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사설] 국방 데이터 민간 방산업체 공유? 위험천만한 대통령의 안보의식
  • 윤갑희 기자
  • 등록 2025-07-10 16:47:51

국방 데이터 공유, '안보 구멍' 우려… '비밀인가증'만으론 역부족

이재명 대통령이 국방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을 위해 군사 데이터를 민간 방산업체에 개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 기술 혁신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북한의 해킹 공격에 취약성이 드러난 방산 생태계에 핵심 데이터를 노출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대책으로 내놓은 '비밀취급인가증' 발급만으로는 현대 사이버 위협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낮은 등급' 데이터의 함정… "모자이크처럼 모이면 1급 기밀"

정부는 우선 위성·무인기 정찰 데이터, 통신·항적 데이터 등 상대적으로 보안 등급이 낮은 자료부터 공유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개별적으로는 가치가 낮아 보이는 정보라도, 여러 조각이 모이면 전혀 다른 수준의 전략 정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군 관계자는 "군사정보 통합체계는 유기적으로 결합된 정보망이므로 보안 등급이 낮은 정보 하나가 군사기밀 수준의 민감한 정보로 발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정찰 경로, 부대 이동과 연계된 통신량 패턴, 작전 후 피해 평가 데이터 등이 장기간 축적되면 적은 아군의 작전 패턴과 취약점을 고스란히 파악할 수 있다. 심지어 가명 처리된 훈련 데이터조차 무기체계의 성능은 물론 운용자의 숙련도와 전술적 습관까지 노출시킬 위험이 있다.   


국내 방산업체가 쓴다는 데이터는 적의 수중에도 떨어질 수 있다 (그래픽=가피우스)

이미 뚫린 방산업체… 北 해킹에 속수무책

데이터 공유의 가장 큰 위험은 데이터를 전달받을 방산업체의 보안 현실에 있다. 최근 경찰과 관계기관의 합동 점검 결과, 북한의 정예 해킹 조직들이 국내 주요 방산업체 10여 곳을 해킹해 기술 자료를 탈취한 사실이 드러났다. 더 큰 문제는 해킹 피해를 본 기업 대부분이 당국의 통보 전까지 해킹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공격자들은 보안이 허술한 협력업체를 통해 우회 침투하거나, 직원들이 개인 이메일과 회사 계정에 동일한 암호를 사용하는 허점을 노리는 등 기본적인 보안 수칙이 무너진 틈을 파고들었다. '망 분리'라는 기본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은 곳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유출된 기술이 북한의 신형 무기 개발에 활용될 수도 있을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참고 : 北 해킹 조직, 국내 방산업체 총공격… 10여곳 피해(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4/04/23/QSKHX4ANR5B23KYQVRY57YXDCI/)


'비밀취급인가'의 한계… 사람 아닌 시스템이 문제

정부는 검증된 기업에만 '비밀취급인가증'을 발급해 데이터 접근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을 비껴간 대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한다. 현대 사이버전의 위협은 인가받은 직원의 충성심이 아니라, 그가 사용하는 시스템의 보안 취약점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신원이 검증된 직원이라도 악성코드에 감염된 PC로 군사 데이터에 접속하는 순간, 해당 PC는 적을 위한 데이터 유출 통로가 된다. 실제 북한의 해킹은 내부자 포섭이 아닌, 시스템 취약점을 노린 기술적 침투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비밀 지정이 남발되고 사후 관리가 부실한 현재의 비밀관리 시스템 자체가 신뢰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 명분 속 안보 위협… 근본 대책이 먼저

국방 AI 기술 발전이라는 목표는 타당하지만, 그 방법이 국가 안보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미 적의 공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방위산업 기반에 군사 작전의 원천 데이터를 넘기는 것은 불길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민간에 데이터를 직접 공유하기에 앞서, 해킹을 당하고도 인지하지 못하는 국내 방산업계의 보안 현실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전체 공급망에 대한 강력한 보안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관련기사

프로필이미지

윤갑희 기자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5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Ls090372025-07-11 00:58:42

    안보의식이라는게 아예 없는듯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7-10 20:25:46

    제일 걱정인게 안보임. 국가가 지 놀이터인줄 알아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alsquf242025-07-10 19:59:07

    누구를, 무엇을 위한 정부인지
    제정신이 아님 족속들인 것 같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07-10 17:13:21

    흘러흘러 중국으로 갈것 같습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5-07-10 16:52:14

    저 머리속에 안보 의식이란게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분석] 론스타 4천억 승소 역겨운 광팔이 민주당... 3년 전에는? 2025년 11월 19일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태도가 13년을 끌어온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승소 국면에서도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다. 3년 전, 법무부가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할 당시 "이길 확률이 전무하다"며 결사반대했던 정치 세력이, 막상 '전부 승소'라는 극적인 결과가 나오자 정.
  2. 이낙연 "피고인 대통령 만들려 법치 짓밟아"... 공무원 사찰 '전체주의' 맹비난 새미래민주당 이낙연 상임고문이 15일 현 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그는 SNS를 통해 정부의 75만 공무원 감찰 시도를 '전체주의'에 빗대고, "민주주의 붕괴"를 경고했다.이 고문은 "한국 민주주의는 어디까지 허물어지려나"라고 반문하며 "피고인 대통령을 무죄로 만들려고 법치주의를 짓밟는 일은 이미 계속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3. 남욱 "내 재산 동결 안 풀면 고소"… 도둑의 오만은 법치의 죽음에서 자란다 검찰의 '항소 포기' 선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대장동의 '키맨' 남욱이 입을 열었다. "동결된 자산을 풀어주지 않으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겠다." 도둑이 되려 파수꾼에게 '내 몫을 빨리 내놓지 않으면 혼쭐을 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그야말로 적반하장의 극치다.법치(法治)와 법을 이용한 통치....
  4. 썩어가는 것과 익어가는 것의 차이 가을 숲을 걷다 보면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 사이로 오묘한 냄새가 난다. 개중에는 잘 마르고 발효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그윽한 향기가 있는가 하면, 물기를 머금은 채 질척하게 썩어가는 쿰쿰한 악취도 있다. 인간의 나이 듦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지만, 그 시간이 인간이라는 그릇에 담길 때는 전혀 다른 화학 작용을 일.
  5. 민주당 '유동규 녹취록 속 대통령은 '윤석열'? 백광현 되치기 기자회견 17일 오전 백광현 씨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동규와 남욱의 녹취록을 추가로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이재명' 이름이 언급되어 있어 후폭풍이 예고된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12일 진행한 기자회견의 후속편으로,  (2023년 봄 녹음)된 것으로, 대장동 사건을 두고 두 피고인이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 담겼다. 이 녹취록에서 ...
  6. 민주당을 향한 외통수 "대장동 환수법" 국가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범죄 수익 환수를 공식적으로 포기한 상황에서 논란의 항소포기를 중심에서 처리한 박철우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 박철우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힌 인사는 이 사태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것은 실패에 대한 문책이 아니라, 성공적인 임무 완수에 대한 포상에 가깝다. 검찰 조직을...
  7.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대장동 항소 포기와 사법 시스템 붕괴 비판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전 국무총리)이 19일 유튜브 채널 '류병수의 강펀치'에 출연해 검찰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항소 포기를 "국가가 나서서 범죄자를 도와준 국가 주도 범죄"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
  8. YTN의 ‘자발적 복종’ 더불어민주당이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라는 좌표를 찍자, YTN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풍자 영상을 다룬 보도를 삭제하고 한 발더 나아가 ‘정치인 SNS 영상 사용 금지’라는 사실상의 백기를 들었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그리고 질서 정연하게 일어났다.'국기문란(國基紊亂)'. 유신 시대의 낡은 ...
  9. 프랑켄코리아 (Franken-Korea) 정치라는 무대 위에는 때때로 기이한 혼종(混種)이 등장한다.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아니라, 이미 사라졌다고 믿었던 과거의 망령들을 덕지덕지 기워 붙여 만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같은 것.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정권의 모습이 그러하다. 이들은 놀라울 만큼 창의성 없는 방식으로, 역대 정권들이 저질렀던 최악의 실수와 가장 추악했던 .
  10. 탱크만 없는 계엄령, 그 거대한 수용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교민들에게 "또 계엄하는 거 아닌가 걱정되실 텐데,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에서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그 한가한 농담은,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