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전승민 칼럼] 이재명의 시간이 왔다
  • 전승민 칼럼니스트트
  • 등록 2025-01-18 15:34:49
  • 수정 2025-01-18 15:36:11

이제, 이재명의 시간이 왔다 (그래픽=가피우스)

정치인이 검증을 받는 때는 언제일까? 바로 대선 주자 1위로 자리 잡을 때다. 그 외에는 기사에 이름 한 줄 나기도 어렵고 이름이 난다고 하더라도 뭘 했는지 잘 기억하지 못한다. 오죽하면 정치인은 좋지 않은 내용의 기사보다 무관심이 무섭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일까. 그래서 청문회나 국정감사 때 시민들의 머리에 각인되기 위해 피감 대상 혹은 참고인에게 소리를 지르고, 시각적으로 자극적인 연출을 하고, 거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사람들 머리에 기억될 장면 단 15초만을 위해 온힘을 쏟는, 이른바 쇼츠 정치다.


작년 인터넷에 재미있는 테스트가 있었다. 정치인의 얼굴 사진만 놓고 이 사람의 소속이 국민의힘인지, 민주당인지 맞히는 내용이었다. 인상이나 관상 이른바 얼굴에서 느껴지는 상만 보고 역시 OO당 소속 같다, 관상은 과학이라는 통념이 실제로 어느 정도 들어맞을지 확인해보기 위해 기획됐다고 한다. 두 정당 소속 의원만 해도 의석 수 300명 중 280명 정도에 이른다. 정치에 관심좀 갖는다는 고관여층이라고 자부했지만 아무런 정보도 없이 얼굴 사진만 보고는 소속 정당을 맞히기 힘들었다. 아마 사람들의 정치인에 대한 관심과 정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까 싶다. 대중들에게 얼굴과 이름만 각인 해도 그 정치인은 대중 정치인으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될 듯 하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2021년 대선 경선에서 후보로 자리잡게 되고, 본격적으로 중앙 정치로 나섰다. 그 전에는 재야 인사에서 2010년 성남 시장으로 당선 돼 정치 경력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시민들의 머리 속에 처음 각인 됐다. 성남 교복 무상 공급과 성남 세수 독립을 위한 단식과 시위, 박근혜 씨의 탄핵 주장 등 강렬한 행보로 이름이 언론에 올랐다. 수원특례시장을 세 번 연임한, 더불어민주당의 염태영 전 시장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성남보다 더 큰 도시에서 시장을 세 번이나 연임했지만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수원 시민 외에는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 번 연임이라는 경력은 무시할 수 없다. 그만큼 시민들의 머리 속에 이미지를 기억시키려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2022년 20대 대선은 역대 선거 중 비호감 선거라는 평가를 받았다. 두 유력 후보 모두 상대방 보다 덜 비호감인 것이 유일한 장점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각각 진영의 대표자로서 상징적으로 자리잡게 됐고, 인물이 아닌 진영론으로 구도는 바뀌었다. 0.7%의 차이로 윤석열 후보가 당선 된 이후 갈등은 더욱 더 거세지기만 했다. 한쪽에서는 임기 초기부터 탄핵을 외쳤고, 거기에 대한 반작용으로 다른 한쪽에서는 결집만 외쳤다. 인물과 비전이 사라진 정치였다. 그런 상황에서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었다. 지금도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해 조금이라도 비판을 할라치면 이분법적인 세계관에 의거해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몰아붙이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했지만 3시간 만에 상황은 종료 됐고,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고, 공수처에 의해 체포되는 모습이 전국에 보도됐다. 균형이 깨졌다. 윤석열과 이재명이라는 적대적 공생관계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적 생명을 잃게 됐다. 설사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안이 인용되지 않더라도 나머지 임기는 그야말로 식물 대통령으로 보내게 될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임기는 차기 대선 주자에 대한 기대로 채워질 것이다.


탄핵 가결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잡음과 반발 혹은 다양성이 항상 보이던 민주당의 이전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는 대선 주자로서 지지율 30%로 1위를 계속해서 유지했다. 탄핵안이 가결 되고, 체포되는 모습까지 보이니 현재 실재하는 위협은 어느 정도 해소 됐다고 시민들의 인식에는 느껴질 것이다. 이제 미래의 권력에 대해서 이야기 할 시간이 왔다. 차기 대권 주자 1위로서 이재명에 대한 검증의 시간이 온 것이다.


정치 고관여층이나 이재명에 대해 비판을 줄곧 해오던 사람들이 이재명의 실체에 대해 이야기 해도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이나 저관여층은 잘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관계가 복잡하기도 하고 피부로 와닿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엄은 가슴 아픈 역사가 있기도 했고, 실시간으로 온 국민이 상황을 지켜봤다. 더불어민주당의 일사분란한 모습으로 인해 이재명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윤석열이라는 위협 인물이 거두어지니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다. 


그 결과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치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 국민의힘 지지율이 올라 민주당과 오차 범위 이내 차이를 보인다는 여론조사 결과에는 많은 사람들이 믿지 못하며 기관의 신뢰에 의구심을 가졌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가 비슷한 경향을 보이게 됐고 한국갤럽과 NBS의 결과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역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라토리엄 선언의 실체에 대해 폭로하는 친형을 정신병원에 감금하려고 하고, 자신의 행보에 비판을 하거나 걸림돌로 여겨지는 사람에 대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응징하는 이재명 대표의 모습이 이제 실시간으로 계엄 상황처럼 중계되는 것이다. 그러던 중 전용기 의원이 카톡 검열을 들고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하향세에 쐐기를 박는 사건인 것이다. 해명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거세게 이재명 대표가 주장했다. 본래 사람은 예상치 못한 반응을 마주하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가 나타났을 때, 그동안 갖고 있던 성향이나 습성을 고치지 못한다. 위기라는 생각이 들 때 진로 변경보다는 가속도를 가하는 것이다. 선택은 항상 옳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옳은 것과 익숙한 것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이재명의 중앙정치는 또 어떤 국면을 맞이하게 될까. 자신이 정치 커리어를 쌓아오고, 지금 이 자리에 올라서기까지 했던 방식을 버릴 수 있을까. 탄핵안이 가결 되자마자 한덕수 국무총리를 탄핵하지 않겠다는 공언은 지켜지지 않았다. 자신의 1호 법안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거부권 행사에도 계속해서 본회의 통과를 시도하고 있다. 전국민 기본 소득, 지역화폐는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쉬쉬하면서 계속해서 고집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대선 주자 지지율 30% 박스권이 무너져 20% 대를 보이기 시작했다. 2007년 17대 대통령 선거의 정동영 후보 득표율은 26.14% 였다. 민주당 콘크리트 지지층이 최후로 버텨낼 수 있는 수치다. 국민들의 균형감각이 돋보일 때다.



프로필이미지

전승민 칼럼니스트트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3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nicetaz12025-01-18 23:55:00

    이미 제 주변에서 저 인간 실체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

  • 프로필이미지
    alsquf242025-01-18 19:29:01

    몇 년째 눈도 꿈쩍 안하던 이재명과 이재명의 민주당이
    지지율이 하락하자 그나마 척이라도 하고 있는 듯 합니다.
    표만 무서워하는 저들의 행태를 응징하는 방법은 국민들의 자각뿐인 듯 합니다.
    전 칼럼니스트의 말처럼 국민들의 균형감각이 돋보일 때인 것 같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july2025-01-18 16:50:55

    전승민 님 유려한 언변만큼이나 글도 잘 쓰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분석] 론스타 4천억 승소 역겨운 광팔이 민주당... 3년 전에는? 2025년 11월 19일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태도가 13년을 끌어온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승소 국면에서도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다. 3년 전, 법무부가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할 당시 "이길 확률이 전무하다"며 결사반대했던 정치 세력이, 막상 '전부 승소'라는 극적인 결과가 나오자 정.
  2. 썩어가는 것과 익어가는 것의 차이 가을 숲을 걷다 보면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 사이로 오묘한 냄새가 난다. 개중에는 잘 마르고 발효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그윽한 향기가 있는가 하면, 물기를 머금은 채 질척하게 썩어가는 쿰쿰한 악취도 있다. 인간의 나이 듦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지만, 그 시간이 인간이라는 그릇에 담길 때는 전혀 다른 화학 작용을 일.
  3. 민주당 '유동규 녹취록 속 대통령은 '윤석열'? 백광현 되치기 기자회견 17일 오전 백광현 씨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동규와 남욱의 녹취록을 추가로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이재명' 이름이 언급되어 있어 후폭풍이 예고된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12일 진행한 기자회견의 후속편으로,  (2023년 봄 녹음)된 것으로, 대장동 사건을 두고 두 피고인이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 담겼다. 이 녹취록에서 ...
  4. 민주당을 향한 외통수 "대장동 환수법" 국가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범죄 수익 환수를 공식적으로 포기한 상황에서 논란의 항소포기를 중심에서 처리한 박철우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 박철우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힌 인사는 이 사태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것은 실패에 대한 문책이 아니라, 성공적인 임무 완수에 대한 포상에 가깝다. 검찰 조직을...
  5. 대통령의 '무지(無知)'가 국가 안보의 최대 위협이다 국가 지도자의 말은 그 자체로 전략이자 메시지다. 적대국과 총구를 맞대고 있는 분단국가의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내뱉는 안보 관련 발언은 천금의 무게를 지녀야 한다. 그러나 지난 24일 해외 기자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보여준 인식은 가벼움을 넘어 참담한 수준이었다. 그는 50년간 대북 심리전의 핵심이었던 대북 방송을 "바보짓...
  6.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대장동 항소 포기와 사법 시스템 붕괴 비판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전 국무총리)이 19일 유튜브 채널 '류병수의 강펀치'에 출연해 검찰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항소 포기를 "국가가 나서서 범죄자를 도와준 국가 주도 범죄"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
  7. 탱크만 없는 계엄령, 그 거대한 수용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교민들에게 "또 계엄하는 거 아닌가 걱정되실 텐데,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에서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그 한가한 농담은,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
  8. YTN의 ‘자발적 복종’ 더불어민주당이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라는 좌표를 찍자, YTN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풍자 영상을 다룬 보도를 삭제하고 한 발더 나아가 ‘정치인 SNS 영상 사용 금지’라는 사실상의 백기를 들었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그리고 질서 정연하게 일어났다.'국기문란(國基紊亂)'. 유신 시대의 낡은 ...
  9. 프랑켄코리아 (Franken-Korea) 정치라는 무대 위에는 때때로 기이한 혼종(混種)이 등장한다.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아니라, 이미 사라졌다고 믿었던 과거의 망령들을 덕지덕지 기워 붙여 만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같은 것.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정권의 모습이 그러하다. 이들은 놀라울 만큼 창의성 없는 방식으로, 역대 정권들이 저질렀던 최악의 실수와 가장 추악했던 .
  10. 국민연금 손대려는 정권, 그래놓고 청년더러 "속았다" 하는가 아침 출근길 지하철 풍경을 유심히 본 적이 있는가. 붐비는 객차 안,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 화면에 몰입해 고개를 끄덕이는 4050 중년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들의 작은 화면 속에서는 어김없이 '그'가 등장한다. 더부룩한 수염에 특유의 건들거리는 말투, 김어준 씨다.그 화면 속에서 김어준 씨와 패널들은 혀를 차며 말...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