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여기 진짜 사장은 따로 있습니다
지난 8월 2일, 마침내 더불어민주당의 새 주인이 결정됐다. 4선의 관록을 자랑하는 정청래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그의 일성은 간결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위한 철통 방패가 되겠다’는 것. 아마 이재명 대통령은 오랜만에 두 발 뻗고 잘 수 있으리라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충성 서약의 진짜 수신인이 누구인지를 살피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장엄한 서사시에서 한 편의 부조리 코미디로 돌변한다.
상상해보자. 이 대통령이 흐뭇한 미소로 정청래 신임 대표에게 전화를 건다. “정 대표, 이제 한숨 돌리겠소.” 그런데 정 대표의 반응이 조금 이상하다. “잠시만요, 대통령님. 지금 총수님 방송 들어갈 시간이라… 방송 끝나고 다시 연락드리면 안 될까요?” 여기서 ‘총수’란 물론 용산의 그분이 아니다. 방송국 스튜디오의 그 남자, 김어준이다. 이쯤 되면 이재명 대통령은 깨닫게 될 것이다. 당 대표가 자신의 안위보다 김어준이라는 또 다른 권력자의 눈치를 보고 있음을.
정청래의 당선이 당원들의 선택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선택을 가능하게 한 바람이 어디서 불어왔는지는 모두가 안다. 김어준과 그의 열성적인 청취자 군단이 없었다면, 정청래의 ‘대세론’은 애초에 성립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얼마나 기묘한 권력 구조인가. 민주당이라는 거대 조직의 대표를 선출하는데, 제도 밖의 한 방송인이 여론을 움직여 그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는 당비도 내지 않고, 공식적인 책임도 지지 않는다. 그저 마이크 앞에서 여론을 조율하면, 거대 공당의 전략과 인선이 그 방향대로 흘러간다. 심지어 임기도 없다.
대통령의 국정 구상과 유튜버의 생각이 충돌할 때, 당은 과연 어디를 향해 움직일 것인가. 국가의 미래를 위한 고독한 결단이 필요할 때, 특정 방송의 ‘좋아요’ 숫자가 그 결단을 가로막는 해괴한 풍경이 펼쳐질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 입장에선 환장할 노릇이다. 자신을 보호하는 방패가, 실은 자신을 특정 방향으로만 움직이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울타리였음을 깨닫게 될 테니.
이제 곧 주요 당직 인선이 시작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김어준의 ‘판단’이 충돌할 때, 정청래 대표의 충성은 과연 어디를 향할까? 질문 자체가 무의미해 보인다. 권력의 원천이 어디에 있는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픽 : 박주현 임기도, 책임도 앖는 일개유튜버가 실은 우리나라 권력서열 1위 일지 모른다.
요즘 아이들의 장래 희망 1위는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니다. 유튜버 같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란다. 이런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이재명 대통령은 밤마다 이불을 걷어차며 후회할지도 모른다. 아, 그 지긋지긋한 사법리스크만 아니었다면. 차라리 대통령이 아니라 유튜버가 될 것을. 임기도 따로 없고, 슈퍼챗은 통장에 꽂히고, 책임 추궁 한번 당할 일 없이 거대 공당까지 호령하는 그 자리. 어쩌면 대한민국의 진짜 권력은 용산 집무실이 아니라, 바로 그 어두컴컴한 방송 스튜디오에 있었음을 그는 너무 늦게 깨달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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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딸들만 모르는 진실...
꼬우면 이기시든가 ㅋㅋ 냥이 사진 띄워서 빼애액하는 칼럼니스트 호소인 ㅋㅋ
언제쯤 끝날지 아주 혐오스러워요.
상왕 자격이 이해찬에서 털어준으로 옮겨갔나봐요
저 권력을 멍청한 개돼지 국민들이 줬다는것이 통탄스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