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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회의 불참, 이재명 정부의 ‘눈치 OUT’ 외교?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5-06-23 11:57:45
  • 수정 2025-08-05 04:17:38

  • 트럼프 한마디에 흔들린 세계
  • 우리는 외면만 할 셈인가?

<그래픽: 생성형 A.I>


서막: 눈치 없는 정부의 눈 뜬 장님 외교


29개 나토 회원국 중 28개국이 트럼프의 한마디에 국방비를 GDP 5%로 올리겠다고 발표하는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이들 나라가 우리보다 못나거나 바보라서 그럴까? 아니면 현재의 지정학적 역학관계를 정확히 읽고 있는 것일까? 트럼프가 나토 정상회담에서 한국, 일본, 호주 지도자들과의 특별 회담을 직접 제안했는데도, 이재명 정부는 "중동 정세 불확실성"을 이유로 내린 불참결정을 고수하고있다. 이는 외교적 상식을 뛰어넘는, 아니 상식 자체를 포기한 결정이다.


숫자로 보는 잔혹한 현실

현재 한국의 국방비는 GDP 대비 2.3% 수준인 61조원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5% 기준에 맞추려면 약 132조원, 즉 현재의 2배 이상을 지출해야 한다. 일견 무리한 요구로 보일 수 있지만, 독일과 여러 나토 회원국들이 이미 이 기준을 수용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 씁쓸한 현실은 우리가 아시아 지역에서도 특별히 많이 쓰는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 2.3%, 일본 1.8%, 호주 1.9%로 비슷한 수준이지만, 미국은 일본에 3.5%, 대만에 10%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만 예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착각이다.


니케이 보도가 의미하는 것

일본 니케이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나토 회의에서 일본, 한국, 호주, 뉴질랜드와의 특별 회담을 원한다. 이는 단순한 의례적 만남이 아니라,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새로운 안보 협력 체계 구축의 출발점이 될 회담이다. 그런데 우리만 빠지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일본은 이미 참석을 확정하고 트럼프와의 회담을 준비 중이다.

니케이사 뉴스의 전례를 살펴보면 대게는 일본 정부 소스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이 제안을 무시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일본이 이런 정보를 흘린 것 자체가 한국의 외교적 고립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관세와 방위비, 연결된 운명

트럼프는 이미 일본과의 관세 협상에서 방위비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경제와 안보를 분리해서 생각하던 시대는 끝났다. 한미 통상 협상 시한이 7월 8일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나토 회의는 트럼프와 직접 대면할 거의 유일한 기회다.

현재 미국은 한국에 GDP 5% 국방비 지출과 함께 한미 방위비 협정(SMA) 재협상을 압박하고 있다. 올해 우리가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이 약 1조 5천억원인데, 트럼프는 과거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 부르며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원) 지불을 주장한 바 있다.


 중동 핑계의 허무함

이재명 정부는 "중동 정세 불확실성"을 불참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이는 정치적 핑계에 불과하다. G7 회의 때도 중동 사태로 트럼프가 조기 귀국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이 무산됐는데, 같은 패턴을 반복할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불참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중동 사태야말로 우리가 서방 동맹의 일원임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다. 이란 핵 시설 공습 이후 국제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어느 편에 서는지를 명확히 할 때다.


동맹의 본질에 대한 무지

윤석열 정부 시절 한국은 2022년부터 3년 연속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국제 안보무대에서 존재감을 확대해왔다. 이제 그 성과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나토 29개 회원국 대부분이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핵심 국가들이고, 나토는 러시아·중국·북한 등 전체주의 세력 확산에 대응하려면 대서양과 태평양의 자유민주 진영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한국의 불참은 '눈에 띄는 부재(conspicuous absence)'가 될 것이라는 외교가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북·중·러는 한국의 나토 참석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는데, 이제 그들이 원하는 대로 우리 스스로 발을 빼고 있다.


한강의 기적이 끝나가는 이유

FT는 최근 "한국의 경제 기적이 끝났는가"라는 분석을 내놨다. 1970년대 연평균 8.7%, 1980년대 9.5%의 성장률이 2030년대에는 0.6%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2050년 생산가능인구가 2022년 대비 35% 감소해 GDP가 28% 낮아질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확대와 첨단 기술 협력이다. 나토는 최근 일본에 드론 기술 협력을 제안했다. 사이버 보안, 우주 개발 등 첨단 분야에서의 협력 기회를 우리 스스로 차버리고 있는 셈이다.


눈치 없는 정부의 대가

진심으로 부탁한다. "눈치 좀 챙기라"는 부탁이 이토록 절실한 때가 있었을까. 트럼프는 나토에서 "미국은 오랫동안 나토를 지원해왔고, 많은 경우 100% 비용을 우리가 부담했다"며 다른 회원국들의 방위비 인상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올릴 필요가 없지만, 다른 나토 회원국은 반드시 방위비를 5%로 올려야 한다"고 못 박았다.

스페인조차 GDP 5% 목표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그들도 나토 회의에는 참석해 자국 입장을 관철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아예 자리에 나타나지도 않겠다 선언했다.


무책임과 무자격의 정부

이재명 정부의 나토 불참은 단순한 일정 조정이 아니다. 이는 현재 세계 질서에 대한 근본적 무이해와 외교적 무능력의 표출이다. 29개 나토 회원국중 28개국이 트럼프의 요구를 수용하는 현실에서, 우리만 예외가 될 수 있다는 착각은 위험하다.

트럼프가 직접 제안한 한국과의 정상회담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이재명 정부는 무책임하고 자격이 없다. 7월 8일 한미 통상 협상 시한을 앞두고, 관세와 방위비라는 두 개의 칼날이 우리를 향해 날아오고 있는데, 정작 이를 막아낼 방패는 스스로 내던져버렸다.


"현실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정의와 분석, 바람과 달리, 세계는 힘의 논리로 움직인다. 그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정부는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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