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권력이라는 뇌질환: 의원님들의 ‘전두엽’은 안녕하십니까?
  • 김선 논설위원
  • 등록 2026-01-09 10:40:24
  • 수정 2026-01-09 15:25:29

  • 한 때 멀쩡했던 국회의원들은 왜 갑질 괴물로 미쳐가는가
  • 권력을 잡으면 전두엽이 망가진다? 과학적인 사실
  •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인물일수록 빠르고 치명적으로 망가져

국회의원에게 보좌진은 그림자이자 가장 가까운 정책 파트너다. 보좌진은 의원이 개인적으로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사무처에서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엄연한 공무원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의원들이 보좌진을 개인집사나 하인처럼 부리고 있다. 가족의 심부름을 시키고, 집의 프린터, 심지어 ‘변기 수리’를 지시하고 입에 담지 못할 폭언에 불법적인 일을 시키는 등 ‘갑질’ 에 대한 증언이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런 의원들도 한 때는 전문성과 정의감으로 국민과 민생을 외치며 국회에 들어왔을 터, 한 때 멀쩡했던(최소한 그래보였던) 이들은 왜 저토록 안하무인으로 변하는 것일까?


인사청문단 사무실로 출근하는 이혜훈 전 의원, 인턴직원에 대한 갑질 폭언과 보좌직원들에 대한 다양한 갑질, 재산증식 과정에서의 불법 의혹이 터져나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 권력은 '공감 회로'를 끄는 스위치다

심리학자 대커 켈트너(Dacher Keltner)는 20년간의 연구 끝에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마치 '외상성 뇌 손상' 환자처럼 행동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권력을 얻으면 타인의 감정을 읽고 상황을 살피는 '미러 뉴런(Mirror Neuron)' 계통의 활동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특히 뇌의 안와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 에 변화가 생긴다. 이곳은 사회적 적절성을 판단하고 타인에 대한 공감을 조절하는 곳인데, 권력이 비대해지면 이 기능이 마비된다. 한 마디로 남의 ‘눈치’를 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손상이 지속되면 타인을 '인격체'가 아닌 자신의 목적을 위한 '도구'로 보게 되며, "내가 이 정도 위치인데 이쯤이야 어때?"라는 특권의식에 젖게 된다. 


권력 중독에 의한 안와전두피질 손상을 설명하는 개념도. 타인의 감정을 읽는 미러 뉴런은 마비되고 사람을 자신을 위한 '도구' 로 인식하게 된다. 

최근 정치권에서 파묘되는 '갑질'은 권력에 의한 뇌 손상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그 권력을 감당할 인격적 기초 체력이 바닥난 미성숙의 발로다. 성인이 되었지만 인격이 성숙되지 않고, 내면의 열등감을 해소하지 못한 이들이 갑자기 권력을 쥐었을 때 뇌의 공감 회로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훨씬 더 빠르고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다.


*감정의 전이 차단: 타인의 감정을 읽는 감각이 둔해진다. 어쩌면 그럴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의원은 자신의 분노를 폭언과 표정으로 보좌진에게 쏟아내면서도, 그가 느낄 모멸감에는 무감각해진다. 상대의 감정보다는 자신은 ‘이렇게 해도 되는 사람’ ‘ 나는 나랏일을 하는 중요한 사람’ 이라는 특권의식이 우선되기 때문이다.


*충동 조절 장애: 화를 참지 못하는 것은 전두엽 기능이 약화되면서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다. 참아야 할 순간에 폭언(“내가 널 죽였으면 좋겠다!”)을 내뱉거나, 공적 자원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사라진다. 심하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고성을 지르며 분노를 표출하는 몰상식한 사태가 벌어진다. 내가 만난 시민단체 출신 국회의원은 자기가 배정받은 방한용 유세점퍼의 사이즈가 맞지 않다며 행사장에서 그것을 갈기갈기 찢어 보좌관에게 던지기도 했다. 


*규범 무시: 종종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들이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아 망신을 당하는 사례가 있다. 장애인주차장에 관용차를 주차한다거나 빨간 불일 때 횡단보도를 건너가 보좌진을 기겁하게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명단 등록이 필요한 장소에 입장할 때 기다리기 싫다며 ‘저 국회의원이예요!’ 라고 핏대를 올리는 의원도 있었다. 타인에게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면서 정작 자신은 특별하며 모든 규제에 예외라고 믿는 ‘내로남불’ , ’도덕적 이중잣대’를 당연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2. "이래도 괜찮네?" 권력자들의 '간 보기' 

권력자들의 갑질은 또한 그들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정교하고 꾸준하게 진행되는 '권력 확인 실험'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승자의 뇌’ 를 집필한 신경과학자 이안 로버트슨(Ian Robertson)은 ‘권력을 행사하고 승리하는 실험이 반복될 때 뇌의 구조가 물리적으로 변한다’고 주장한다. 로버트슨은 이것을 ‘승자 효과’ (The Winner Effect) 라고 이름 붙였는데 이는 ‘권력자들의 간 보기 과정’ 이다. 권력자들은 초기에는 사소한 무례함을 저지르며 주변의 반응을 살핀다. 별 일이 아닌데도 고성을 지르고 직원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 번 해 보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들도 긴장한다. 벼락같이 소리를 질러놓고 ‘내가 이들한테 이래도 되나’ 와 같은 생각도 잠시 한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 아무도 자신을 제지하지 않고, 오히려 굴복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자신의 무례함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이게 되네’ 라고 느끼는 순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급격히 상승되고 뇌의 보상회로에 도파민을 쏟아넣게 된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 어떻게 될까. 점점 더한 분노를 표출하고 더더욱 부당한 요구들을 일상화 하게 되면서 그들의 뇌는 권력이라는 마약에 중독되기 시작한다. 처음에 보좌진에게 자기 아내의 수행을 한 두 번 시키고 개인적인 일을 '부탁'하던 의원이, 곧 자기 아들들의 학교 편입과 직장 업무까지 당연하게 떠넘기고 더더욱 무리한 일들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민주당 전 원내대표 김병기 의원. 대기업 항공사의 숙박권 이용, 배우자의 구의회 법카 사용, 아들 대학 편입 부정, 국정원 직원인 장남의 업무를 보좌진에게 맡겼다는 등 십여 개 의 의혹으로 경찰수사를 받게 됐다. (사진: 연합뉴스)  

진짜 불행은 대부분의 보좌진들은 그런 요구에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의원실에서 가장 선임 위치에 있는 보좌관이라도 그런 의원에게 ‘안됩니다’ 라고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그들도 어쩔 수 없는 직장인으로서, 국회라는 특수하고 좁은 업계에서 의원 한 사람의 임면권에 직업 생명이 걸려있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간 보기' 단계에서 적절한 제동(“의원님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이 걸리지 않으면 한 때 겸손했던 교수, 공무원, 변호사, 기업인 출신의 초선의원은 타인의 인격을 짓밟으며 쾌락을 느끼는 '권력 괴물'로 진화하게 된다. 


이러한 권력 중독 상태가 지속되면 뇌의 관제탑인 전두엽은 최종적으로 제 기능을 잃는다. 정상적인 전두엽은 "여기서 화를 내면 안 돼", "이것은 부당한 요구야" 라고 판단하고 제어하지만, 권력에 취한 뇌는 이 ‘불필요한’ 억제 기제를 아예 꺼버린다. 켈트너는 이를 '권력 패러독스'라 불렀다. 권력을 얻기 위해, 국회에 들어오기 위해 필요했던 타인에 대한 공감과 협력의 능력은 사라지고, 오직 자신의 욕망과 충동만을 따르는 '사회적 뇌 손상'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3. 우리가 '병든 뇌'를 가진 이들에게 지배받아야 하는가

문제는 이들의 ‘뇌 손상'이 개인의 질병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고, 충동 조절이 안 되며, 특권의식에 젖어 규범을 무시하는 이들이 국가의 법을 만들고 예산을 주무른다. 공감 능력이 마비된 뇌로 민생을 논하고, 도덕적 이중잣대를 가진 손으로 정의를 쓰겠다고 한다. 권력에 취해 뇌가 망가진 공인들이 국가중대사를 주무른다? 국가적 비극이다.


국회 본회의장. (사진: 연합뉴스) 

결국 이 안타까운 순환을 끊을 수 있는 것은 유권자의 냉정한 판단 뿐이다. 우리는 그들이 휘두르는 화려한 언변과 선동 뒤에 숨겨진, 오만하게 일그러져 손상된 ‘뇌의 민낯’을 꿰뚫어 보아야 한다. 가족과 민원인에게 욕설하고, 공무원들을 공개적으로 면박 주고, 가장 가까운 보좌진을 모욕하고 갑질하는 이들이 정치를 잘 할 리가 없으며 국민을 존중할 리 없으니 말이다. ‘우리편’, ‘우리당’이라는 것 만으로, 무지성으로 감싸거나 묵인하지 말고 사실과 상식을 존중하며 사안을 정확하게 봐야 한다. 


뇌 손상을 입은 수준 낮은 이들에게 지배당하며 국가의 격이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기엔, 우리가 견뎌온 시간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프로필이미지

김선 논설위원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6-01-10 06:28:44

    병든 뇌구조는 국회원의 수많은 특권으로
    만들어지는듯 진짜 백해무익인것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6-01-09 16:00:24

    연기라도 하는 성의조차 없네요

  • 프로필이미지
    guest2026-01-09 12:59:49

    아랫 분 말씀처럼 이낙연님을 존경하는 이유가 여기 다 있네요.
    많은 이가 몰라봐서 안타까울 뿐.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6-01-09 12:29:54

    검손한 척하는 것조차 어색한 권력자들 생각해 보면 이낙연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귀한지...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6-01-09 12:26:22

    권력은 자식과도 나누지 않는다는 말이 참 이해가 안 갔는데요 자식을 위해 목숨도 바치는 부모들이 왜 권력에 대해서는 이기적일까에 대한 해답 같습니다
    권력은 질병이 맞는 거 같습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6-01-09 11:24:41

    권력이란 마약에 취해 안하무인한 쓰레기가 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를 알아요. 동네 이장도 못할 주제의 인간이 권력의 정점에서 나라 곳간 바닥내고, 나라 팔아먹으면서 희희낙락하고 있잖아요. 기사 감사합니다.

    더보기
    • 삭제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화장실과 샤워실에서 여성을 몰아내는 '2026 차별금지법' 유감 최근 진보 정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하 차금법)' 제정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진보당 손솔 의원은 ‘탄핵 광장의 요구가 곧 차금법’ 이었다며 입법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 광장의 큰 축이었던 여성들 사이에서는 우려를 넘어 명백한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는 ‘혐오...
  2. 마두로는 우리편, 이란은 남의 일? 한국 진보의 모순 유엔과 국제형사재판소(ICC)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마두로의 단죄를 논할 때, 한국의 주류 민주진보 세력은 마두로의 독재에는 눈감고 '미 제국주의의 침탈'을 외치며 그를 엄호하고 있다. 반면 이란의 혁명과 이란 정부의 유혈진압에는 침묵하고 있다. 한국의 소위 '민주, 진보' 세력은 왜 이럴까?
  3. 세계 정계를 흔드는 중국, 이래도 '혐중' 인가? 미국: 주정부 최고위직까지 뻗친 포섭의 손길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은 린다 쑨 체포 사건이다. 2024년 9월, 미국 뉴욕주에서는 전 뉴욕주지사 비서실 차장 출신의 린다 쑨과 그녀의 남편이 중국 정부의 불법 요원으로 활동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린다 쑨은 10년 넘게 뉴욕주 고위직에 근무하며 캐시 호컬과 앤드류 쿠오모 주지사를 위해 일했...
  4. [칼럼] 민주당과 경찰이 증명한 '검찰이 필요한 이유', 13일의 침묵 범죄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속도다. 특히 뇌물이나 공천헌금 같은 사건은 증거가 디지털 데이터로 존재하기 때문에, 의혹이 제기되는 즉시 덮쳐야 한다. 그런데 2026년 1월, 대한민국 경찰은 새로운 수사 기법을 선보였다. 이름하여 ‘기다려주기 수사’다.무소속 강선우 의원과 민주당 김경 서울시의원 사이의 1억 원 공천헌금 의혹.
  5. [칼럼] 2,000만 원 배상 판결, 대통령의 퇴임 후를 겨누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제보한 조명현 씨가 일부 승소했다. 법원은 김혜경 여사의 수행비서였던 배소현 씨와 경기도가 공동으로 2,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액수는 크지 않다. 하지만 이 판결이 함의하는 정치적, 법적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은 법원이 경기도의 ‘사용자 책임...
  6. [속보] "속옷 빨래·모닝콜은 공무원 괴롭힘"... 법원, 경기도청 2천만원 배상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재임 시절 불거진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공익제보자 조명현 씨가 배모(전 경기도청 사무관)씨와 경기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법원은 배씨의 '갑질' 행위뿐만 아니라, 이를 방치한 경기도청의 사용자 책임까지 인정했다. '개인 간의 일탈'이라며 선을 그어..
  7. [칼럼] '댓글 국적' 밝히자는 게 혐중? 주객전도된 국익 대한민국 여론의 광장인 포털 뉴스 댓글창은 전쟁터다. 그런데 그 참전 용사들의 국적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에 국민의힘이 “댓글 작성자의 국적을 표기하자”고 제안했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도 아니다. 한국인이면 ‘한국’, 중국인이면 ‘중국’이라고 밝히고 떳떳하게 의견을 개진하자...
  8. 김여정에 '칭찬' 듣는 국방부, 군대인가 하급자인가 11일 아침, 평양에서 날아온 소식에 대한민국 안보 라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지 모른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도발 의도가 없다는 한국 국방부의 입장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했다. 뒤이어 “그나마 연명을 위한 선택”이라고도 했다.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귀를 의심케 하는 문장이다. ‘현명한 선...
  9. [단독] "평양 뚫었다"던 그 무인기… 알고보니 알리발 20만원짜리 '스티로폼' [단독분석] "평양 뚫었다"던 그 무인기… 알고보니 알리발 20만원짜리 '스티로폼'전문가 분석 결과 中 상용 드론 '스카이워커 타이탄 2160' 알리·RC샵서 누구나 구매 가능군용 아닌 '취미·레저용' "주권 침해"라며 내놓은 증거가 고작 '중국산 짝퉁 조립품'북한이 10일 "대한민국이 평양 상공을 유린했다"며 ..
  10. 새미래민주당, 이란 사태 침묵하는 민주당 질타하며 #prayforiran 제안 이란의 거리가 다시 피로 물들었다. 히잡을 불태우며 자유를 외치는 여성들을 향해 신정(神政) 정권은 실탄을 겨눴다. 1980년 광주를 연상케 하는 국가 폭력이 21세기 이란에서 재현되고 있다.국제사회가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는 가운데, 유독 한국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만이 기이한 침묵을 지키고 있다.새미래민주당 김양정 수석대변인..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