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흠(전 국회입법조사처장)
현직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권력 연장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헌법 조항을 국민의 결단에 따라 해제할 수 있다고 법제처장이 국감에서 답변했다. 깜짝 놀랐다. 나치 정치이론가 칼 슈미트(Karl Schmitt)가 말한 예외적 상황의 국민주권론, 통치론이 바로 그것이었다. 기존의 법질서를 뛰어넘는 예외적 상황에서 결단(Entscheidung)하는 것이 주권이라면서 히틀러의 전체주의 독재를 뒷받침했던 주장이다.
우리 헌법의 제128조 ②항에서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1987년 민주화 흐름 속에서 유신체제 등의 경험을 교훈 삼아 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 연장을 위한 개헌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그럼에도 현 여권의 개헌 시도가 이 조항을 무력화시키며 집권 연장을 기도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런 우려에 대한 야당 의원의 질문에 법제처장이 그런 답변을 한 것이다.

이런 발언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윤석열의 망상적 비상계엄 이상으로 시대착오적인 권력남용의 독재적 발상이다. 그런데 조원철 법제처장은 현행 헌법에 따르면 그렇지만, ‘결국 국민이 결단할 문제’라고 했다. 그렇잖아도 권력의 전리품으로 배치한 대장동 변호사의 한 사람으로 논란의 대상이었다. 같은 국감에서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12개 혐의 5개 재판에 대해 “모두 무죄라고 생각한다” 답변해, 공직이 사유화돼 있음을 이미 보여주었다.
이재명 대통령 관련 변호인들이 대거 정치권과 공직에 진출해 있음은 공지의 사실이다. 이들이 국회를 대통령 사법 책임을 방어하는 변론 무대로 만들고 있으며, 공직을 전리품의 선물인 양 사유화시키고 있다. 이 대통령의 기본소득론 주창자로 알려진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기본소득 취지와는 정반대는 장기적인 부동산 투자와 불로소득을 누린 자였다. 같은 계열에서 활동하다가 역시 전리품으로 국토부 차관에 오른 이상경은 위선과 민심이반으로 결국 사퇴했다. 국익을 고려하지 않는 권력의 사유화는 유엔대사 임명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외교 경험이 전무한 대장동 변호사를 백주대낮에 한국 외교의 최전선인 유엔대사로 임명한 것이다.
국회의원직을 차지한 대장동 변호사들의 행보 또한 창피할 지경이다. 검찰 고위직과 변호사를 거친 사람들이 대표적 음모론자의 유튜브에 집단으로 나와 대법원장 탄핵이나 4심제 옹호 같은 그의 주장에 추임새를 넣고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을 대의한다는 국회의원 아닌가? 그러면서도 국회에 이 사람 저 사람 불러 국민의 이름으로 호통을 친다. 검찰 고위직과 변호사로서의 전문성도 음모론자 앞에서 무의미하다. 권력의 사유화와 정치의 저질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칼 슈미트는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것’이 정치 현상이라는 명제로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독일의 나치 정치이론가이자 법학자다.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것이라는 그의 주장은 정치를 현실적으로 설명하는 현실주의자의 시각으로 인용되기도 하지만, 이에 충실한 정치는 극단화한 진영정치, 전쟁의 정치가 된다. 그런 점에서 나치의 전체주의적 독재를 정당화시킬 수 있었다.
조원철 법제처장이 슈미트의 법이론을 보고 학습한 것인지, 자신의 권력정치 태도의 발로인지 알 수는 없지만, 비슷한 인식이다. 최근 여권이 사법개혁의 이름으로 시도하는 사법부 압박과 재편 시도들이 베네수웰라의 차베스, 헝가리의 오르반, 튀르키에의 에르도안 등 세계적 독재자들이 했던 독재권력의 강화전략 그대로라는 건 알려진 바다. 이런 지적에도 아직까지 주저함이나 부끄러움이 없는 듯 보인다. 나치의 결단론을 판박은 듯이 내뱉은 법제처장의 망언이 놀라움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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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9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소중한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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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마음이 섯습니다. 앞장서 주실 분을 기다립니다.
도대체 이 난장판을 언제까지 봐야하는 건지 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진짜 대박이더라 너무 뻔뻔
찢수령이 하면 알고도 세상 조용하고 장기집권하라고 찢박스쿨까지 풀어서 대놓고 쌉소리하는데도 남일 ㅎ 미친 세상에 갇힌 것만 같다
이승만 자유당 정권 때가 이랬을까 싶을 지경입니다.
재야 원로들도 민주진영의 중진들도 숨죽이고 있는 이 시국이
숨이 막힙니다.
이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것 같은 이재명의 본질과 행태를
눈 뜨고 숨죽여 지켜보고만 있어야 할지요.
분노로 대처해서는 안 될
상황전개.
이제 깨어있는 시민들이
합류할수있도록 원탁회의르만들어야합니다.
무능한 야당도 힘을 낼 수있는 집단 원탁회의 만들어봅시다.
민주주의를 제대로 공부한 사람은 없는 거군요 지금 정부 인사풀에서는.. 사(이비)짜가 판치는 세상입니다 하..
이재명이 본인 말고 차기부터라고 해도 찬성할까 말까인데 독재자에 납작 엎드리는 꼬라지들 보니 연임 중임은 말도 안되는 일.
윤석열의 실패한 계엄보다 더 지독한 독재 정권과 그 부역자들이네요
어렵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국민 팔아서 지들 입맛대로 해보려고..한다는거네요.
여기서도 나치가 등장하네요 진짜 우리가 독재자 될 놈이다 한게 괜한 걱정이 아니었어요 어디서든 철저히 독재에 대핸 학습한 듯요
나라 일을 그렇게 하지 좀
나라가 어디까지 막장으러 갈런지 휴
진짜 어디에 국민 이름을 함부로 팔아대는지 어처구니가 없어요 기사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