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국무부가 향후 5년(2026~2030) 전략 계획을 발표했다. 외교 문서는 보통 모호하고 점잖은 법인데, 이번엔 심상치 않다. 핵심은 “신의 부여한 자연권(표현, 종교, 양심의 자유)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경고를 덧붙였다. “가짜 뉴스 대응, 혐오 표현 퇴치, 안전 등의 명분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
누구를 겨냥한 것인가. 문장 주어에 ‘대한민국’만 빠졌을 뿐, 내용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들과 판박이다.
정부는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내세워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입틀막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은 이를 “명분만 그럴싸한 정부의 검열”로 규정했다. 또한 ‘독과점 방지’라며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법은 구글, 유튜브, 엑스(X) 같은 미국 빅테크 기업의 알고리즘을 정부가 들여다보고 통제하겠다는 법이다. 미국 입장에서 이건 공정 경쟁이 아니다. 자국 기업의 영업비밀을 탈취하고, 입맛에 안 맞는 콘텐츠를 삭제하려는 ‘디지털 관치(官治)’다.
미국이 분노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의 손발을 묶는 사이,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틱톡,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같은 중국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어 한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맹국 정부가 앞장서서 미국 기업은 무장 해제시키고, 중국 기업에게 진지를 내어주는 꼴이다.
최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에서 겪은 일은 상징적이다. 미국 측 인사가 대뜸 물었다고 한다. “한국 정부는 쿠팡을 파산시키려는 겁니까?”
쿠팡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사실상의 미국 기업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한국 공정위 등이 과도한 제재를 가하자, 미국은 이를 ‘기업 괴롭힘’이자 ‘자유 시장 위협’으로 받아들였다.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내 식구 건드리면 가만 안 둔다”는 살벌한 최후통첩이다.
미 국무부 '2026-2030 전략 계획' [미국 국무부 자료] 미국은 이미 유럽연합(EU)에서 빅테크 규제를 주도한 관료들의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선 전례가 있다. 이번 전략 보고서에도 ‘비자 및 금융 제재’가 명시됐다. 이재명 정부가 이대로 폭주한다면, 한국의 장관이나 국회의원들이 ‘자유 억압자’로 낙인찍혀 미국 입국을 거부당하고 달러 계좌가 묶이는, 6.25 이후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정부는 ‘정교분리’를 내세워 대형 교회를 압박하고, ‘가짜 뉴스’를 내세워 언론을 옥죈다. 국내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자유’를 건국 이념으로 삼는 미국 눈에는 독재로 가는 급행열차로 보인다.
미국 국무부 보고서는 단순한 종이 뭉치가 아니다. “선 넘으면 친중 국가로 간주하고 응징하겠다”는 청구서다. 경제 문제를 안보 문제로 직결시키는 미국의 2.0 전략 앞에서, 한국 정부만 눈을 감고 지뢰밭을 걷고 있다. 그 폭발의 피해는 정부가 아니라, 고립된 경제 안에서 살아가야 할 국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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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3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이텅 정부 쓴맛 볼 날이 올지도. 감사합니다
범죄자가 자신을 향한 비판을 억압하겠다고 국제 사회에서의 고립도 마다하지 않는 현실 속에
미국의 개입에 희망을 걸어 보는 우리들 처지가 처량하네요
그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