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의 조광래 대표이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올 시즌 K리그1에서 13경기 연속 무승이라는 부진의 늪에 빠져 최하위를 기록 중인 대구FC가 결국 대대적인 쇄신안을 내놨다. 성적 부진의 책임을 통감하며 조광래 대표이사가 시즌 종료 후 사퇴하고, 선수강화부장은 즉시 해임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러나 구단의 이번 조치는 단순히 성적 부진에 대한 표면적인 대응을 넘어, 오랜 기간 누적된 구단 운영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구FC의 추락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2021년 FA컵 준우승과 2022년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이라는 성과 뒤에는 항상 불안한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특히 조광래 대표이사의 '원맨쇼'식 운영 방식은 팬들 사이에서 꾸준히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조 대표는 선수 영입, 감독 선임 등 구단 운영의 주요 결정에 깊숙이 개입하며 자신의 입김을 강하게 불어넣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열린 팬 간담회에서 팬들은 선수 영입과 기용, 구단 운영 방식 전반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고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결국 '축구인 출신'이라는 명분 아래 구단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훼손해온 무능한 리더십이 낳은 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구 구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조광래 대표이사가 "시즌 최종결과와 관계없이 시즌 종료와 동시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선수강화부장을 보직 해임하고, 선수강화부를 기술 파트와 지원 파트로 분리하여 운영 체계를 재정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많다. 시즌 초부터 이어진 부진에 대해 구단은 "사즉생의 각오"를 다졌지만, 정작 실질적인 변화는 팬들의 거센 비판과 대구시의 개입이 있은 후에야 이루어졌다. 대구시는 "스포츠 전문가, 팬 등 다양한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대구FC 혁신위원회'를 발족"하여 구단 운영 전반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구단 스스로 문제 해결 능력이 없음을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
이번 쇄신안이 진정으로 구단의 혁신을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다. 조광래 대표이사는 올 시즌까지는 직을 유지하며 구단을 이끌 예정이다. 무승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명분이지만, 이미 신뢰를 잃은 리더가 남은 시즌 동안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선수단과 팬들의 사기는 이미 바닥에 떨어져 있으며, 시즌 막바지까지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고개 숙인 대구FC 선수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