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칼럼] 환율 1450원, 방어 포기인가, 방치인가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6-01-13 09:45:55
  • 수정 2026-01-13 09:48:02

  • 정부, 환율 방어 사실상 포기했나, 금리 인상은 무섭고 달러는 없고
  • 고환율 용인해 대기업 세금 걷겠다는 꼼수, 외환보유고 헐어 쓰는 '돌려막기'의 한계
  • IMF 같은 급성 질환 아니라 '만성 고사', 각자도생 외엔 답이 없는 서민의 현실

코스피 최고치 경신, 달러는 상승코스피 최고치 경신, 달러는 상승 (서울=연합뉴스) 

환율이 달러 약세에도 1.9원 오른 1,470.3원을 찍었다. 등락은 있지만 1450원에서 내려올 줄 모른다. 정부가 돈을 쏟아부어도 요지부동이다. 시장에선 “정부가 환율 잡기를 포기했다”는 말이 나온다. 틀린 말은 아니다. 포기했거나, 아니면 능력이 없거나 둘 중 하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를 재검토해야 한다”, “금리 인상은 논의할 생각이 없다”. 행간을 읽으면 이렇다. 정부가 환율을 잡을 의지가 없는데, 한은 혼자 북 치고 장구 칠 수 없다는 항변이다.


정부의 딜레마는 명확하다. 환율을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 하지만 가계 부채가 산더미인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지옥문 개방이다. 자영업자는 쓰러지고 부동산은 폭락한다. 지방선거를 앞둔 정권 입장에선 자살행위다. 그러니 금리 카드는 버렸다.


남은 건 달러를 풀어 막는 것뿐이다. 지난달에만 26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12월은 기업 결제 수요가 적어 외환보유고가 늘어나는 게 정상인데, 오히려 줄었다. 댐에 구멍이 났는데 모래주머니 몇 개로 막아보려다 모래만 떠내려간 꼴이다.


정부의 속내는 복잡하다. 내심 고환율을 즐기는 측면도 있다. 환율이 높으면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수출 대기업의 장부상 이익은 늘어난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세금이 더 걷힌다. 그 돈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유지할 수 있으니, 국민 물가 고통쯤은 눈감아주겠다는 심산이다. 전형적인 ‘대기업 프렌들리’가 아니라 ‘세금 프렌들리’다.


더 큰 문제는 구조적이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시선은 국장을 버리고 미장으로 향하고 있다. 기업들도 공장을 해외로 옮긴다. 국민연금마저 수익률을 좇아 달러를 싸 들고 나간다. 달러가 들어올 구멍은 막히고 나갈 구멍만 뚫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26억 달러를 푼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게다가 올해부턴 천문학적인 달러를 미국에 지급해야 한다.


지금의 환율 위기는 과거 IMF 때처럼 한 방에 터지는 ‘급성 심근경색’이 아니다. 서서히 말라 죽는 ‘만성 신부전증’이다. 체력은 고갈되고, 유일한 치료제인 금리 인상은 부작용과 지방선거가 무서워 못 쓴다.


정부는 “관리 가능하다”고 큰소리친다. 하지만 시장은 안다. 1450원 환율은 이제 이상 현상이 아니라 ‘뉴노멀’이 됐다는 것을. 1300원대로 돌아가는 건 꿈이고, 1500원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국가는 능력을 잃었고, 정부는 의지를 잃었다. 남은 건 각자도생뿐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는 뛰고, 내 월급의 가치는 쪼그라든다. 이 조용한 고사(枯死) 작전 속에서, 국민은 스스로 방어막을 쳐야 한다. 정부를 믿고 있다간 앉아서 벼락거지가 될지도 모른다.


음원서비스에서 낙원전파사를 만나보세요

관련기사

프로필이미지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4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6-01-14 15:14:45

    환율뿐만 아니라 나라 구석구석 망가지고 있는데 너무 조용한게 무섭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6-01-13 18:53:23

    장부의 무능으로 서민들 목을 죄는,
    이정부 7개월, 지긋지긋하댜.
    답도 없고 의지도 없고,,,,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6-01-13 16:55:09

    무능의 최고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6-01-13 12:24:16

    비전도 계획도 없고, 그저 오늘 하루만 버티자 주의 이마두로 정부. 죽어나가는 건 서민들뿐. 기사 감사합니다.

    더보기
    • 삭제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화장실과 샤워실에서 여성을 몰아내는 '2026 차별금지법' 유감 최근 진보 정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하 차금법)' 제정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진보당 손솔 의원은 ‘탄핵 광장의 요구가 곧 차금법’ 이었다며 입법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 광장의 큰 축이었던 여성들 사이에서는 우려를 넘어 명백한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는 ‘혐오...
  2. 마두로는 우리편, 이란은 남의 일? 한국 진보의 모순 유엔과 국제형사재판소(ICC)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마두로의 단죄를 논할 때, 한국의 주류 민주진보 세력은 마두로의 독재에는 눈감고 '미 제국주의의 침탈'을 외치며 그를 엄호하고 있다. 반면 이란의 혁명과 이란 정부의 유혈진압에는 침묵하고 있다. 한국의 소위 '민주, 진보' 세력은 왜 이럴까?
  3. 세계 정계를 흔드는 중국, 이래도 '혐중' 인가? 미국: 주정부 최고위직까지 뻗친 포섭의 손길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은 린다 쑨 체포 사건이다. 2024년 9월, 미국 뉴욕주에서는 전 뉴욕주지사 비서실 차장 출신의 린다 쑨과 그녀의 남편이 중국 정부의 불법 요원으로 활동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린다 쑨은 10년 넘게 뉴욕주 고위직에 근무하며 캐시 호컬과 앤드류 쿠오모 주지사를 위해 일했...
  4. [칼럼] 민주당과 경찰이 증명한 '검찰이 필요한 이유', 13일의 침묵 범죄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속도다. 특히 뇌물이나 공천헌금 같은 사건은 증거가 디지털 데이터로 존재하기 때문에, 의혹이 제기되는 즉시 덮쳐야 한다. 그런데 2026년 1월, 대한민국 경찰은 새로운 수사 기법을 선보였다. 이름하여 ‘기다려주기 수사’다.무소속 강선우 의원과 민주당 김경 서울시의원 사이의 1억 원 공천헌금 의혹.
  5. [속보] "속옷 빨래·모닝콜은 공무원 괴롭힘"... 법원, 경기도청 2천만원 배상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재임 시절 불거진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공익제보자 조명현 씨가 배모(전 경기도청 사무관)씨와 경기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법원은 배씨의 '갑질' 행위뿐만 아니라, 이를 방치한 경기도청의 사용자 책임까지 인정했다. '개인 간의 일탈'이라며 선을 그어..
  6. [칼럼] 2,000만 원 배상 판결, 대통령의 퇴임 후를 겨누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제보한 조명현 씨가 일부 승소했다. 법원은 김혜경 여사의 수행비서였던 배소현 씨와 경기도가 공동으로 2,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액수는 크지 않다. 하지만 이 판결이 함의하는 정치적, 법적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은 법원이 경기도의 ‘사용자 책임...
  7. [칼럼] '댓글 국적' 밝히자는 게 혐중? 주객전도된 국익 대한민국 여론의 광장인 포털 뉴스 댓글창은 전쟁터다. 그런데 그 참전 용사들의 국적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에 국민의힘이 “댓글 작성자의 국적을 표기하자”고 제안했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한국인이면 ‘한국’, 중국인이면 ‘중국’이라고 밝히고 떳떳하게 의견을 개진하자...
  8. 김여정에 '칭찬' 듣는 국방부, 군대인가 하급자인가 11일 아침, 평양에서 날아온 소식에 대한민국 안보 라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지 모른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도발 의도가 없다는 한국 국방부의 입장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했다. 뒤이어 “그나마 연명을 위한 선택”이라고도 했다.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귀를 의심케 하는 문장이다. ‘현명한 선...
  9. [단독] "평양 뚫었다"던 그 무인기… 알고보니 알리발 20만원짜리 '스티로폼' [단독분석] "평양 뚫었다"던 그 무인기… 알고보니 알리발 20만원짜리 '스티로폼'전문가 분석 결과 中 상용 드론 '스카이워커 타이탄 2160' 알리·RC샵서 누구나 구매 가능군용 아닌 '취미·레저용' "주권 침해"라며 내놓은 증거가 고작 '중국산 짝퉁 조립품'북한이 10일 "대한민국이 평양 상공을 유린했다"며 ..
  10. 권력이라는 뇌질환: 의원님들의 ‘전두엽’은 안녕하십니까? 국회의원에게 보좌진은 그림자이자 가장 가까운 정책 파트너다. 보좌진은 의원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사무처에서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엄연한 공무원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의원들이 보좌진을 개인집사나 하인처럼 부리고 있다. 가족의 심부름을 시키고, 집의 프린터, 심지어 ‘변기 수리’를 지시하고 입에 담지 못할 폭언에...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