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은 ‘시간’을 소재로 영화를 만드는 대표적인 영화감독이다. 바다와 하늘, 해변의 3가지 시공간을 교차 시킨 전쟁 영화 ‘덩케르크’, 20배씩 느려지는 여려겹의 시간층을 다룬 ‘인셉션’, 상대성이론에 따라 시간의 길이가 다른 우주를 소재로 한 ‘인터스텔라’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그는 마치 시간을 재료로 여러 형태의 요리를 만들어 내는 요리사 같다.
내가 처음 접한 그의 작품은 2001년 개봉(2000년 베니스 영화제 초연)한 ‘메멘토’다. 그 탄탄한 구성과 여운은 감명을 넘어 충격이었다. 메시지는 철학적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한국에서 2014년과 2020년 2번의 재개봉이 있었다. 25년 전에 이런 영화를 만들다니, 감독의 천재성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은 어쩌면 주입된 복수심에 반복하여 선동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미지 생성 : 가피우스)
(영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주인공이 자신의 아내를 죽인 범인 ‘존G’를 찾아 복수하는 과정을 다룬다. 변수는 주인공이 단기 기억상실증(10분마다 상실)을 앓고 있다는 것. 관객에게도 주인공의 기억상실을 그대로 느끼게 하기 위해 시간을 거꾸로 배치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매우 신선 했다.
주인공은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잊지 않기 위해 자기 몸에 문신으로 남겨 둔다. 10분이 지나면 백지 상태의 기억에서 몸에 새겨진 단서를 시작으로 다음 추적을 해나간다. 그렇게 그의 몸은 범인을 추리할 수 있는 문신으로 가득하다. 과연 그는 범인을 찾아 복수에 성공했을까?
주인공이 복수 하려던 ‘존G’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아내를 죽인 범인은 자기 자신이었다. 기억상실증의 진위를 의심하는 보험회사에게 남편(주인공)의 진실을 증명하기 위해 아내는 자기 몸을 희생 했다. 주인공은 아내에게 인슐린을 과다 투여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인슐린 투여 기억을 잃고 반복 했던 것이다.
‘존G’는 주인공이 자신의 죄책감을 투영해 만든 가짜 기억이었다. 가상의 원수를 찾아 살해 하는 것으로 무의식에 자리 잡은 자신의 죄책감을 해소한 것이다. 이를 알고 있던 부패 경찰 ‘테디’는 주인공을 인간병기로 이용한다. 계속해서 새로운 ‘존G’를 지목하며 살인을 사주한 것이다. 이미 수많은 ‘존G’가 주인공에게 억울하게 살해 되었던 것이다. 주인공은 그 기억조차 잊고 다시금 거울에 비친 문신을 보며 복수심을 리셋해 왔던 것이다. 그의 삶은 스스로를 속여 만든 끝없는 살인의 굴레에 갇혀 있는 것이다.
이재명 정권의 내란몰이가 1년을 지나고 있다. 어이없는 계엄 해프닝은 몇시간 지나지 않아 해제 되었고, 관련자들은 구속 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이 기회를 잡은 민주당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장악하면서 유례없는 권력집중 현상이 고착화 되고 있다. 삼권분립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마저 정권 앞에 스스로 굽히거나, 집권세력의 집중 공격을 당하고 있다.
그렇게 자신들의 세상이 되었는데 아직 내란이 진행중이란다. 검찰을 합법적으로 손에 넣고도 야생의 본성만 특화된 사냥개, 특검을 여럿 만들어 내란을 진화한단다. 특검 조사로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 했는데도 아랑곳 않는다. 특검이 성과 없이 끝나자 2차 특검을 이어 간다고 한다. 잠적해 있는 내란동조자를 찾는다며 공무원들의 휴대폰까지 들여다 본다. 내란자금 마련을 위한 마약거래를 찾으라며 대통령이 직접 수사팀 인사배치까지 하고 나섰다. 내란당과 결탁 했다는 이유로 종교계를 뒤집어 놓고 미군기지를 건드린다.
그들에게 ‘내란’은 메멘토의 ‘존G’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뭘 계속 밝히고 종식해야 한다며 멈추지 않는 내란몰이. 누군가 죽어도 끝나지 않는 무한한 굴레. 복수가 삶의 동력이 되었던 메멘토의 주인공처럼, 민주당 정권은 내란종식을 동력 삼아 연명하는 모습이다.
주인공에게 ‘존G’를 제공해 주며 이용하던 ‘테디’가 있듯, 민주당 정권 주변에도 수많은 ‘테디’가 있다. 정치인, 개딸, 유튜버, 언론 등 종류도 다양하다. 정권의 비민주적 폭주가 문제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신분적, 경제적, 사회적 이익을 위해 영합하고 이용하는 '민주테디'들, 출세해 보겠다고 민주당에 기웃거리고 대통령에게 머리 숙이는 ‘처세테디’들이 넘치는 현실이다. 정치적 흥분상태가 필요한 '개딸테디’들은 자신의 감정적 희열을 민주당 정권을 통해 제공 받고 있다. 스스로 만든 굴레와 이를 촉진하는 테디가 결합해 무한한 살인이 반복되는 영화의 충격적 내용이,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과 겹쳐 보였다.
주인공에게 테디라는 존재는 인정하기 싫은 진실의 증거였다. 그 진실을 회피하기 위해 만든 가짜 기억의 조력자이기도 했다. 결국 주인공은 테디를 통해 얻은 진실을 받아 들이기 보다, 테디를 제거하는 선택을 했다.
주인공은 자신이 아내를 죽였다는 진실을 테디로부터 듣고 충격과 혼란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이마저 10분이 지나면 잊는다. 이때 주인공은 스스로 진실을 왜곡하게 된다. ‘존G’에 대한 추가 단서로 테디의 차번호를 문신으로 새긴다. 기억이 리셋된 주인공은 몸에 새겨진 차번호가 아내를 죽인 살인자의 것이라 생각하고 테디를 사살한다.
민주당 정권을 지지하거나 영합하는 수많은 '테디'들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민주당 정권이 버티기 위해서는 새로운 ‘존G’가 계속 필요하다. 그러나 ‘존G’는 유한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공급은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존G’의 품귀현상이 올 때 그들은 현실을 인식하기 보다 주변의 '테디'까지 ‘존G’로 삼고도 남을 집단이다.
민주당 정권의 위험한 폭주는 국민 모두의 불행이자 비극이다. 망상에 기반한 복수를 삶의 동력으로 삼는 메멘토의 주인공, 그 현신을 보고 있는 듯 하다.
#1624
김성훈 변호사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에 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내란 청산이란 말 한 번만 하면 다른데서 이기적으로 굴어도 죄책감이 줄어드나 봐요 메멘토 주인공처럼요
차라리 그들이 이재명을 “존G”로 인식하길 바라게 되네요
이런 글 보면 더불어당은 부끄러워서 구멍에 숨고 싶을 듯. 김변님 감사합니다.
글에 진하고 깊은 감동이 ...
김변님 고맙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서로 물고 뜯어라
무서워서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에요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