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들어서는 조명현 씨 (수원=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제보한 조명현 씨가 일부 승소했다. 법원은 김혜경 여사의 수행비서였던 배소현 씨와 경기도가 공동으로 2,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액수는 크지 않다. 하지만 이 판결이 함의하는 정치적, 법적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은 법원이 경기도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이재명 대통령 측과 경기도는 이 사건을 배 씨 개인의 과잉 충성이 빚은 일탈로 몰아갔다. “나는 몰랐다, 밑에 사람이 알아서 한 일이다”라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였다.
하지만 법원은 이 변명을 단칼에 잘랐다. 배 씨의 갑질과 불법 의전이 개인적 친분이 아니라, 경기도청이라는 공적 시스템 내에서 업무와 관련해 조직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인정한 것이다. 즉, 도청 안에 도지사 부인을 수발드는 ‘비선 사모님 팀’이 사실상 존재했고 운영되었다는 것을 사법부가 공식 인증한 셈이다.
조 씨가 겪은 일들은 21세기 공직 사회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도지사의 속옷 빨래를 챙기고, 냉장고에 샌드위치와 과일을 채워 넣고, 제사용품을 관용차로 실어 날랐다. 공무원을 국민의 봉사자가 아니라, 영주를 모시는 ‘관청 노비’ 쯤으로 취급했다. 법원은 이 봉건적 착취 구조가 지자체의 묵인과 방조 아래 이뤄졌다고 못 박았다.
이 대목에서 참으로 기이한 것은 지지자들의 태도다. 요즘 우리 사회는 ‘갑질’에 가혹할 정도로 엄격하다. 정상의 인기를 누리던 연예인도 인성 논란 한 번이면 하루아침에 추락한다. 그런데 유독 정치인에게만 작동하는 저울은 고장이 났다. 연예계 최악의 갑질 폭로에서도 매니저에게 속옷 빨래를 시켰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상상을 초월하는 하인 취급이 드러났는데도, 지지자들의 잣대는 한없이 관대하다.
비단 갑질뿐만이 아니다. 그는 이미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받은 상태고,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에서도 사실상의 공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범죄 혐의가 산더미인데도 “우리 편이니 괜찮다”며 덮어주는 팬덤의 망가진 도덕성. 그 비이성적 관대함이 이 기괴한 권력을 지탱하는 기둥이다.
하지만 법리는 팬심에 흔들리지 않는다. 이번 판결은 시한폭탄이다. 지금은 헌법상 불소추 특권 뒤에 숨어 있고, 김혜경 여사의 재판도 멈춰 서 있다. 그러나 권력은 유한하고, 임기는 끝난다. 대통령직에서 내려오는 순간, 이 판결문은 그에게 날아들 형사 책임의 결정적 증거가 될 것이다.
“경기도청이 조직적으로 관여했다”는 민사 판결은, 당시 인사권자이자 최종 결재권자였던 이재명 전 지사에게 ‘직권남용’과 ‘국고 손실’의 책임을 묻는 가장 강력한 고리가 된다. 몰랐다고 발뺌할 퇴로가 차단된 것이다.
조명현 씨는 내부 고발의 대가로 생계가 막히고 사회적 매장을 당했다. 그러나 그가 받아낸 이 2,000만 원짜리 판결문은 훗날 역사가 이 정권의 도덕성을 심판할 때 가장 비싼 값을 치르게 할 ‘청구서’가 될 것이다.
대통령실은 침묵하거나 “어쩌라고” 식의 태도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법리는 기록되었고, 책임은 확정되었다. 오늘 법원이 울린 의사봉 소리는, 훗날 전직 대통령 이재명이 서게 될 법정의 예고편이다. 이것은 비보(悲報)가 아니다. 법치가 아직 살아있음을 알리는 희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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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