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울산=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울산 타운홀미팅에서 놀라운 말을 했다. “코스피가 5000을 넘어서 국민연금 자산이 250조 늘었다. 이제 연금 고갈 걱정은 다 없어졌다.”
듣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이것은 경제학적 무지인가, 아니면 고도의 기만인가.
우선 ‘코스피 5000’의 실체부터 보자. 지금 대한민국 경제는 환율 1470원을 위협받는 초약세 국면이다. 원화 가치가 바닥을 뚫고 있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실물 자산인 주식의 명목 가격은 오른다. 베네수엘라나 튀르키예가 망해갈 때 주가지수가 수천 퍼센트씩 폭등했던 것과 같은 이치다.
외국인들은 한국을 떠나고 기업 경쟁력은 제자리인데 주가만 뛰었다면, 그것은 성장의 과실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의 거품’이다. 짜장면 값이 2만 원이 된 세상에서 주가가 두 배 올랐다고 좋아할 일인가. 대통령은 화폐 가치가 휴지 조각이 된 참사를 두고 “국민 재산이 늘었다”며 자화자찬하고 있다.
더 심각한 건 ‘연금’ 발언이다. “주식 벌어서 고갈 걱정 없어졌다”는 말은, 단언컨대 건국 이래 대통령 입에서 나온 가장 위험한 궤변 중 하나다.
국민연금이 고갈되는 근본 원인은 수익률 때문이 아니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인구 구조’ 때문이다. 돈 낼 사람은 급감하고 받아 갈 노인은 급증하는 구조적 불균형이 문제다. 250조 원을 더 벌었다고? 현재 국민연금의 잠재 부채(미적립 부채)는 1800조 원을 넘는다. 250조는 고갈 시점을 고작 몇 년 늦출 뿐인 ‘언 발에 오줌’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선언했다. 이 말 한마디로 연금 개혁의 동력은 꺼졌다. 뼈를 깎는 모수 개혁(더 내고 덜 받기)을 해야 할 시점에, “주식 대박 났으니 개혁 안 해도 된다”는 마약을 주사한 것이다. 국민에게 고통 분담을 설득할 용기는 없고, 달콤한 거짓말로 임기만 때우겠다는 무책임의 극치다.
만약 내년이나 내후년, 거품이 꺼지고 주가가 폭락하면 그때는 뭐라고 할 텐가. “다시 연금 못 받게 생겼으니 걱정하라”고 할 것인가. 국가의 백년지대계인 사회보장제도를 도박판 칩처럼 취급하고 있다.
재작년 연말의 엄혹한 상황을 국민이 이겨냈다고 했다. 틀렸다. 국민은 이겨낸 게 아니라, 고물가와 고환율 속에서 각자도생하며 버티고 있을 뿐이다.
대통령이 보고 있는 ‘코스피 5000’은 번영의 신호탄이 아니다. 화폐 시스템 붕괴의 경고등이다. 그리고 ‘연금 걱정 없다’는 말은 축복이 아니다. 미래 세대에게 빚더미를 넘기겠다는 파산 선고다. 숫자에 취해 현실을 못 보는 리더만큼 위험한 존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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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코스피 5000이 그렇게 좋은 신호인데 왜 환율은 이 모양이고 경제성장은 마이너스이고 물가는 이 지경인건데.. 코스피가 뭔지 몰라도 그렇게
나라에 좋은거면 나 살기도 좋아야되는거 아니냐고.. 궁금하지도 않은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