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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만큼은 믿으라 말할 자신이 없어졌다
  • 김성훈 변호사
  • 등록 2025-03-27 21:09:52
  • 수정 2025-03-27 21:15:46

사법부의 최대 덕목은 ‘안정성’이다. 법의 해석과 적용의 편차를 줄여 예측가능성을 높여 왔던 것이 법원 권위의 근간이었다. 답답하리만큼 보수적이었던 법원은 그래서 역설적으로 국민들이 최후에 기대는 보루로 여겼다. ‘사법소극주의’로 표현되는 법원의 미덕은 그나마 이 사회가 정치적 공해에 휘말리지 않도록 도피처를 제공해 주는 역할도 해왔다.


김성훈 변호사


이런 이유로, 각종 정치적 이슈를 두고 법원에 대해 회의적 평가를 하는 사람들을 말렸었다. 법원을 믿어서가 아니다. 법원마저 믿지 못하면 보편적 상식이 기댈 마지막 국가기관이 없어지는 것이다. 아직은 그 비극을 사실로 확정하기 싫었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이 없다. 


‘사법부의 권위’란 진부한 말이 되었고, 재판은 그냥 지루하고 소모적인 ‘판사놀음’으로 변질되는 느낌이다. ‘투수놀음’이라는 야구와 ‘심판놀음’이라는 축구는 재미라도 있지. 재판은 사람의 인생과 국가의 안위가 좌우되는 위험한 일이 아닌가? 


사법부의 권위는, 판사 개인의 편차를 줄여 전체 사법작용에 녹였을 때 실현할 수 있다. 지금 법원은 그런 노력의 필요성은 자각 못한채 불완전한 개별 판사에게 사법부의 권위라는 옷을 아무렇지 않게 입혀주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심급이 달라도 법원이 스스로의 판결을 뒤집을 때는 신중해야 한다. 하나의 사법부가 아닌가? 1심 판결도 법이 정한 재판절차를 통해 도출한 공식적인 결론이다. 이를 뒤집으려면 최소한 납득할만한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면서 성의 있게 설명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나의 기관이 아니라 한지붕 세가족, 콩가루 집안이라는 자백과 다를바 없다. 2심은 1심의 권위를 가볍게 밟아 버리고, 그마저 3심 앞에 무기력해지기를 반복한다면 3심제는 무의미하다. 


법원 스스로도 지키지 못하는 판결의 권위를 국민들에게 주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당사자는 최종판결을 어쩔수 없이 따르겠지만 판사 잘못 만나서, 재수 없어서 패소했다고 여길 뿐이다. 당사자는 기계적으로 항소하고 상고하며 시간과 비용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절차남용은 결국 법원이 조장한 것이며, 그토록 강조하던 소송경제의 장애물도 다름 아닌 법원이 되는 것이다. 3심제는 더 이상 판단의 신중함을 보장하는 제도가 아니라 3번 시도해 한번이라도 요행이 걸리길 바라는 도박이 되었다. 항소와 상고는 판돈 걸고 ‘한판 더!’를 외치는 것과 다를바 없다. 재판 당사자가 사실관계나 법리 보다 담당판사의 출신이나 학교부터 검색하는 비극이 일상화 되고 있다. 이는 마치 도박에서 이기는 비법의 하나처럼 유행되는 추세다. 비극이다.


언제부터인가 재판에서 이겨도 기쁘지 않다. 어차피 상대가 항소하면 원점이 되고, 생각이 다른 판사 만나면 어이 없이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돈없고 힘없는 사람에게는 한 없이 무성의한 판사들, 한편 힘있는 정치인에게는 세상 둘도 없이 섬세하고 성의 있게 ‘쌉가능’ 재판을 시전하는 판사들, 심해도 너무 심하게 대비된다.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사법부가 정치와 연동하여 움직이는 현실에 멀미가 난다. 정치는 사법부의 견제라도 받지, 사법부는 ‘독립’이라는 명분으로 견제의 사각지대에 있다. 사법부의 판단은 최종적이며 즉각적으로 국가에 반영된다. 그래서 법원은 무겁고 신중하며 안정적이어야 한다. 판단이 바뀔수는 있으나, 그것이 스스로의 권위를 훼손하지 않도록 납득할 만한 논리와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법리로 국민을 굴복할 수 없으면 차라리 일관성이라도 지켜야 한다. 단순히 ‘저 판사는 저렇게 판단 했지만 나는 다르거든?’ 같은 태도는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일개 판사가 사법부의 이름으로 나라를 망칠 수 있는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지름길이라고 본다.


선을 넘은 판결을 법리적으로 분석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다만 다 떠나 말초적으로 법원에 하나만 묻고 싶다. 재판절차를 조롱하듯 재판장의 소송지휘권에 각종 꼼수로 대응한 피고인에게 그토록 온정적인 이유가 무엇인가? 같은 경우 일반인에게 불호령을 내리고 불이익을 주며 추상같던 그 법원은 어디로 갔는가? 당신들은 누구이며,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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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29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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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4-15 11:32:01

    바른 생각 멋진 사람 김성훈 변호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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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4-14 12:19:13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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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4-14 11:42:42

    김변님! 감사합니다!!
    김변님 같은분이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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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3-29 07:35:59

    모근 게 사람이 문제입니다! 김변님 결을 따라 가느냐! 부조리 명예와 권력을 가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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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3-28 14:05:26

    언제나 맞는 말만 하시는 김성훈변호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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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3-28 12:26:13

    법이 아니라 사상과 체제에, 돈에 부역하는 판사들이 많이 생겼다는 거지요. 이젠 하찮은 인간 군상들일 뿐이란 생각이 듭니다. AI가 곧 대체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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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3-28 12:17:48

    삼권분리를 하는것 자체가 쇼의 한장면일뿐
    이젠 권력앞에 무릎굻은 그림자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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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rbteap2025-03-28 11:57:24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지 않습니다. 일반인이었대도 같은 판결을 했을지 2심 재판부에게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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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ain7772025-03-28 11:33:06

    나라가 어쩌다 이렇게 처잠한 지경에 이르렀는지 사법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정치권이 썩어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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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3-28 11:28:15

    3심제는 더 이상 판단의 신중함을 보장하는 제도가 아니라 3번 시도해 한번이라도 요행이 걸리길 바라는 도박이 되었다. 항소와 상고는 판돈 걸고 ‘한판 더!’를 외치는 것과 다를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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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3-28 11:08:38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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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3-28 09:05:22

    꼬우면 여기 말고 법원가서 억울하다고 해 ㅋㅋ 느그 한동훈이 말했던 거처럼 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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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3-28 08:11:57

    증인 심문을 포함한 모든 재판과정은 그저 요식행위에 시간 낭비일 뿐인가 라는 생각이 드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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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3-28 05:15:56

    깊이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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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n6er2025-03-28 02:17:15

    어차피 사람일 뿐인데 썩으려고 맘 먹으면 다 그렇게 되겠죠
    그래서 누군가는 변한다 해도 누군가는 그래선 안된다고 계속 말해주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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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3-28 01:04:14

    참 참담하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판사님들 정치하지말고
    재판거래 하지말고
    상식과 원칙을 좀 지키라고 일갈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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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3-27 23:58:06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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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3-27 23:35:36

    판사들이 이러면 변호사님들은 필요없지 않을까요?  지난 계엄 이후 사법부의 치부를 계속 겪다보니 무력감만 쌓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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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3-27 22:14:29

    대한민국 여기까지인가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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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3-27 21:53:56

    이 나라 법이 있을 필요가 없어졌네 유전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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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p772025-03-27 21:50:46

    그러게 말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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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3-27 21:34:02

    사법부의 존재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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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ystory5312025-03-27 21:30:55

    제가 하고 싶었던 말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널리 공유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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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3-27 21:30:41

    마음이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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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3-27 21:30:32

    진짜 대한민국 국민들이 불쌍해요  각개전투 각자도생으로 버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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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farm2025-03-27 21:26:42

    "재판절차를 조롱하듯 재판장의 소송지휘권에 각종 꼼수로 대응한 피고인에게 그토록 온정적인 이유가 무엇인가?"
    그 이유를 알기에 더 슬프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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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3-27 21:23:55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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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03-27 21:16:17

    ㅜㅜ 맘이 아프네요..요즘은 정말 여러모로 우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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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squf242025-03-27 21:16:11

    넘넘 서글프고 슬퍼서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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