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 하는 박철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서울=연합뉴스) 2025.11.21
과거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렇게 말했다. “존경한다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 상대의 진심을 비웃고, 말의 무게를 깃털처럼 가볍게 만드는 그의 화법은 정치적 위기 때마다 빛을 발했다. 그리고 2026년 1월, 그 화법이 검찰 인사에서 다시 한번 섬뜩하게 재현됐다.
시계바늘을 두 달 전으로 돌려보자. 작년 11월 24일, 박철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취임 일성으로 조직의 안정을 말했다.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해 연판장을 돌렸던 검사장들에게 “평검사로 전보 조치하는 모욕적인 인사는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정권과 코드를 맞추는 핵심 요직 인사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기에, 검찰 내부는 잠시나마 술렁임을 멈췄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기가 막힌다. 법무부는 그 약속을 지켰다. 항명 파동의 주역인 박현준, 박영빈 지검장 등 7명은 평검사가 되지 않았다. 대신 검사들의 유배지이자 무덤이라 불리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쫓겨났다. 수사권도, 지휘권도 없는 사실상의 대기발령이다.
이것은 약속 이행인가, 아니면 조롱인가. “평검사 안 시킨다고 했지, 계속 수사하게 해준다고는 안 했다”는 식이다. 상대를 안심시켜 무장을 해제한 뒤, 등 뒤에서 칼을 꽂는 전형적인 ‘기만 전술’이다. 박 지검장은 조직을 보호하려던 게 아니라, 정권이 칼을 갈 시간을 벌어주는 ‘연막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셈이다.
인사 명단을 보면 메시지는 더 선명하다. 소신을 말한 7명은 짐을 쌌고, 정권의 방패막이 역할을 한 박철우 지검장과 임은정 지검장은 자리를 지키거나 영전했다.
신호는 명확하다. “법리대로 하면 죽고, 코드대로 하면 산다.”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간판을 바꿔 달기 직전, 마지막으로 조직의 척추를 꺾어놓겠다는 정권의 의지다. 이제 검찰에 남은 건 ‘검사’가 아니라, 인사권자의 입만 쳐다보는 ‘월급쟁이 공소관’들뿐이다.
법무부는 “리더십과 역량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궤변이다.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준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것이 리더십 부재라면, 범죄를 덮으라는 지시에 순응하고 동료를 사지로 몬 자들의 행동은 탁월한 리더십인가.
한직으로 밀려난 검사들은 짐을 싸며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이 정권 하에서 말(言)은 신뢰의 도구가 아니라 함정이라는 것을. “강등 안 한다”는 말을 믿은 그들의 순진함이 죄라면 죄다. 존경한다는 말이 조롱이었듯, 조직 안정이라는 말은 숙청의 다른 이름이었다. 속은 사람만 바보가 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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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5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저들도 언젠간 되갚음 당하길 바랍니다
이게 얼마나 가 갈까요,
또다시 되돌이 표가 될 개혁들
늘 하던 짓
딱 이재명 스러운 인사
뭐라할 수 없을만큼 너무나 진짜진짜 참말로 나쁜 정권입니다.
욕만 자꾸 늘어나네요.
뉴스보기가 겁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