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일 앞으로 다가온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수원=연합뉴스)
지방선거가 10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의도와 청와대의 시계는 온통 선거의 결과에만 맞춰져 있고, 언론은 그 결과가 향후 정국의 지형을 어떻게 뒤흔들지 계산하느라 분주하다.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느냐, 이재명 정부의 위기냐 재도약이냐를 따지는 그 소란스러운 분석들 사이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은 실종됐다. "대체 이 지방자치라는 시스템이 과연 필요한가? 이대로 둬도 괜찮은가?"라는 근원적인 물음 말이다.
아무도 고장 난 자동차의 엔진을 볼 생각은 않고, 그 차가 어디로 갈지에 대해서만 내기를 걸고 있는 기이한 형국이다.
지방자치제 시행 30여 년. "우리 동네 사정은 우리가 제일 잘 안다"며 시작된 이 거대한 실험은 이제 "우리끼리 해 먹는 게 제일 맛있다"는 토호들의 탐욕스러운 슬로건으로 변질됐다. 취지는 중앙의 획일적인 통제에서 벗어나 지역 특성에 맞는 발전을 하겠다는 것이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그 안에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썩은 물이 고인 웅덩이에서 기생충들이 파티를 벌이는 참상만이 남았다.
가장 기가 막힌 블랙코미디는 지방 의원들의 '등기부 등본'이다. 지역 발전을 위해 뼈를 묻겠다며 표를 구걸하던 사람들이, 정작 본인들의 '진짜 집'과 핵심 자산은 서울 강남이나 수도권 알짜배기 땅에 묻어놨다. 몸은 지방 관사에 있는데, 영혼과 지갑은 서울 부동산 시세표에 인질로 잡혀 있는 셈이다. 그러니 그들이 진심으로 지방이 살아나 서울 집값이 떨어지는 균형 발전을 원하겠나? 오히려 지방을 적당히 낙후된 상태로 방치해 자신들의 수도권 자산 가치를 방어하는, 지역 주민 입장에서 보면 '내부의 스파이'나 다름없는 짓을 하고 있다.
이 부패의 생태계를 완성하는 건 '정당 공천제'라는 악마의 파이프라인이다. 기초 의원은 동네 하수도와 가로등을 챙기는 일꾼이어야 하는데, 현실은 중앙당 국회의원들의 '사설 심부름센터 직원'을 뽑는 자리로 전락했다.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에게 충성하기 위해 지방 예산으로 후원금 셔틀을 하고, 선거철이면 머슴처럼 동원된다. 김경, 김병기, 강선우 같은 이름들이 오르내릴 때마다 대중이 지방자치에 대해 깊은 회의감을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원 배지를 권력이 아닌 '신분 상승의 사다리'로 여기고, 자식 꽂아 넣기와 법카 유용 같은 잡범 수준의 비리를 저지르는 그들의 행태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는 이미 말라 비틀어졌다.
결국 지금의 지방자치는 중앙 권력과 지방 토호가 결탁해 세금을 나눠 먹는 거대한 '카르텔'이다. 부동산을 만악의 근원이라 욕하면서도 정작 그 부동산 카르텔의 가장 충실한 복무자가 되어버린 지방 의회, 그리고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그것을 사유화해 쓰레기로 만드는 인기영합식 통치 철학이 만나 대한민국을 '부패의 연방제'로 만들고 있다.
선거의 승패보다 중요한 건 시스템의 파산 선고다. 정당 공천을 폐지하고 토호와의 연결 고리를 끊어낼 대수술이 없다면,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학교가 아니라 '부패의 양성소'로 남을 뿐이다. 차라리 지방 의회 문을 닫는 게 지방 소멸을 막지는 못해도, 적어도 세금 낭비라는 출혈은 막을 수 있다는 이 서글픈 진실 앞에, 정치권은 답을 내놓아야 한다. 표 계산은 나중에 하고, 일단 구멍 난 배부터 수리하는 게 순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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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그냥 폐지하는게 낫다
지방자치제가 왜 필요하냐고 원성이 자자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