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시작된 3일, 명절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도 서울 성수동의 라이더 카페 'RSG' 앞은 비장함이 감돌았다. 이곳은 이륜차 운전자들 사이에서 '성지'로 불리는 상징적인 장소로, 온라인 커뮤니티 '바이크튜닝매니아(바튜매)' 회원들이 '이륜차 자동차전용도로 통행 허용' 국회 국민청원 5만 명 동의 달성을 위해 자발적으로 모여들었다. 가족과 함께해야 할 명절 연휴를 반납하고 거리로 나선 것이다. 현장에는 유튜브 채널 '설깡바람길'을 운영하는 문깡을 비롯해 '빅스빅맨의 이중생활'의 빅스빅맨, 윈디, 마리와호비 등 커뮤니티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유명 라이더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온라인에서의 논의를 오프라인 실천으로 옮기며, 연휴를 맞아 카페를 찾은 방문객들과 시민들에게 청원의 취지를 알리고 서명을 독려했다.
RSG를 방문한 손님들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서명을 부탁하고 있는 윈디님 (사진=팩트파인더 취재팀)
이번 청원 활동의 가장 핵심적인 동기는 화려한 레저 활동이 아닌, '귀갓길의 절실함'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 인터뷰에 응한 유튜버 문깡은 "경치를 즐기며 떠나는 국도 주행은 즐겁지만, 수백 킬로미터를 달린 뒤 지친 상태로 집에 돌아오는 길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극심한 피로를 동반한다"고 말했다. 그는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조명이 부족하고 노면이 고르지 못한 우회 도로를 달리는 것은 사고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라며 "복귀하는 길만이라도 안전하고 효율적인 자동차전용도로를 이용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빠른 속도를 즐기기 위한 편의성 요구가 아니라, 장거리 운행에 따른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생존의 문제라는 주장이다. 안전을 명분으로 한 통행금지가 오히려 라이더를 더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는 '안전의 역설'이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직접 마련한 사은품까지 나눠주며 청원을 독려하고 있는 문깡님(시잔=팩트파인더 취재팀)
이번 청원은 국회법에 따라 소관 상-위원회에 정식 안건으로 회부되는 요건인 5만 명 동의를 목표로 진행 중이다. 10월 3일 현재 약 4만 2천 명의 서명을 확보해 목표치의 85%를 넘어선 상태다. 청원 마감 기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청원 측은 민족 대이동이 이뤄지는 추석 연휴를 목표 달성의 최대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연휴 기간 동안 가족과 지인들이 모이는 자리를 이용한 온라인 서명 독려와 함께, 유동 인구가 많은 성수동과 홍대 등지에서 오프라인 캠페인을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으로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5만 명을 달성하는 것은 끝이 아닌, 공론의 장에서 이 문제를 다룰 최소한의 자격을 얻는 시작점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시민들과 적극소통하고 있는 빅스빅맨님 (사진=팩트파인더 취재팀)
현장에서는 이륜차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는 긍정적인 변화의 신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주최 측은 차가운 반응을 예상했으나, 실제 현장에서 청원의 합리적인 취지를 설명하자 많은 자동차 운전자들이 "이야기를 들어보니 충분히 공감된다"며 적극적으로 서명에 동참했다. 이는 온라인상의 익명 갈등과 달리, 직접적인 소통이 편견을 해소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효과적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일부 이륜차 운전자들의 주저하는 모습은 앞으로 더 폭넓은 내부적 소통이 필요함을 시사했지만, 이 역시 성숙한 논의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평가된다. 라이더들의 자발적인 연휴 캠페인은 단순한 서명 확보를 넘어, 한 사람 한 사람을 직접 만나 오랜 편견의 벽을 허물고 사회적 합의의 토대를 마련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김남훈 기자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