 후보는 "한 번도 당을 바꾼 적이 없다"며 "처음부터 세 후보는 계속해서 좌우로 오간 분들이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맞섰다.
한편, 조경태 후보는 지난 13일 대전 합동연설회에서 다른 후보 지지자들에게 삿대질한 행동에 대해 사과 의사를 밝혔다. 그는 "원고 없이 연설했다. 그 과정에서 오해할 부분이 있었다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번 2차 토론회는 당 대표 후보들이 당의 핵심 가치와 노선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향후 전당대회 결과가 당의 향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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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4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여기나 저기나 정신 못차리는건 똑같군요.
김문수의 쎄함
김문수 대선때 우리 새미래 지지자들이 그렇게 지지했는데 실망이네요.
지켜보는 중도 입장에선 나라 걱정에 애가 탑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