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을 회피하는 것 자체가 부적격 사유다. 자료 제출 없이 청문회를 여는 건 국회를 무시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시간을 4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당시 거대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쏟아낸 일갈이다. 당시 민주당은 후보자의 자료 제출 미비를 이유로 청문회 일정을 보이콧하며 "송곳 검증"을 외쳤다. "사생활 보호를 핑계로 자료를 숨기는 자는 공직 후보자 자격이 없다"던 그들의 서슬 퍼런 외침은 아직도 국회 속기록에 선명하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26년 1월, 입장이 정반대가 된 여의도의 풍경은 기괴하기 짝이 없다.
"자료 거부는 국민 기만이다" 2022년 당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했던 발언이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혜훈 후보자가 핵심 검증 자료 제출을 거부하며 '배째라'식 태도로 일관하고 있지만, 여당이 된 민주당은 "개인정보 보호", "관행" 운운하며 후보자를 감싸기에 급급하다. 과거 자신들이 그토록 혐오했던 '깜깜이 청문회'를 이제는 헌법적 책무라 포장하며 단독 강행까지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이러한 '내로남불'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025년 6월,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 당시에도 민주당은 야당의 자료 요구를 "신상털기", "발목잡기"로 매도하며 방어막을 쳤다. 야당 시절엔 "자료 제출 거부 시 처벌"을 골자로 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쏟아내더니, 정권을 잡자마자 그 법안들은 휴지 조각이 되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인사청문회는 요식행위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 통계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공직 후보자의 자료 제출 거부율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자는 둥, 자료 요구를 갑질로 몰아가는 둥, 그들이 야당 시절 정부를 공격하던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꼴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서 돼지들은 인간을 쫓아내고 권력을 잡은 뒤, 결국 자신들이 몰아냈던 인간과 똑같은 모습으로 변해간다.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되었다"는 비판조차 아까울 지경이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2022년의 민주당과 2026년의 민주당은 다른 당인가? 그때의 정의가 지금은 불의가 되었는가? 국민은 4년 전 당신들이 했던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자료 제출 거부는 '국민 기만'이라던 그 말을 말이다.
김남훈 기자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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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세상 내로남불을 문자로 표현하면 더불어민주당.
내로남불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