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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변칼럼] 주토피아 후기, 유토피아의 조건. D-1646
  • 김성훈 변호사
  • 등록 2025-11-30 22:59:16

어떤 영화가 가장 기억에 남느냐는 질문을 받은적이 있다. 나는 주저 없이 ‘주토피아(zootopia)’라고 했다. 


주토피아는 2016년 상영된 애니메이션인데 모든 세대가 각자의 시각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어느덧 9년이 흘러 최근 ‘주토피아2’가 개봉했다. 덕분에 가족들과 모처럼 영화관 나들이를 했다. 통상 후속작은 전작의 그늘에 가려지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내 마음 한켠에 있던 염려를 후련하게 깨주었다. 1편과 2편이 유기적으로 연결 되어 거대한 완성도를 이루어 냈다. 내 인생을 통틀어 단연 최고의 영화라고 말 할 수 있는 역작으로 남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분들과는 남다른 교감이 가능한 작품이라 생각된다.


영화 주토피아2 스틸이미지. (출처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후에는 치명적 스포일러는 아니지만 영화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주토피아’는 무의식중에 우리사회에 스며 있는 ‘편견’을 재치 있게 터치해 주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가 진행 되는 내내 ‘너는 당연히 이렇게 생각했지?’라는 질문을 받는 느낌이다. 포악한 동물을 지배 하는 순한 이미지의 양, 폭주족 나무늘보, 마피아급 조직의 보스인 생쥐 등 소소해 보이는 반전이 누적되면서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편견들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해준다.


한편, ‘다름’과 ‘틀림’에 대한 구별도 유쾌하게 보여준다. 동물들은 그 종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각양각색의 특성은 서로 도저히 어울릴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크지만 주토피아에서는 조화롭게 하나의 사회를 이룬다. 주토피아에도 정치가 있고 사회문제가 있으며 경제와 문화가 존재한다. 다만 그 구성원이 다양한 동물이라는 점에서 단일종으로 구성된 인간사회에 비해 더욱 고도의 질서가 필요한 것이다. 이 영화에서 각 동물이 갖는 직업과 사회적 역할을 보면, ‘다름’이라는 가치가 ‘조화로움’의 재료가 된다는 사실을 매우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단일 종족인 인간이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틀렸다’고 평가하는 현실을 돌아 보게 된다. 주토피아에 사는 동물의 종류는 마치 인간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듯 하고, 동물의 종류에 따라 주는 직관적 이미지는 사람의 외모와 재산과 거주지 등 외형적 조건에 대비된다. 이 영화는 지속적으로 그 껍데기의 허상을 벗겨 내며 진정 중요한 가치의 본질로 관객을 안내한다.


주토피아2는 이러한 철학적 기반 위에 ‘차별’과 ‘부조리’를 본격적으로 건드렸다. 주토피아1의 진화된 버전이라 볼 수 있다. 9년이란 시간 동안 내 삶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것이 투영 되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주토피아의 내용도 한층 깊고 진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유 모를 묵직함이 쌓이더니 영화 중반 주인공인 토끼와 여우의 산장 대화 장면에서 결국 나는 울고 말았다. 영화와 작금의 현실에 대한 경계가 허물어지는 느낌이었다. 영화를 보실 분들을 위해 내용은 밝히지 않겠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공감할 것으로 본다.


주토피아1이 방영된 2016년에 나는 정알못에 가까웠다. 이 영화에 공감한 것은 평소 사회에 갖고 있던 내 가치관, 즉 머리와 공진 했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도 이 영화가 주는 감동이 컸다. 그 이후 9년이 지나는 동안 나는 머리 뿐만 아니라 발까지 깊숙히 사회와 정치 영역에 들여 놓았다. 이 시점에 나온 주토피아2는 그래서 더 무겁고 먹먹하게 다가왔다. 다만 그에 못지 않은 안도감도 밀려 왔다. 이러한 영화가 있다는 것, 그리고 많은 관중이 이를 관람 한다는 것은 많이 외롭지 않아도 된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의 영화가 흥행한다는 것은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비록 편견과 부조리를 당장 바꿀 힘은 없어도, 그런 인식과 염려를 나 혼자 또는 극소수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다행이지 않은가?


이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그리고 그 엔딩은 억지스럽지 않다. 아이들도 좋아하고 어른들도 납득할 만한 결론이다. 어떻게 보면 상식에 가깝지만 현실이 팍팍하다 보니 무기력에 길들여져 카타르시스를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더 이 영화를 추천한다. 거꾸로 가는 세상에 모처럼 정방향으로 누릴 수 있는 재미있고 유쾌한 작품이다. 구성이 매우 탄탄하며 지루할 틈 없이 흥미진진하다. 다른 영화들은 그냥 재미있게 즐기고 소비하는 제품이라면 이 영화는 오랜 동지와 공감대 가득한 대화를 하는 기분이다. 그런데 그 대화의 형식이 너무도 신나고 재미있다. 


영화가 끝나도 많은 사람들이 일어나지 않는다.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 우리 가족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에 대한 보상인가? 쿠키영상이 있었다. 3편의 복선으로 보였다. 3편이 나올 즈음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나는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있을까? 그때 지금을 돌아보면 어떤 마음일까? 지금이 최악일까? 아니면 더 어두운 미래가 있을까? 어쩌면 주토피아의 사회풍자가 먹히지 않는 세상이 인간의 유토피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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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7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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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12-02 00:48:35

    놓쳐버린 영화를 찾아봐야겠네요. 애니메이션에 이런 심오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는 걸 이제 알았습니다.김변님과 같이 보는 기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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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12-01 17:40:04

    주토피아 1편 다시 보고 2편 보려고요. 1편이 자세히 기억이 안 나네요 잼나게 봤던 기억만 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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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dongong2025-12-01 14:03:10

    안 그래도 이번 주말에 보러가려고 했는데 기대가 됩니다.
    3편이 나올 그 때는.. 지극히 상식적인 시절이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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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12-01 10:59:10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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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12-01 08:19:43

    주토피아 보러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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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12-01 02:55:15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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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5-11-30 23:01:19

    어제 주토피아를 보고 와서 더 반가운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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