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김만흠 칼럼] 나치 정치이론의 그림자, 법제처장의 ‘국민결단론’
  • 김만흠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 등록 2025-10-25 13:50:52
  • 수정 2025-10-25 16:10:39

 

김만흠(전 국회입법조사처장)

 

현직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권력 연장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헌법 조항을 국민의 결단에 따라 해제할 수 있다고 법제처장이 국감에서 답변했다. 깜짝 놀랐다. 나치 정치이론가 칼 슈미트(Karl Schmitt)가 말한 예외적 상황의 국민주권론, 통치론이 바로 그것이었다. 기존의 법질서를 뛰어넘는 예외적 상황에서 결단(Entscheidung)하는 것이 주권이라면서 히틀러의 전체주의 독재를 뒷받침했던 주장이다.

 

우리 헌법의 제128조 ②항에서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1987년 민주화 흐름 속에서 유신체제 등의 경험을 교훈 삼아 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 연장을 위한 개헌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그럼에도 현 여권의 개헌 시도가 이 조항을 무력화시키며 집권 연장을 기도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런 우려에 대한 야당 의원의 질문에 법제처장이 그런 답변을 한 것이다.


 

이런 발언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윤석열의 망상적 비상계엄 이상으로 시대착오적인 권력남용의 독재적 발상이다. 그런데 조원철 법제처장은 현행 헌법에 따르면 그렇지만, ‘결국 국민이 결단할 문제’라고 했다. 그렇잖아도 권력의 전리품으로 배치한 대장동 변호사의 한 사람으로 논란의 대상이었다. 같은 국감에서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12개 혐의 5개 재판에 대해 “모두 무죄라고 생각한다” 답변해, 공직이 사유화돼 있음을 이미 보여주었다.

 

이재명 대통령 관련 변호인들이 대거 정치권과 공직에 진출해 있음은 공지의 사실이다. 이들이 국회를 대통령 사법 책임을 방어하는 변론 무대로 만들고 있으며, 공직을 전리품의 선물인 양 사유화시키고 있다. 이 대통령의 기본소득론 주창자로 알려진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기본소득 취지와는 정반대는 장기적인 부동산 투자와 불로소득을 누린 자였다. 같은 계열에서 활동하다가 역시 전리품으로 국토부 차관에 오른 이상경은 위선과 민심이반으로 결국 사퇴했다. 국익을 고려하지 않는 권력의 사유화는 유엔대사 임명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외교 경험이 전무한 대장동 변호사를 백주대낮에 한국 외교의 최전선인 유엔대사로 임명한 것이다.

 

국회의원직을 차지한 대장동 변호사들의 행보 또한 창피할 지경이다. 검찰 고위직과 변호사를 거친 사람들이 대표적 음모론자의 유튜브에 집단으로 나와 대법원장 탄핵이나 4심제 옹호 같은 그의 주장에 추임새를 넣고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민을 대의한다는 국회의원 아닌가? 그러면서도 국회에 이 사람 저 사람 불러 국민의 이름으로 호통을 친다. 검찰 고위직과 변호사로서의 전문성도 음모론자 앞에서 무의미하다. 권력의 사유화와 정치의 저질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칼 슈미트는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것’이 정치 현상이라는 명제로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독일의 나치 정치이론가이자 법학자다.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것이라는 그의 주장은 정치를 현실적으로 설명하는 현실주의자의 시각으로 인용되기도 하지만, 이에 충실한 정치는 극단화한 진영정치, 전쟁의 정치가 된다. 그런 점에서 나치의 전체주의적 독재를 정당화시킬 수 있었다.

 

조원철 법제처장이 슈미트의 법이론을 보고 학습한 것인지, 자신의 권력정치 태도의 발로인지 알 수는 없지만, 비슷한 인식이다. 최근 여권이 사법개혁의 이름으로 시도하는 사법부 압박과 재편 시도들이 베네수웰라의 차베스, 헝가리의 오르반, 튀르키에의 에르도안 등 세계적 독재자들이 했던 독재권력의 강화전략 그대로라는 건 알려진 바다. 이런 지적에도 아직까지 주저함이나 부끄러움이 없는 듯 보인다. 나치의 결단론을 판박은 듯이 내뱉은 법제처장의 망언이 놀라움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었을까?


관련기사

프로필이미지

김만흠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다른 기사 보기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이 기사에 19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28 13:37:57

    소중한 글 감사합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28 13:37:54

    소중한 글 감사합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minte2025-10-27 16:50:08

    좋은 글 감사합니다.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26 20:23:18

    감사합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26 10:58:58

    나는 마음이 섯습니다. 앞장서 주실 분을 기다립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26 09:21:59

    도대체 이 난장판을 언제까지 봐야하는 건지 하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25 21:52:31

    좋은 글 감사합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mlwlsdid2025-10-25 20:14:04

    진짜 대박이더라 너무 뻔뻔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25 18:37:05

    찢수령이 하면 알고도 세상 조용하고 장기집권하라고 찢박스쿨까지 풀어서 대놓고 쌉소리하는데도 남일 ㅎ 미친 세상에 갇힌 것만 같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alsquf242025-10-25 17:26:08

    이승만 자유당 정권 때가 이랬을까 싶을 지경입니다.
    재야 원로들도 민주진영의 중진들도 숨죽이고 있는 이 시국이
    숨이 막힙니다.
    이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을 것 같은 이재명의 본질과 행태를
    눈 뜨고 숨죽여 지켜보고만 있어야 할지요.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25 16:55:09

    분노로 대처해서는 안 될
    상황전개.
    이제 깨어있는 시민들이
    합류할수있도록 원탁회의르만들어야합니다.
    무능한 야당도 힘을 낼 수있는 집단 원탁회의 만들어봅시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25 16:43:13

    민주주의를 제대로 공부한 사람은 없는 거군요 지금 정부 인사풀에서는.. 사(이비)짜가 판치는 세상입니다 하..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25 16:32:27

    이재명이 본인 말고 차기부터라고 해도 찬성할까 말까인데 독재자에 납작 엎드리는 꼬라지들 보니 연임 중임은 말도 안되는 일.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25 15:40:46

    윤석열의 실패한 계엄보다 더 지독한 독재 정권과 그 부역자들이네요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25 15:10:18

    어렵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ddongong2025-10-25 14:57:12

    국민 팔아서 지들 입맛대로 해보려고..한다는거네요. 

  • 프로필이미지
    won6er2025-10-25 14:56:54

    여기서도 나치가 등장하네요 진짜 우리가 독재자 될 놈이다 한게 괜한 걱정이 아니었어요 어디서든 철저히 독재에 대핸 학습한 듯요
    나라 일을 그렇게 하지 좀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25 14:29:00

    나라가 어디까지 막장으러 갈런지 휴

    더보기
    • 삭제
  • 프로필이미지
    guest2025-10-25 14:15:03

    진짜 어디에 국민 이름을 함부로 팔아대는지 어처구니가 없어요 기사 잘보고 갑니다

    더보기
    • 삭제
아페리레
웰컴퓨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분석] 론스타 4천억 승소 역겨운 광팔이 민주당... 3년 전에는? 2025년 11월 19일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태도가 13년을 끌어온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승소 국면에서도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다. 3년 전, 법무부가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할 당시 "이길 확률이 전무하다"며 결사반대했던 정치 세력이, 막상 '전부 승소'라는 극적인 결과가 나오자 정.
  2. 썩어가는 것과 익어가는 것의 차이 가을 숲을 걷다 보면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 사이로 오묘한 냄새가 난다. 개중에는 잘 마르고 발효되어 흙으로 돌아가는 그윽한 향기가 있는가 하면, 물기를 머금은 채 질척하게 썩어가는 쿰쿰한 악취도 있다. 인간의 나이 듦도 이와 다르지 않다. 시간은 공평하게 흐르지만, 그 시간이 인간이라는 그릇에 담길 때는 전혀 다른 화학 작용을 일.
  3. 민주당 '유동규 녹취록 속 대통령은 '윤석열'? 백광현 되치기 기자회견 17일 오전 백광현 씨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유동규와 남욱의 녹취록을 추가로 공개했다. 해당 녹취록에는 '이재명' 이름이 언급되어 있어 후폭풍이 예고된다. 이번 기자회견은 지난 12일 진행한 기자회견의 후속편으로,  (2023년 봄 녹음)된 것으로, 대장동 사건을 두고 두 피고인이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 담겼다. 이 녹취록에서 ...
  4. 민주당을 향한 외통수 "대장동 환수법" 국가가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범죄 수익 환수를 공식적으로 포기한 상황에서 논란의 항소포기를 중심에서 처리한 박철우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했다. 박철우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앉힌 인사는 이 사태의 본질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것은 실패에 대한 문책이 아니라, 성공적인 임무 완수에 대한 포상에 가깝다. 검찰 조직을...
  5.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 이낙연 "대장동 항소 포기는 국가 주도 범죄... 전체주의 망령 어른거려"대장동 항소 포기와 사법 시스템 붕괴 비판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전 국무총리)이 19일 유튜브 채널 '류병수의 강펀치'에 출연해 검찰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항소 포기를 "국가가 나서서 범죄자를 도와준 국가 주도 범죄"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
  6. 탱크만 없는 계엄령, 그 거대한 수용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교민들에게 "또 계엄하는 거 아닌가 걱정되실 텐데,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에서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국정 최고 책임자의 그 한가한 농담은,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
  7. YTN의 ‘자발적 복종’ 더불어민주당이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라는 좌표를 찍자, YTN은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풍자 영상을 다룬 보도를 삭제하고 한 발더 나아가 ‘정치인 SNS 영상 사용 금지’라는 사실상의 백기를 들었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그리고 질서 정연하게 일어났다.'국기문란(國基紊亂)'. 유신 시대의 낡은 ...
  8. 대통령의 '무지(無知)'가 국가 안보의 최대 위협이다 국가 지도자의 말은 그 자체로 전략이자 메시지다. 적대국과 총구를 맞대고 있는 분단국가의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내뱉는 안보 관련 발언은 천금의 무게를 지녀야 한다. 그러나 지난 24일 해외 기자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보여준 인식은 가벼움을 넘어 참담한 수준이었다. 그는 50년간 대북 심리전의 핵심이었던 대북 방송을 "바보짓...
  9. 프랑켄코리아 (Franken-Korea) 정치라는 무대 위에는 때때로 기이한 혼종(混種)이 등장한다.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아니라, 이미 사라졌다고 믿었던 과거의 망령들을 덕지덕지 기워 붙여 만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같은 것.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정권의 모습이 그러하다. 이들은 놀라울 만큼 창의성 없는 방식으로, 역대 정권들이 저질렀던 최악의 실수와 가장 추악했던 .
  10. 새미래민주당, 남욱 소유 500억대 강남 땅 앞에서 최고위원회의 개최 새미래민주당 “남욱 소유 500억대 강남 땅, 정권이 범죄수익 보장해준 꼴”정권의 대장동 일당 범죄수익 7800억 원 보장 규탄새미래민주당은 11월 19일 대장동 일당의 핵심인 남욱 변호사가 소유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500억 원대 부동산 앞에서 제101차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다. 전병헌 대표는 이곳이 범죄수익 300억 원으로 매입돼 현...
후원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