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최고치 경신, 달러는 상승 (서울=연합뉴스)
환율이 달러 약세에도 1.9원 오른 1,470.3원을 찍었다. 등락은 있지만 1450원에서 내려올 줄 모른다. 정부가 돈을 쏟아부어도 요지부동이다. 시장에선 “정부가 환율 잡기를 포기했다”는 말이 나온다. 틀린 말은 아니다. 포기했거나, 아니면 능력이 없거나 둘 중 하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를 재검토해야 한다”, “금리 인상은 논의할 생각이 없다”. 행간을 읽으면 이렇다. 정부가 환율을 잡을 의지가 없는데, 한은 혼자 북 치고 장구 칠 수 없다는 항변이다.
정부의 딜레마는 명확하다. 환율을 잡으려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 하지만 가계 부채가 산더미인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지옥문 개방이다. 자영업자는 쓰러지고 부동산은 폭락한다. 지방선거를 앞둔 정권 입장에선 자살행위다. 그러니 금리 카드는 버렸다.
남은 건 달러를 풀어 막는 것뿐이다. 지난달에만 26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12월은 기업 결제 수요가 적어 외환보유고가 늘어나는 게 정상인데, 오히려 줄었다. 댐에 구멍이 났는데 모래주머니 몇 개로 막아보려다 모래만 떠내려간 꼴이다.
정부의 속내는 복잡하다. 내심 고환율을 즐기는 측면도 있다. 환율이 높으면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수출 대기업의 장부상 이익은 늘어난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세금이 더 걷힌다. 그 돈으로 포퓰리즘 정책을 유지할 수 있으니, 국민 물가 고통쯤은 눈감아주겠다는 심산이다. 전형적인 ‘대기업 프렌들리’가 아니라 ‘세금 프렌들리’다.
더 큰 문제는 구조적이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시선은 국장을 버리고 미장으로 향하고 있다. 기업들도 공장을 해외로 옮긴다. 국민연금마저 수익률을 좇아 달러를 싸 들고 나간다. 달러가 들어올 구멍은 막히고 나갈 구멍만 뚫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26억 달러를 푼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게다가 올해부턴 천문학적인 달러를 미국에 지급해야 한다.
지금의 환율 위기는 과거 IMF 때처럼 한 방에 터지는 ‘급성 심근경색’이 아니다. 서서히 말라 죽는 ‘만성 신부전증’이다. 체력은 고갈되고, 유일한 치료제인 금리 인상은 부작용과 지방선거가 무서워 못 쓴다.
정부는 “관리 가능하다”고 큰소리친다. 하지만 시장은 안다. 1450원 환율은 이제 이상 현상이 아니라 ‘뉴노멀’이 됐다는 것을. 1300원대로 돌아가는 건 꿈이고, 1500원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국가는 능력을 잃었고, 정부는 의지를 잃었다. 남은 건 각자도생뿐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는 뛰고, 내 월급의 가치는 쪼그라든다. 이 조용한 고사(枯死) 작전 속에서, 국민은 스스로 방어막을 쳐야 한다. 정부를 믿고 있다간 앉아서 벼락거지가 될지도 모른다.
음원서비스에서 낙원전파사를 만나보세요
박주현 칼럼니스트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