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 시리즈 기자회견 참석한 손흥민 (서울=연합뉴스)
한국 축구의 상징이자 토트넘 홋스퍼의 살아있는 전설인 손흥민(33)이 10년간 몸담았던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구 IFC 더포럼에서 열린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은 직접 "올여름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팀의 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끝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을 다 했다"고 생각했다는 그의 발언은 단순히 이적을 넘어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 이로써 2015년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은 정확히 10년 만에 정든 팀을 떠나게 됐다.
손흥민의 이번 결정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토트넘 입단 이후 EPL 득점왕과 푸슈카시상 수상 등 개인적인 영광을 누렸을 뿐만 아니라, 팀의 주장으로서 무관의 한을 풀고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끌며 팀에 대한 헌신을 증명했다. 그는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장 좋아했고, 사람으로서 가장 많이 성장한 곳이기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팀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작별에도 좋은 시기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이 그때라고 생각했다"며 냉정하면서도 단호한 판단을 내렸다.
축구계는 손흥민의 이적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의 다음 행선지는 여전히 미정이다. 그는 "오늘 어디로 간다고 말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지만,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기에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을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은 그의 선택 기준이 무엇인지 짐작하게 한다.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손흥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 생활의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일 것이다.
5월 22일(한국시간)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 들어 올린 손흥민 [AP=연합뉴스 자료사진]손흥민의 라스트 댄스, 어디서 펼쳐질까
손흥민의 이적은 단순한 선수 이동을 넘어 축구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월 토트넘이 1년 계약 연장 옵션을 발동하며 2026년 여름까지 계약이 유효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직접 팀을 떠나겠다고 선언한 것은 구단과의 합의가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미국 MLS나 사우디아라비아 리그 이적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손흥민은 "행복하게 축구할 수 있는 곳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며 금전적 조건보다는 축구 자체의 즐거움을 우선시할 것임을 시사했다.
토트넘의 토마스 프랑크 감독은 기자회견에 참석해 "클럽에 있는 동안 환상적인 10년을 보냈다"며 손흥민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그는 "내일이 손흥민의 최종 경기가 될지 모르겠으나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할 것"이라며 한국 팬들 앞에서 손흥민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로써 3일 열리는 뉴캐슬과의 친선전은 손흥민이 토트넘 선수로서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뜻깊은 자리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손흥민의 빈자리를 채울 선수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손흥민은 기자회견에 함께한 후배 양민혁에 대해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부담감 갖지 말고, 다른 생각 하지 말고 성장에만 신경 쓰면 좋겠다"고 조언하며 후배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10년 전 영어도 잘 못하던 소년이 토트넘의 상징이 되어 떠나는 지금, 그가 남긴 굵직한 발자취는 토트넘 팬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이제 손흥민은 새로운 팀에서 또 다른 역사를 써 내려가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그의 마지막 월드컵을 향한 열정이 어떤 행선지에서 빛을 발할지 전 세계 축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올여름 토트넘 떠나는 손흥민 (서울=연합뉴스)
그리고 올해 5월엔 토트넘의 2024-2025시즌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끌며 '무관'의 한을 풀었다.
토트넘 입단 때 5년 계약을 맺었던 손흥민은 2018년 7월 재계약을 통해 2023년까지 기간을 늘렸고, 2021년 7월 맺은 두 번째 재계약 기간이 올해 여름까지였다.
이 계약에 포함돼있던 1년 연장 옵션을 구단이 올해 1월 행사하며 2026년 여름까지 계약돼있었다.
이후 다음 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으면서 손흥민이 미국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리그로 이적할 거라는 소문이 거듭되고 이번 방한이 '라스트 댄스'가 아니냐는 전망이 이어졌는데, 그가 직접 결별을 알리면서 현실이 됐다.
차기 EPL 시즌 개막에 앞서서 14일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팀과의 맞대결인 슈퍼컵이 있으나 일단 3일 열리는 뉴캐슬(잉글랜드)과의 쿠팡플레이 시리즈 경기가 토트넘 선수로 마지막 무대가 될 공산이 커졌다.
팬들 향해 손 흔드는 손흥민 (영종도=연합뉴스) 이날 본격적인 기자회견 시작에 앞서서 "토트넘과 함께 좋은 자리에 초대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고, 선수들도 많이 기대하고 있다.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인사한 손흥민은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다"고 운을 뗐다.
한참 머뭇거린 그가 "어찌 보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던 것 같다"며 토트넘과의 결별을 직접 알리면서 뉴캐슬과의 경기 사전 행사로 개최된 이 기자회견은 순식간에 손흥민의 '고별 기자회견'으로 바뀌었다.
손흥민은 "한 팀에 10년 동안 있었던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고, 팀에 하루도 빠짐없이 바쳤다고 생각한다. 운동장 안팎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고 되짚었다.
이어 토트넘에 대해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장 좋아했고, 사람으로서 가장 많이 성장한 곳이기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이런 결정을 팀에서 많이 도와주고 존중해줘서 고맙다"고 각별한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10년 전 팀에 처음 왔을 땐 영어도 잘 못하던 소년이 남자가 되어 떠날 수 있어서 기쁘다"면서 "고향 같은 팀을 떠나는 게 어렵지만 멋지게 작별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행선지에 대해선 "오늘 어디로 간다고 말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내일 경기도 있기 때문에 향후 거취는 결정이 나면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내년 열릴 북중미 월드컵 본선 준비가 중요한 고려 기준이 될 거라는 힌트를 남겼다.
손흥민은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기에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을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게 컸다"면서 "행복하게 축구할 수 있는 곳이 가장 중요할 것이며, 마음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흥민 등 두두리는 토마스 프랑크 감독 (서울=연합뉴스)
이 기사에 6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손흥민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부디 멋진 마무리하시길
흥미니 뭘 하든 흥해라
항상 응원합니다!!!
지성이 때문에 흥민이 때문에 새벽시간이 즐거웠었는데요.
마지막 종착지가 어디가 될지 모르겠으나 그의 선택을 응원합니다.
토트넘 10년차인지 몰랐어요 기숳은 노련한데 애띤 얼굴이라.. 축구를 즐길 구단으로 가서 행복하길
손흥민 선수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