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 도중 지난 본회의에서 통과된 양곡법 개정안과 관련해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이 지역구에 건 현수막 사진이 담긴 팻말을 공개하며 발언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불과 취임 3개월 차에 접어든 이재명 정부의 핵심 세제개편안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공개 반대에 부딪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에 놀란 당이 제동을 걸고 나선 모양새다. 집권 초반부터 당정 간 엇박자가 노골화되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은 물론, 정부 정책의 신뢰도까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주주 기준을 현행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다시 낮추려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해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정부에 제시했다"고 밝혔다. 전날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사실상 정부안에 대한 '수용 불가'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한 의장은 "당과 정부의 의견이 합치가 안 돼 논의를 더 하자는 것"이라면서도 "(정부안은) 자본시장의 흐름을 바꾸려는 것 아니냐"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문제는 이번 논란이 단순한 당정 이견을 넘어 여당 내부의 분열과 정책적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점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를 되돌려 조세 정의를 실현하고 세수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만만치 않다. 진성준 전 정책위의장 등 일부는 정부 원안을 지지하며 당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단일대오 형성은커녕 내부 조율조차 실패했음을 자인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무너졌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코스피 5000 시대'를 약속하며 자본시장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번 양도세 기준 강화는 연말마다 대주주 회피 물량이 쏟아져 증시를 짓누르는 고질적 문제를 재연시킬 '반시장적 조치'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심지어 법인세 인상, 증권거래세 인상 검토 등 정부의 첫 세제개편안 전반이 시장에 '증세' 시그널을 보내면서, 대통령의 약속이 빈말로 전락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결국 민주당의 '반기'는 정책적 소신보다는 지지율 급락에 따른 공포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알려진 직후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국민청원 등을 통해 맹렬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리얼미터> 조사 결과,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로 동반 급락하는 등 민심 이반 현상이 뚜렷해졌다.
한정애 의장은 "지금 주식 시장에 들어온 투자자 외에 부동산 투자하는 분들 등을 유인해 기업이 자본시장을 통해 자본을 제대로 조달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투자자들의 요구를 그대로 대변한 것이지만, 불과 며칠 전까지 '부자 감세 정상화'를 외치던 모습과는 정반대다. 특정 지지층의 반발에 밀려 국가의 조세 정책 근간을 흔드는 포퓰리즘적 행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취임 100일도 되지 않아 대통령실과 집권여당이 핵심 경제 정책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은 시작부터 중대 기로에 섰다. 당의 반발에 가로막힌 정부, 여론에 등 떠밀려 입장을 뒤집은 여당의 모습은 이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와 당정 소통 시스템의 마비를 여실히 보여준다. 대통령의 최종 결정이 주목되지만, 어떤 결정을 내리든 국정 난맥상에 대한 책임과 그로 인한 정책 신뢰도 추락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기사에 7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아니 이재명이 주식 관련이라 그나마 잘 알텐데 지지율 떨어질 줄 왜 몰랐을까요? 넘 급했나 ㅋㅋㅋ
기사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재명 맘대로 당정 주무를수 있을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가보네. 그래서 개딸들이 따까리 찬대 올려치고 정청래 협박질하고 있는거고만. 똑같은 것들끼리 기싸움하느라 애쓴다
과자 쇼핑하러 가야겠어요. 재미난 구경거리 생길듯요
남의집 싸움구경 꿀잼
더 더 피터지게 싸워서 지지율 폭락하기 바랍니다 ㅎㅎ
청명전쟁. 지지율 하락 기다립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