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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민주당과 경찰이 증명한 '검찰이 필요한 이유', 13일의 침묵
  • 박주현 칼럼니스트
  • 등록 2026-01-12 10:14:24

  • 녹취록 터지고 13일 만에 압수수색, 피의자가 해외 다녀올 때까지 기다린 경찰
  • 증거 인멸 '골든타임' 보장해 준 셈, 김병기·김현지 이름 나오자 멈칫하는 수사
  • 거대 여당 눈치 보는 경찰의 민낯, 이것이 '검수완박'이 만든 범죄의 천국이다

입국하는 김경 서울시의원입국하는 김경 서울시의원 (영종도=연합뉴스) 

범죄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속도다. 특히 뇌물이나 공천헌금 같은 사건은 증거가 디지털 데이터로 존재하기 때문에, 의혹이 제기되는 즉시 덮쳐야 한다. 그런데 2026년 1월, 대한민국 경찰은 새로운 수사 기법을 선보였다. 이름하여 ‘기다려주기 수사’다.


무소속 강선우 의원과 민주당 김경 서울시의원 사이의 1억 원 공천헌금 의혹이 터진 건 지난달 29일이다. 증거는 명확했다.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담긴 녹취록이 나왔다. 보통의 국민이었다면 당장 압수수색을 당하고 소환되었을 사안이다.


하지만 경찰은 13일간 침묵했다. 그 사이 핵심 피의자인 김경 시의원은 ‘CES 참관’이라는 황당한 명분으로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여유롭게 돌아왔다. 텔레그램 계정은 삭제됐고, 휴대폰과 PC 속 데이터가 온전할 리 만무하다. 경찰은 그가 돌아와서 짐을 풀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제야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며 부산을 떤다. 이건 수사가 아니다. 청소할 시간을 벌어주고, 청소가 끝났음을 확인하러 들어가는 ‘사후 방문’이다.


경찰이 이토록 느긋했던 이유는 뻔하다. 이 사건의 배경에 거대 여당의 실세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녹취록에는 당시 공천 관리 간사였던 김병기 의원의 이름이 등장한다. 그의 배우자와,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김현지 비서관의 이름까지 어른거린다. 공천헌금 1억 원이 단순히 강선우 의원 선에서 끝난 게 아니라, 공천권을 쥐고 흔드는 거대한 카르텔로 흘러들어갔을 개연성이 짙다.


경찰은 바로 그 지점에서 멈칫했다. 검찰청이 있었다면 달랐을 것이다. 경쟁적인 수사 시스템 하에서라면 검찰이 먼저 인지 수사에 착수했을 것이고, 경찰도 뺏기지 않으려 속도를 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검수완박의 시대다. 수사권을 독점한 경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며 뭉개면, 범죄는 증발한다.


강선우 의원(왼쪽)과 김경 서울시의원강선우 의원(왼쪽)과 김경 서울시의원 [서울시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지금 경찰의 행태는 역설적으로 “왜 검찰이 존재해야 하는가”를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견제받지 않는 경찰 권력이 부패한 정치 권력과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13일간의 침묵을 통해 목격했다.


경찰은 이제야 압수수색을 한다며 박스 몇 개 들고 나오겠지만, 그 안에는 빈 껍데기만 있을 공산이 크다. 강선우와 김경은 꼬리일 뿐이다. 몸통인 김병기, 그리고 그 뒤의 김현지까지 수사의 칼날이 닿을 수 있을까. 어림없다. 경찰은 13일 동안 그들이 안전하게 빠져나갈 퇴로를 열어주었다.


공교롭게도 이틀 뒤인 1월 14일은 고(故) 박종철 열사의 39주기다. 민주당은 앞다투어 추모글을 올리며 “독재에 항거한 정신을 잇겠다”고 할 것이다. 기만이다. 1987년 박종철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건, 권력의 시녀가 되어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렀던 ‘견제받지 않는 경찰’이었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검찰을 없애고 경찰 비대화를 완성하며 그 시대를 복원하고 있다.


더 섬뜩한 건 미래다. 오는 7월이면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소위 입틀막법이 시행된다. 정부가 허위라고 판단하면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법이다.


지금 경찰이 김현지 관련 의혹을 “혐의없음”으로 뭉개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언론 보도를 정부가 “허위 정보”라며 삭제 명령을 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다시 1987년 이전으로 돌아간다. 경찰이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발표하면, 언론은 토를 달지 못하고 받아써야 하는 ‘진실 독점’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권력 비리 수사는 뭉개고, 의혹을 제기하는 입은 법으로 틀어막는다. 그러면서 입으로는 박종철을 추모하고 민주주의를 말한다.


경찰의 13일 침묵은 단순한 직무 유기가 아니다. 다가올 디스토피아의 예고편이다. 수사권과 언론을 모두 장악한 권력 앞에서, 국민은 진실을 알 권리조차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지하의 박종철 열사가 이 꼴을 보고 뭐라 하겠는가. 독재와 싸웠다던 그들이, 스스로 독재의 도구를 완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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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6-01-12 13:02:44

    검찰 없애 놓고, 수사는 경찰에 다 몰아 놨으니 앞으로 여당 관련 수사는 죄다 흐지부지된다고 보면 되겠네요.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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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6-01-12 11:17:56

    박주현님의 글 늘 잘보고 있습니다.
    바른 시각으로 좋은 글들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화무십일홍, 끝이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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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est2026-01-12 10:30:26

    그쵸. 이들은 독재와 싸운게 아니라 독재집단이 되지 못해 억울해서 땡깡을 부린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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