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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과 탄핵, 그 이후의 한국경제
  • 마지영 경제칼럼니스트
  • 등록 2024-12-21 18:39:37
  • 수정 2024-12-22 04:57:57

  • 정치적 격변의 폐허 뒤에 남은 우리 경제의 위기 신호들
  • 경제수장들의 대응은 실망스러운 수준, 상법개정안이 관건
  • 경제정책이 정치상황에 지나치게 휘둘리지 말아야

윤석열 대통령의 망국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경제 근간을 뒤흔드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성숙한 민주 의식과 국회의 신속한 대응은 한국 민주주의의 기초체력이 허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앞으로 해야 할 숙제들이 많다. 특히 경제에 끼친 악영향은 장차 큰 난맥상으로 남을 것이다. 


비상계엄사태에 대해 해외 각국은 한 목소리로 부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윤석열 대통령을 "GDP Killer"라는 표현으로 예외적으로 강력하게 비판했다. 포브스는 계엄령 선포가 “한국 주식회사들이 여전히 글로벌 시장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오랜 의구심을 증명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아시아 계엄령'을 언급할 때 인도네시아, 미얀마, 태국과 함께 이제 대한민국도 떠올리게 될 것”이라며, 한국의 글로벌 평판이 악화됐음을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또한 이번 비상계엄 선포가 한국의 냉전 시대 반공주의와 정치적 양극화의 산물이라고 지적하며, 이러한 권위주의적 조치가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도 한국의 경제적 불평등이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회적 불만이 최근의 정치적 혼란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또한, 향후 정부가 평등주의적 정책을 채택하지 않으면 민주주의의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외신은 하나같이 ‘비상계엄이 한국의 경제와 국가평판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충격적인 계엄사태와 탄핵이라는 정치적 격변이 지나간 후, 한국경제의 활력과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가 큰 과제로 남았다.(이미지:프레임메이커 디자인 팀 by GROK)


요동치는 자본시장 

대한민국 경제 상황의 급격한 이슈는 늘 환율이 대변해 왔다. 이번에도 예외 없이 달러 환율이 1400원을 뚫고 치솟아 1450원 선에 근접해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1500원대 환율이 코 앞인 셈이다. 현재 한국 주식시장은 한참 비틀거리다 카운터 펀치를 맞은 권투선수처럼 무기력하다. 모두가 국장을 떠나 미장으로 피신하고 있다. 올해 우리 주식시장에 대한 평가는 ‘전쟁 중인 러시아 시장만큼도 못하다'는 악평도 있었으나 이제는 러시아 시장과 비교하는 것 마저 무의미해 보일 지경이다. 외국인들은 연일 주식 매도를 이어가고 있으며 국민연금이 주식 하락을 방어하고 있다. 국고채 금리 또한 상승했다. 쇼크를 받은 경제를 살리려면 부양책이 필요한데 부양책을 쓰자면 국채를 발행해야 하고, 금리가 올라가면 그 부담이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져있다.


실상 한국 경제는 계엄령 사태 이전에 이미 큰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장기 경기 침체라는 가뭄 속에서 정치적 혼란이라는 폭풍우까지 맞은 형국이다. OECD와 IMF 등 유수의 해외 경제기관들은 2025년 한국의 GDP 성장을 2% 내외로 낮춰 잡고 있었다. 이는 글로벌 평균 3%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숫자이다. 앞으로 나올 발표는 1% 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이미 작년부터 1%대를 기록하고 있었다. 물가 상승률 2%대보다 훨씬 낮은 수치로 이는 곧 위축된 소비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망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소비가 위축되니 자영업이 망하고, 망하는 가계가 늘어나니 소비가 더 줄어드는 악순환 고리에 접어든 것이다.


수출로 먹고 산다는 대한민국에서 수출 비중 2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추락 또한 진행 중이다. AI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탓이다. 삼성전자 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철강, 화학 업종 들도 긴 침체에 신음하고 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맞이하게 될 새로운 국제 질서는 강력한 관세장벽과 국내 기업들의 미국 반출 압박이라는 초유의 난관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난관 극복을 위해 우리는 동분서주 열심히 준비하고 묘책을 찾아야 하는 시점에 우리는 충격적인 윤석열의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유래없는 정치혼란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실망스러운 경제 수장의 대응

이런 경제 위기 상황에서는 국가의 경제 수장의 위기 대응이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최상목 경제부총리를 필두로 한 경제 관료들의 계엄사태 이후 행보는 사태를 진정시키기에 크게 부족해 보인다. 

F4로 불리는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감원장 등과 만난 간담회에서 '필요한 경우 무제한 유동성을 공급한다' (2024년 12월 4일), 세제혜택과 규제완화를 골자로 한 반도체특별법 조속한 국회 통과 요구 (2024년 12월 8일), '아세안+3 경제협력·금융안정 포럼'에서 "경제시스템은 굳건하고 긴급 대응체계도 안정적으로 작동 중" (2024년 12월 16일)이라는 발언들이 이어졌는데 과연 적절한 대응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먼저 '필요한 경우 무제한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발언을 살펴보자.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필요성 여부를 지켜보겠다'는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발언이다. 더구나 '무제한 유동성 공급'이라는 모호한 표현은 외국 투자자들에게 구체적인 대응 계획이 부재하다는 부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반도체특별법 역시 적절한 해결책으로 보기 어렵다. 이 법안은 자금 지원과 주 52시간 의무 해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으나, 현금성 자산 100조 원을 보유한 삼성전자의 현 상황은 자금 부족이나 노동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근로조건 완화를 추진하는 것은 위기를 빌미로 한 재벌 편향적 정책이라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경제시스템이 굳건하고 안정적'이라는 선언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 시장의 우려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시할 때에만 의미 있는 발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의 무정부상태를 초래한 이번 계엄, 탄핵 상황은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하는 비상체제인 정부와 거대야당의 민주당의 위기 관리 능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긴 했으나 경제적 관점에서 보는 불확실성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대한민국 정부의 수장이 누구인지가 확인이 되고, 멈춰 서 있는 정책들이 방향성을 보이기 전까지는 자본시장과 산업 시장은 마치 안개 속에 머무른 것과 같은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경제활동의 의사 결정에서 가장 큰 장벽은 '불확실성'이다. 악재는 파악되는 순간 장벽이 아니다. 그에 맞춰 경제는 어떻게든 돌아가지만 불확실성은 경제에 돌아야 할 피를 멈추게 하는 동맥경화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민주당은 이 상황에서 국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야 한다. 당장 해야 할 일과 조속히 해내야 할 일을 분류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자본시장 안정, 확장적 재정정책, 산업 불확실성 해소, 외국인 투자자 신뢰 회복, 민생 지원 강화, 그리고 경제 시스템 신뢰 회복에 필요한 국제사회와의 원활한 의사소통 등의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상법개정안 통과는 민주당을 평가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과연? 

다른 과제들에 비해 빨리 처리할 수 있는 위기대응책은 바로 '상법개정안 통과'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이토록 황폐화된 가장 큰 이유는 선진국들이 이미 시행하는 제도적 장치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추진되는 상법개정안은 심판 없는 축구경기장에 처음으로 심판을 들이겠다는 선언과 같다. 주주(특히 소액주주) 등쳐먹기가 만연한 한국 주식 시장에 이제야 비로소 기본이 서는 것이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전경련을 앞세워 이 법안을 막기 위한  반대 성명을 내고 정부 기관을 압박해 왔다. 그 결과 금융위원장은 상법개정 반대를 공식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민주당이 상법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재명 대표가 직접 사회자로 나서 기업과 소액주주 대표들과의 토론을 2시간 가까이 주재했다. 주요 광고주인 대기업의 눈치를 보느라 그랬는지, 내용을 제대로 다룬 언론은 별로 없었다. 게다가 참석한 토론자들이 모두 이재명 대표의 결단 만을 바라 보는 듯한 분위기는 아쉬웠다. 아직 탄핵도 마무리된 것이 아니고 윤석열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게다가, 지극히 당연한 경제 제도의 개선이 야당 대표의 입만 바라볼 일인지도 문제다. 툭 하면 정치적 상황에 경제가 요동치고 당연히 이뤄져야 할 기본적인 제도 보완조차 한 두 사람의 정치적 입김에 움직이는 한국경제를, 우리 자본 시장의 후진성을, 과연 외국인 투자자들은 어떻게 볼 것인가. 

상법개정안 통과는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제대로 기능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대내외에 보여주는 것이 될 것이다. 또한 탄핵 정국 속에서도 국회와 정부의 기능이 진일보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시그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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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squf242024-12-23 11:54:14

    거시경제를 잘 모르는 대부분의 일반 국민이야 뭘 더 바랄까요.
    국정이 안정된 모습, 주변 상권에 활기가 넘치는 것,
    설마 또 다시 경제 환란이라도 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없이 생활하는 것.

    상법 개정, 주요 내용보다 배임죄 없앤다가 먼저 언론에 오르내리고 세인의 입방아 메뉴가 된 세태.
    상법개정이 개악이 아닌, 좋은 방향으로의 개정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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