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참, 최근 북한군 동향 공개 [합참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휴전선 155마일, 군사분계선(MDL)은 잉크로 그은 선이 아니다. 1953년 정전협정 직전까지, 국군 장병 수만 명이 고지 하나, 능선 하나를 더 확보하기 위해 피를 쏟아부어 그은 ‘생명의 선’이다. 그런데 2025년 12월, 대한민국 합참은 이 선을 스스로 지우고 뒤로 물러서기로 했다.
합참이 전방 부대에 내린 지침은 충격적이다. 우리 군 지도와 유엔사 기준이 달라 MDL 위치가 헷갈리는 구간이 전체의 60%나 되는데, 이때 “더 남쪽에 있는 선을 기준으로 대응하라”고 했다. 명분은 ‘우발적 충돌 방지’다. 북한군이 애매한 구역에 들어왔을 때 우리가 대응 사격을 하면 싸움이 날 수 있으니, 아예 우리가 지키는 선을 뒤로 물려서 충돌을 피하겠다는 논리다.
올해만 북한군이 MDL을 17차례나 침범했다. 적은 한 발짝이라도 밀고 내려오려 안달인데, 지키는 쪽은 “오해 살까 무섭다”며 알아서 대문을 열어주고 마당까지 내줬다. 이것은 작전 변경이 아니다. ‘영토의 포기’이자 ‘주권의 방기’다.
이 지침을 승인한 국방부 장관과 군 수뇌부는 자신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법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이것은 정책 실패를 넘어선, 사법적 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우선 헌법 위반이다. 헌법은 대통령과 군에게 ‘영토 보전의 의무’를 부여한다. 법적 근거도, 국민적 합의도 없이 자의적인 행정 지침 하나로 방어선을 축소한 것은 헌법이 명한 신성한 수호 의무를 행정 편의주의로 맞바꾼 명백한 배임(背任)이다.
형법과 군형법의 잣대를 들이대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군 지휘관은 지정된 방어 구역을 사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남쪽 선을 따르라”며 방어 구역을 스스로 포기했다. 적이 활동할 공간을 열어주고 아군의 경계 범위를 축소한 것은 군형법상 ‘수소(守所)이탈’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 도둑이 무서워 담장을 허문 경비원을 우리는 ‘직무유기범’이라 부른다.
군 수뇌부는 “내년에 유엔사와 협의하겠다”고 한다. 순서가 틀렸다. 협의가 끝날 때까지는 기존 선을 사수했어야 했다. 북한이 ‘국경선 요새화’를 선언하며 밀고 내려오는 판국에, 우리만 “상황 봐가며 물러서자”는 패배주의적 지침을 내렸다.
지금 지하에는 백마고지와 저격능선에서 산화한 13만 호국영령이 잠들어 있다. 그들은 장장 2년에 걸친 고지전에서 단 1미터의 땅이라도 더 국경선을 올리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 그런데 후배 군인들은 펜대 하나로 그 땅을 적에게 내어주려 한다.
차라리 지하에 있는 게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자신들의 피로 지킨 영토를, 후배들이 “충돌이 무섭다”며 공짜로 내어주는 이 기막힌 꼴을 보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나라를 지키라고 쥐여준 총으로, 나라의 영토를 잘라내는 자들을 우리는 ‘군인’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저 제복 입은 월급쟁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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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나라 꼬라지 진짜..
미쳤다미쳤어진짜
군수뇌부 보다도 군통수권자의 문제가 아닐까요?
이 일을 어찌하오리까
변고입니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현 국방부 장관의 방위병 복무가 왜 그렇게 길었는지 말이자.
여튼 합참에는 참군인이 없나?
범죄자가 대텅이니 군 수뇌부까지 알아서 돌아버린 듯하네요.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