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박주현>
김동아 민주당 의원은 포스팅을 통해 모스탄 트럼프 1기 행정부 제6대 미 연방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를 '정체 모를 사람'이라 비하하며, 정작 화살은 그를 피해 그의 발언을 유포하는 사람들에게 법적 처벌과 금융치료를 하겠다고 나섰다. "세상이 바뀐 것을 보여주겠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곁들이면서 말이다.
문제는 이런 거창한 의기투합이 진보진영의 과거사를 완전히 망각한 채 나온다는 점이다. 마치 기억상실증 환자가 자신의 행적을 모두 잊고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격이다.
14년 전 '눈 찢어진 아이' 루머가 인터넷을 떠돌 때, 그것을 고소고발한 사람이 있었나. 나중에라도 사과한 이가 있었나. 김용민이라는 인물이 "눈 찢어진 아이를 조만간 공개하겠다"며 입에 올렸던 그 순간, 지금처럼 법적 처벌을 운운하는 이들이 어디 있었는가.
박근혜 청부살인설은 어떤가. 김현철이 2012년 "박근혜 사생활, 엄청난 충격을 줄 것"이라며 "사생아 논란"까지 거론했을 때, 그때도 세상이 바꿨다며 법적 대응에 나선 이들이 있었나?. 오히려 월간중앙이라는 매체를 통해 더욱 구체화되어 퍼져나갔다.
세월호 인신공양설의 경우는 더욱 가관이다. "사교에 빠진 박근혜 대통령이 특정인의 부활을 위해 단원고 학생들을 인신공양했다"는 황당무계한 주장이 광범위하게 퍼졌다. 304명이 희생된 참사를 두고 음모론을 만들어내며, 유가족들의 슬픔까지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그때는 왜 법적 처벌을 이야기하지 않았나.
고의침몰설 역시 마찬가지다. 김어준이 2015년 '앵커 침몰설'을 주장했고, 김지영 감독이 2018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퍼뜨렸다. 어린아이들의 죽음을 이용해 장사까지 한 셈이다. 전문가들이 가능성이 없다고 했음에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끝까지 공식적인 기각을 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왜 금융치료가 필요하지 않았나.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부정선거 음모론의 역사다. 고든 창과 모스 탄 전대사가 주도해 제기한 부정선거의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김어준이 2012년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당선이 부정선거 때문이라며 내민 'K값 1.5'을 만나게 되지 않나?. 영화 '더 플랜'까지 만들어 상당한 돈을 챙겼다. 대선토론에서 부정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조차 2017년 "3.15부정선거를 능가하는 부정선거"라며 "전산개표 부정의심"을 제기했다. 그때는 왜 정체불명의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나.
김어준의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진 진보진영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게 되자, 문재인 당시 대표가 직접 나서서 부정선거는 없다는 점을 알려야 했다. 그제야 민주당이 승기를 잡기 시작했다. 음모론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자 정신을 차린 것이다.
이런 역사를 가진 이들이 지금 와서 법적 처벌을 운운한다. 마치 자신들은 처음부터 합리적이고 근거 있는 주장만 해온 것처럼 행세하면서 말이다. 대부분의 음모론 제조자들은 아무런 반성도 사과도 없이 넘어갔다.
진보진영이 과거 얼마나 많은 음모론을 퍼뜨리고 인격모독적 루머를 키우는데 일조했는지는 이미 기록으로 남아있다. 멀리는 천안함 음모론, 두 대통령의 사생아, 세월호 음모론, 가까이는 전 영부인의 업소녀 '쥴리'설,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성상납설, 본인마저 부정한 첼리스트의 대통령과 검찰회동 설에 이낙연 대표의 신천지 연관설까지 이들이 만들어낸 가짜뉴스의 목록은 길고도 길다.
그런데 지금 김동아가 보여주는 모습은 무엇인가. 과거 자신들이 저질렀던 일들은 모두 잊은 채, 상대편의 의혹 제기에만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상이 바뀌었다며 협박하지만, 정작 바뀌어야 할 것은 이런 이중적 잣대와 선택적 기억상실증이 아닐까.
진영논리에 매몰된 이들의 특징은 간단하다. 자신에게 유리한 음모론은 '합리적 의심'이고, 불리한 음모론은 '정체불명의 사람이 퍼뜨리는 허위사실'이 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시대가 목격하고 있는 가장 역겨운 현실이다.
사회에 해악을 끼친 가짜뉴스와 음모론을 없애겠다는 민주파출소. 네비게이션에 충정로의 "겸손방송국"부터 찍고 거기부터 들려서 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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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 김어준애게서 벗어난 것입니다. 경기도지사 선거때 '전과4범이면 어떻냐"는 발언에 큰 환멸을 느끼고 돌아섰습니다. 이명박에게 전과 몇 범이 어쩌고 했던 태도와 모순되었기에 모든 관련된 것들을 손절했습니다. 권갑장의 이재명리스크도 한 몫했었지요. 갑장 시절부터 팩트파인더까지 늘 보이는 곳에 있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박주현 작가님, 책 구입했는데 첫 장부터 너무 좋습니다.
언급하신 몇 가지에 혹했던 전력이 있어 낯 뜨거워지네요. 진영에서 벗어나고 보니 그쪽 사람들의 이중잣대가 너무 역겹습니다. 그들을 지지했던 과거에는 그들의 피해의식에 나름 공감하기도 했습니다만 그 뒷구녕에서 뻔뻔하게 구린 인생을 살았으리라고는 꿈에도 몰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